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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5

남산을 산화하는 꽃비 늦었다. 꽃은 이미 끝물이다. 곳곳엔 선혈낭자 꽂잎 시체 즐비하네. 지난주말 밤에 올라 이번주를 견뎌낼까 했더랬다. 그렇게 남산 봄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스스로가 목숨 끊곤 장렬히도 사라지네. 그들이 스러져간 자리에는 풍차마을 마실온 히딩크 친구들이 올긋봉긋 함실방실. 복사 역시 한창이라 지구촌 방방곡곡 도화녀桃花女 풍년이라 단군자손 원주민 도화녀에 동남아 도화녀 넘쳐나고 가끔은 로서아 도화녀에 일대제국 미국 도화녀도 보인다. 남산타워 범벅이라 뱃가죽 덕지덕지 기름기 빼겠다 성큼성큼 계단계단 오르는데 저 타워 오늘따라 참말로 멀고멀다. 아시바다. 노트르담 아른아른 타워도 아시바? 살피니 망사팬티 씨쓰루라. 무삼일인가? 생소함에 한번 더 쳐다보는데 그 새 봄은 저만치 줄행랑친다. 2019. 4. 21.
복사꽃에 넋을 잃고 시궁창 사꾸라 전송하며 비듬 같이 털어낸 꽃잎 흩날리다 시궁창 빠진 봄을 수원화성에서 전송 장송한다. 이제사 망발한 팔달산 기슭 복사꽃은 며칠이나 버티리오? 돌단풍 응달에서 지랄같은 소복차림 늦었다 한탄하며 이제사 만발한 계곡 사쿠라 아래 살피니 청춘 남녀 밀집모자 걸치고는 번또 깐다. 황조가 한번 불러주곤 웃으며 저들을 전송한다. 그래 좀 부럽긴 하더라. 커플룩 밀집모자 부럽기 짝이 없고 그 해맑음과 청춘 역시 침샘이 시샘마냥 솟는다. 쓰리 데케이드 거슬러 오른 그해 봄엔 나 역시 그러한 때가 있었노라 자위한다. 산발한 버드나무 백댄서 삼은 봄이 물컹물컹 질컹질컹 솜이불 베어나는 비눗물 같다. 노니는 두 마리 오리한테 말을 건넸더니 너흰 부부인가 친구인가 이성인가 동성인가 청춘인가 노년인가 하는 말이 None of your .. 2019. 4. 21.
꽃놀이 끝난 마을 북쪽엔 꾀꼬리가 한시, 계절의 노래(318) 늦봄 꾀꼬리 소리를 듣다[春晚聞鶯] [宋] 장간(張侃) / 김영문 選譯評 마을 남쪽 북쪽에꽃놀이도 드문 시절 저녁 바람 비를 날려가지 가득 녹음이네 남몰래 봄빛과함께 도는 저 꾀꼬리 시인이 섬세하게시를 짓는 모습 같네. 村北村南花事稀, 晚風吹雨綠盈枝. 黃鸝暗與春光轉, 似怕騷人細作詩. 봄이 짙어지면 봄놀이는 눈과 코에서 귀로 옮아간다. 매화, 살구꽃(杏花), 복사꽃(桃花), 오얏꽃(李花), 배꽃(梨花) 등등 화사한 봄꽃은 지고 녹음이 드리운다. 꾀꼬리를 비롯한 온갖 새들이 녹음 속에서 지저귄다. 꾀꼬리가 지저귀는 소리를 흔히 “꾀꼴꾀꼴”이라고 형용한다. 나는 어린 시절 고향 탑밭 소나무숲에서 꾀꼬리 소리를 처음 듣고 “꾀꼴꾀꼴”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의성어인줄 깨달았다. 꾀꼬리 .. 2019. 4. 18.
비 되어 날리는 꽃 서러워 한시, 계절의 노래(302) 꽃을 곡하다[哭花] [唐] 한악(韩偓. 842?~923?) / 김영문 選譯評 향기로운 꽃망울늦게 필까 근심 했더니 지금 벌써 요염한 홍색땅에 져서 시들었네 정이 있는 사람이면어찌 울지 않으랴 한밤중 비바람 불 때서시를 장송하네 曾愁香結破顔遲, 今見妖紅委地時. 若是有情爭不哭, 夜來風雨葬西施. 꽃이 피는가 싶더니 어느 샌가 꽃비를 뿌린다. 꽃비는 꽃의 죽음이다. 찬란하지만 애잔하다. 지는 것이 모두 그러하다. 우리의 꽃 시절도 쏜살 같이 지나갔다. 개화(開花)가 있으면 낙화(落花) 또한 피할 수 없다. 꽃이 피거나 지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지만 우리는 꽃이 피면 기뻐하고 꽃이 지면 슬퍼한다. 속절없이 지나가버린 청춘을 아쉬워하듯 분분히 쏟아지는 꽃비를 가슴 아파한다. 《홍루몽』 가.. 2019. 3. 18.
장미, 지나는 봄이 남긴 자취 한시, 계절의 노래(10) 늦봄[晚春] 네 수 중 첫째 [宋] 장뢰(張耒, 1054~1114) / 김영문 選譯評 버들 속에 까마귀 숨고죽순은 줄기 되고 새벽바람이 비를 날려가볍게 추워졌네 한 마당 맑은 그늘이봄을 거둬 가면서도 싱싱한 장미꽃을몇 송이 피워뒀네 楊柳藏鴉筍作竿, 曉風吹雨作輕寒. 淸陰一片收春去, 留得薔薇數點殷. 남부 지방 평지에는 자두꽃까지 거의 다 지고 배꽃이 피었다. 중부 지방에는 이제야 벚꽃 잔치가 벌어지는 모양이다. 일찍 져버린 봄꽃을 찾아 상행 열차를 타고 싶은 생각도 든다. 봄이 무르익음은 꽃이 피고 지는 모습 뿐 아니라 버드나무 모습에도 확연히 드러난다. 이제 중춘을 지나 버들잎이 무성해지면 꾀꼬리나 까마귀 모습은 녹음 속으로 사라진다. 이를 ‘버드나무가 꾀꼬리를 감추다(楊柳藏鶯).. 2018.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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