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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12

강물은 북쪽으로 흐르는데 나는 남쪽으로 유배길 한시, 계절의 노래(79) 상강을 건너며(渡湘江) 당(唐) 두심언(杜審言) / 김영문 選譯評 해 긴 날 동산 숲에서옛 놀던 때 슬퍼하니 올 봄 꽃과 새는변방 시름 일으키네 도성에서 남쪽 유배홀로 가련한 사람 되어 상강처럼 북쪽으로흘러가지 못하네 遲日園林悲昔遊, 今春花鳥作邊愁. 獨憐京國人南竄, 不似湘江水北流. 이 시를 읽고 시성(詩聖) 두보(杜甫)의 대표작 「춘망(春望)」이나 「절구 2수(絶句二首)」를 떠올렸다면 이미 한시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다. 두보는 「절구 첫째 수」에서 “해 긴 날 강산은 아름다워라(遲日江山麗)”라 읊었고, 「절구 둘째 수」에서 “올 봄도 어느덧 또 지나가나니(今春看又過)”라고 읊었다. 두 구절이 이 시를 의식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둘째 .. 2018. 6. 17.
연잎을 헤집는 물오리 한시, 계절의 노래(73) 절구, 감흥이 일어 끄적이다. 아홉 수(絕句漫興九首) 중 일곱째 당 두보 / 김영문 選譯評 버들 솜 길에 뿌려하얀 융단 깔아놓고 시내 연잎 동글동글푸른 동전 겹쳐놨네 죽순 뿌리에 꿩 병아리보는 이 하나 없고 모래톱 위 오리 새끼엄마 곁에 잠들었네 糝徑楊花鋪白氈, 點溪荷葉疊靑錢. 筍根雉子無人見, 沙上鳧雛傍母眠. 우리에게 잘 알려진 두보의 대표작들은 실은 내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 시를 읽고 뜨거운 그 무엇이 치밀어 올라 한동안 목이 메었다. 두보는 천하가 아직 안록산(安祿山)의 난으로 도탄에 빠져 있을 때 이 시를 썼다. 전란 속 성도(成都) 초당의 작은 평화는 얼마나 소중했을까? 버들 솜처럼 떠돌던 생명의 기(氣)는 동글동글 연잎으로 모이고, 다시 더욱 단단하게 .. 2018. 6. 11.
외진 모래톱에서 춤추는 고니 한시, 계절의 노래(55) 절구 여섯 수(絕句六首) 중 첫째 당(唐) 두보 / 김영문 選譯評 태양은 사립 동쪽강에서 뜨고 구름은 집 북쪽뻘에서 이네 대나무 높이 자라비취새 울고 모래톱 외지니고니 춤추네 日出籬東水, 雲生舍北泥. 竹高鳴翡翠, 沙僻舞鵾雞. 한시에서 시인의 주관적인 감정을 자연 속 사물에 의탁하는 방법을 흥(興)이라고 한다. 자연을 통해 마음 속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뜻이다. 『시경』에 수록한 시에서 매우 빈번하게 쓰이기 시작한 수법이다. 그것은 은유일 수도 있고 상징일 수도 있지만 독자는 시인의 본래 의도를 명확하게 알 수 없다. 말하자면 시인의 주관과 독자의 주관이 자연이라는 객체를 매개로 무한한 상상 속에서 만나는 셈이다. 이와는 달리 묘사 대상을 직접 객관적으로 펼쳐서 써내는 방법은 부.. 2018. 6. 3.
귀향을 꿈꾸는 두보 한시, 계절의 노래(23) 절구(絶句) 둘째 수 [당(唐)] 두보(杜甫) / 김영문 選譯評 강물 벽옥빛에새 더욱 희고 산은 푸르러꽃빛 불 타네 올봄도 어느덧또 지나가나니 어느 날 이 몸돌아갈 해일까 江碧鳥愈白, 山靑花欲燃. 今春看又過, 何日是歸年. (2018.05.06.) 벽옥빛 강물 위를 나는 물새는 하얀 색깔이 더욱 돋보이고, 푸른 산에 피어난 진달래는 붉은 빛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런 묘사법을 전문 용어로 ‘친탁(襯托)’이라고 한다. 배경 묘사를 통해 주요 대상의 특성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방법이다. 수묵화 기법에도 ‘홍운탁월법(烘雲托月法)’이 있다. 달을 그릴 때 배경이 되는 구름을 그려서 달의 형상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여기에서 더 발전한 ‘반친(反襯)’ 기법은 반대되는 배경을 그려서 묘사 대상을.. 2018. 5. 6.
햇볕 머금은 백사장엔 원앙이 졸고 한시, 계절의 노래(22) 절구(絶句) 첫째 수 [당(唐)] 두보(杜甫) / 김영문 選譯評 해 긴 날강산은 아름다워라 봄바람에화초가 향기롭다 진흙 녹으니제비 날고 백사장 따뜻해원앙이 존다 遲日江山麗, 春風花草香. 泥融飛燕子, 砂暖睡鴛鴦. (2018.05.05) 우리가 잘 아는 문장 작법 중에 ‘두괄식’이란 방법이 있다. 전체 글의 핵심을 맨 앞에 제시한 후 그것을 천천히 풀어나가는 방법이다. ‘두괄식’이란 용어를 시에도 적용할 수 있다면 이 두보의 시도 전형적인 ‘두괄식’에 해당한다. 물론 형식은 기구(起句: 첫째 구)와 승구(承句: 둘째 구), 전구(轉句: 셋째 구)와 결구(結句: 넷째 구)가 대구를 이루고 있지만 내용은 기구 즉 첫째 구가 시의 모든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시를 번역할 때.. 2018. 5. 5.
전쟁은 영웅을 부르는 법 당시唐詩의 거성巨聖 두보杜甫가 복수 혹은 부수復愁라는 제목 아래 지은 12수 연작 오언절구五言絶句가 있으니 이 제목은 '다시금 근심하며'라는 정도를 의미한다. 개중 제6수가 다음이라 胡虜何曾盛 干戈不肯休 閭閻聽小子 談笑覓封侯 이를 근자에에 강민호가 역주해 선보인 《두보 오칠언절구(杜甫五七言絶句)》(문학과지성사, 2018, 58쪽)에서는 아래와 같이 옮겼으니, 오랑캐 어찌 일찍이 흥성했던가그런데도 전쟁을 그치려 하지 않네 마을 젊은이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웃으며 공을 세워 벼슬하겠다고 하네 한데, 내가 아무리 봐도 문맥이 통하지 않는 데가 있으니, 특히나 1~2구가 그러하다. 그러다가 이 시를 구글로 검색하니 다음과 같은 Geoff Waters라는 사람의 영역을 접했다. More Poems by Du Fu.. 2018.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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