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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5

루쉰과 모변본毛邊本 요즘도 새 책을 사서 페이지를 들추다 보면 앞뒤 페이지가 잘리지 않고 붙어 있는 경우가 있다. 파본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대개 반품까지는 하지 않고 칼로 조심스럽게 잘라서 읽는다. 다소 짜증을 내는 분들도 있으리라. 하지만 이런 형태를 제본에 고의로 반영하여 책발만 재단하고 책배와 책머리를 아예 재단하지 않은 채 출판하는 책이 있다. 이런 책을 모변본毛邊本이라고 한다. 책 가장자리[邊]에 털[毛]이 나 있다는 의미인데 책 가장자리를 칼로 자르고 나면 자연스럽게 보풀보풀한 털이 일어나는 것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심지어 독자가 손수 책 페이지를 자를 수 있도록 ‘재서도裁書刀’라는 칼까지 넣어서 함께 팔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상용화하지 않은 제본 방식이지만 구미, 일본, 중국 등지에서는 꽤 널리 유.. 2024. 4. 9.
버트런트 러셀이 간파한 민주독재의 창시자 장자크 루소 그(루소-인용자)는 낭만주의운동의 시조이자 인간의 감정에서 인간성에 위배되는 사실을 추론한 사상 체계의 창시자이며, 전통적인 절대군주제에 대립하는 유사 민주주의적 독재정치를 옹호한 정치철학을 고안한 사상가였다. 루소 이후 개혁가로 자처한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는데, 한 부류는 루소를 추종하고 다른 부류는 로크를 추종했다. 때에 따라 그들은 협조관계를 유지했으므로 많은 사람들은 두 부류 사이에 양립할 수 없는 면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점차 양립할 수 없는 면들이 명백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대에 와서 히틀러는 루소의 후예로, 루스벨트와 처칠은 로크의(이상 870쪽)의 후예로 평가한다. 버트런드 러셀 지음, 서상복 옮김, 《러셀 서양철학사》, 을유문화사, 2009.10 디종 아카데미는 "예술과 과.. 2021. 4. 18.
뇌염 걸렸다는 가짜뉴스에 대한 루쉰의 반응 한시, 계절의 노래(310) 내가 뇌염에 걸렸다는 보도를 접하고 장난삼아 짓다[報載患腦炎戱作] [現代] 루쉰(魯迅, 1881~1936) / 김영문 選譯評 치뜬 눈길로 어떻게고운 눈길 빼앗겠나 그런데 뜻밖에도여인들 마음 어겼다니 나에 대한 저주를이젠 수법 달리해도 여전히 얼음 같은나의 머리만 못하리라 橫眉豈奪蛾眉冶, 不料仍違衆女心. 詛呪而今翻異樣, 無如臣惱故如氷. 1934년 중국 톈진(天津) 『대공보(大公報)』 「문화정보(文化情報)」 코너에 루쉰이 심한 뇌염에 걸려 10년 동안 두뇌활동을 할 수 없다는 가짜뉴스가 실렸다. 당시 중국에도 얼토당토않은 가짜뉴스가 횡행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루쉰은 당시 상하이에 거주하고 있었으므로 베이징에 계신 어머니가 걱정할까봐 마음을 놓지 못했다. 이에 그는 베이징 미명사.. 2019. 4. 5.
소리 없는 곳에서 듣는 우레소리 한시, 계절의 노래(251) 무제(無題) [現代中國] 루쉰(魯迅) / 김영문 選譯評 온 사람들 검은 얼굴로쑥덤불에 묻혀 사니 어찌 감히 슬픈 노래로대지를 흔들 수 있나 마음은 드넓게광활한 우주와 이어져 소리 없는 곳에서우레 소리 듣는다 萬家墨面沒蒿萊, 敢有歌吟動地哀. 心事浩茫連廣宇, 於無聲處聽驚雷. 루쉰의 첫 번째 필명은 알검생(戛劍生)이다. 창과 칼을 든 투사라는 의미다. 만청(晩淸) 지식인들의 상무정신과 한족 중심주의를 잘 보여주는 필명이다. 안으로 만주족 조정의 부패와 밖으로 제국주의의 침략에 직면한 중국 한족 지식인들은 양무운동, 변법유신운동, 혁명운동을 통해 오랑캐 만주족 황실을 타도하고 한족 중심의 새로운 정부를 건립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웨이위안(魏源), 궁쯔전(龔自珍), 캉유웨이(康有爲).. 2019. 1. 23.
복어회에 소주 한잔으로 보내는 세모 한시, 계절의 노래(227) 무제 두 수(無題二首) 중 첫째(1932년 작) [現代中國] 루쉰(魯迅) / 김영문 選譯評 고향 땅 캄캄하게검은 구름에 갇혀 있고 긴 밤 아득하게새봄을 막고 있다 세모에 이 쓸쓸함어떻게 견디랴 한 잔 술 잡고서복어를 먹는다 故鄕黯黯鎖玄雲, 遙夜迢迢隔上春. 歲暮何堪再惆悵, 且持卮酒食河豚. 중국 현대 대표 작가인 루쉰도 구체(舊體) 한시를 썼단 말인가? 그렇다. 60수가 넘는 루쉰의 한시가 남아 있다. 그의 마지막 한시가 1935년 문경지우 쉬서우창(許壽裳)에게 써준 「을해년 늦가을 우연히 쓰다(亥年殘秋偶作)」이므로 세상을 떠나기 한 해 전까지도 구체 한시를 창작했음을 알 수 있다. 루쉰은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와 같은 연배다. 만해는 1879.. 2018.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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