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문벌4

문벌제도야말로 집안의 원수였다던 후쿠자와 유키치 후쿠자와 유키치라는 메이지 유신기의 저명한 일본의 사상가가 있다. 그의 집안은 메이지유신 이전에는 하급무사로 사무라이 전체로 본다면 한미한 집안에 속했다. 그의 아버지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후쿠자와 유키치의 아버지는 후쿠자와 햐쿠스케(百助)라는 인물로 번의 회계를 보조하는 한미한 직역을 담당하는 하급번 관리였는데 (사실 이런 직역은 한국사에서는 아전이나 다름 없다) 단순히 하급무사-번리였던 것만이 아니라 유학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다만 후쿠자와가 속한 번은 워낙 신분차별이 엄격하여 아무리 학문적 명망이 높아도 도통 이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고, 그렇게 일생을 전전하다가 세상을 떴다는 것이다. 후쿠자와 햐쿠스케의 아들인 유키치는 일찌기 그의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일갈한 바.. 2023. 8. 23.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그 답을 찾아서 (외전) 12세기 고려 문벌(경주김씨, 인주이씨, 해주최씨, 이천서씨, 광양김씨 등등등의 각 가계)의 가계도. 워낙 만수산 드렁칡마냥 얽히고 설켜서 복잡하긴 합니다만, 핵심은 간단합니다. 이들은 서로 혈연적 연계가 있었지만, 그것이 이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근본적 조건은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들의 정치적 행보를 사료에서 찾아보면, 비교적 가깝지 않나 하는 인물도 서로 반대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2023. 7. 22.
매맞는 사위, 재산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수모쯤이야 기채奇采는 고려말 권신 기철奇轍(?~1356)의 현손玄孫이다. 《성종실록》 5년 4월28일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논찬이 실렸다. 사신史臣이 논평한다. “정효상鄭孝常은 미천한 집안 출신으로 괴과魁科에 발탁되자 기씨奇氏 딸을 아내로 맞이했다. 그(아내)의 집은 상당히 재산이 많았으며, 아내의 성격은 교만스럽고 사나와서, 정효상을 대하기를 노예처럼 해서 손발도 제대로 놀릴 수 없게 했다. 더욱이 그 장모는 더욱 성격이 사나와 때로는 정효상에게 매질까지 해댔다. 정효상이 일찍이 경상감사慶尙監司가 되었을 때는 관기官妓를 지독히 총애해서 심지어는 몰래 그 집에 가서 자고 오기까지 했으니, 그는 이 정도로 행검行檢(행동의 절제)이 없었다. 어세공魚世恭은 성격이 경솔하고 허세를 부리는 데다 익살을 좋아했다. 심정원沈貞.. 2020. 10. 28.
실력? 필요없다, 아버지 잘 만나야 한다 사주四柱 보는 자들이 이런 말을 한다. "태어난 해보다는 태어난 달이 중요하고, 태어난 달보다는 태어난 날이 중요하며, 태어난 날보다는 태어난 시각이 중요하다. 태어난 시각보다 중요한 것이 문벌이다." 이는 오로지 우리나라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이다. 문벌이라는 법은 애초에 거친 오랑캐의 천한 습속에 불과했는데, 그것이 풍속을 변화시키고 귀천을 나누다가 급기야 운명과 맞서기도 하고 운명을 누르기도 한다. 비록 사주라 할지라도 우리나라의 이른바 문벌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수 없다. ( 유만주 지음 김하라 편역 《일기를 쓰다2 흠영선집》 돌베게, 2015.7, 24쪽) 조선후기 영·정조 시대 서울을 무대로 살다간 사대부 유만주兪晩柱(1755~1788)가 21살 때인 1775년 설날에서 시작해 죽기 한 달 .. 2020. 4. 6.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