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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사관4

민족과 민중, 한국사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 어떤 현상이 일어났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딱 이 카드만 들이밀면 다 설명된다고 믿는 부류가 있다. 민중과 민족이다. 한국이 왜 갑자기 잘 살게 되었냐고 물어보면, 민중의 노력 때문. 자기 국민을 개돼지처럼 학대해도 민족이면 다 용서된다. 이런 걸 데우스 엑스 마키나 라고 한다. 거짓말 같지만 지금도 민중과 민족 딱 키워드 두 개로 모든 걸 설명하는 사람들이 있다. 연구? 설명? 필요 없다. 민중과 민족이면 다 설명되는데 뭐하러 연구를 하나. 연구 참 쉽다. *** Editor's Note *** 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는 글자 그대로는 "기계 장치로 (연극 무대에) 내려온 신(god from the machine)"이라는 뜻이다. 호라티우스 시학[Ars Poetica]에 등장하는 말.. 2023. 9. 17.
innocentism 이 말이 애초 영어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 조어라고 해두고자 한다. 굳이 풀어쓰자면 순진무구주의라 할지니, 우리 역사에서는 추상명사 집합명사로서 이런 경향이 농후하게 관찰되거니와,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가의 보물이었던 민중民衆이 대표적이라, 그 어느 경우에건 일군의 역사학도에게 민중은 항용 저항 정신의 표상이요, 그 자체로는 그 어떤 악에도 물들지 않은 개념이었다. 한국 근현대사를 설명하는 도구로 불패의 신화를 자랑한 반제 반봉건.... 반제국주의 반봉건주의 선봉으로 이른바 민중이라는 주체를 내세우며 이들은 항용 밟으면 꿈틀하는 존재로 설정했으니, 이른바 갑오농민혁명에서 비롯하여 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87년 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권력과 지배에 맞서는 도도한 주체로써 민중이 발명되었던 것이다. 한데 민중.. 2020. 8. 17.
영웅주의 vs. 민중사관 영웅주의에 대한 반발로써, 그리고 그에 대한 대항마로써 이른바 민중사관이 팽배함으로써 근 몇십년째 역사에서 개인의 역할을 축소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이를 주창하는 그들조차 매양 현실과 접목해서는 특정한 개인을 지칭해 그를 향해 윽박을 지르면서 그에게 강철 같은 지도력과 철통 같은 결단을 촉구하는 작태가 벌어졌다. 특히 이 대목이 현실 정치와 결합하면, 매양 대통령제를 제왕주의라 비판하면서도 다른 쪽에서는 늘 대통령을 향한 결단을 촉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영웅주의에는 반대하지만, 그 효용성조차 거부하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다. 지도자 한 사람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새삼 말해서 무엇하리오? 오손자吳孫子인가? 손무자孫武子인가는 헷갈린다. 그가 단 한 칼에, 단 한 순간에 오합지졸인 왕의 .. 2020. 8. 13.
온갖 인간군상이 용트림하는 농촌 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농촌을 낭만 혹은 순진무구로 보지 마라. 그곳에도 욕망이 불타고, 정념이 타오르며, 환멸이 일고, 분노가 치솟으며, 치정이 펄떡인다. 이랬더니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그게 낭만 아녜요?" 맞는 말이다. 농민이 순진무구? 이는 농민들을 등신으로 규정하는 말이다. 개중에는 온갖 군상이 있기 마련이라, 착한 사람도 있고 등쳐 먹는 놈이 있으며, 난봉꾼도 있다. 나는 민중을 믿지 않는다. 2020.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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