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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루8

[2023 대만풍경] (5) 국립고궁박물원 북원(北院) ④ 벼루 매니아들과 그 벼루 이야기 from 장남원 나는 필기구를 좋아한다. 한때 사고 모으고 불고 닦던 시절이 있었다. 언젠가 일본에서 학회 발표를 마친 후 오사카 동양도자미술관 고문으로 계시던 이토 선생과 2차까지 간 날이 있었다. 우연히 서로 가지고 있던 펜 이야기로 이어졌는데 이토 선생은 이런 이야기를 도자사 전공자와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다시며 훗날 내게 만년필 한 자루를 선물로 주셨다. 문구를 좋아하다 보면 자연, 먹이나 벼루로 관심이 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우연히 본 중국 벼루 관련 다큐에서 좁디 좁은 단계端溪 노갱의 극한 갱도에서 석질이 상할까 남성들이 팬티만 입고 맨몸으로 채취하는 장면을 보고는 더 이상 벼루를 사지 않았다. 대만 고궁박물원의 벼루전 는 매니아들 벼루이야기다. Inkstones, through the Eyes of an .. 2024. 1. 10.
벼루 덕후 유득공이 채록한 명품 벼루 우리나라 벼루〔東硯〕 유득공柳得恭(1748~1807), 《고운당필기古芸堂筆記》 제3권 김도산金道山이라는 자는 홍주의 아전이다. 벼루 만드는 솜씨가 뛰어나 서울에 떠돌며 살 때 사대부들이 다투어 불러 갔으니, 평생 만든 벼루가 아마도 수천 개는 넘을 것이다. 나도 그에게 검은 벼루와 푸른 벼루 두 개를 만들게 하였다. 김도산이 벼루 만드는 석재를 품평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남포석藍浦石이 가장 유명하지만 너무 검고 어두운 것이 애석하고 화초 무늬도 그다지 뛰어나지 못합니다. 위원석渭原石은 그 청색은 흡주석歙州石 같고 자주색은 단계석端溪石 같아 상품에 속합니다. 허나 은은한 청색에 흰색을 띠고서 두드리면 맑은 소리가 나고 옥처럼 온윤하며 발묵이 잘 되는 종성鐘城의 치란석雉卵石만은 못합니다. 평창의 자석紫石과.. 2022. 12. 28.
국경의 밤, 일본군, 그리고 벼루(3) 1. 아마 거기서 복무하던 어느 일본군이 전역을 했는지 내지內地로 돌아가는지, 하여간 회령을 떠나게 되었던 모양이다. 이에 부대원들이 십시일반(일지, 강제로 뜯어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쨌건)하여 그를 위해 선물을 하나 마련했다. 지금 남아있는 유물로 보면 대개 그런 기념품으로는 욱일승천기와 부대 이름을 새긴 도쿠리[德利]나 술잔 같은 걸 선호했던 듯한데, 여기선 그 선물이 하필이면 벼루라니! 도대체 일본군과는 어울리지 않는데 말이다. 음, 하지만 ‘일본군’이라는 점을 한 꺼풀 벗기고 보면, 나름 신경 써서 ‘토산품’이라고 고른 것일지도 모른다. 회령 바로 아래 종성鍾城 고을은 조선시대부터 벼루로 유명했던 곳이었다. 일제강점기에도 이른바 ‘종성연鍾城硯’은 명성이 높은 편이었다. 그 명성에 살짝 기대기 위.. 2022. 10. 2.
국경의 밤, 일본군, 그리고 벼루(1) 1. 비교적 최근까지도, 관청이나 큰 회사에서 퇴임하는 이들에게 문방사우가 든 필묵함筆墨函을 기념품으로 주는 일이 더러 있었다. 그런 필묵함은 대개 나무에 옻칠 느낌 나는 진갈색 캐슈칠cashew paint을 발라 처리한다. 그 뚜껑을 열어보면 그 안에 붓이며 먹이며, 연적이며 문진文鎭에 인재印材가 그득 들어있기 마련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뚜껑 위에 구름 위를 노니는 용을 거하게 돋을새김하곤 하는, 돌로 만든 벼루다. 대량생산하려고 플라스틱으로 용과 구름을 만들고 까맣게 칠해 납작한 돌뚜껑에 붙였다는 말도 있던데, 그럴 거면 뭐하러 무겁게 벼루 뚜껑을 만들까. 어차피 벼루에 앉을 먼지는 필묵함 뚜껑이 가려줄 텐데. 2. 시대가 흘러 그런 고급 필묵함을 주는 곳은 이제 거의 없지 싶고, .. 2022. 10. 2.
오랜만에 다시 그린 이규보 선생 푸른 옷 입은 작은 아이 하얀 살결 백옥 같구나 굽힌 무릎 무척 공손도 하고 이목구비는 뚜렷하도다 진종일 게으름 용납 안해 물병 들곤 벼룻물 바치누나 난 본디 시 읊음 좋아해 시 쓴 종이 날마다 천 장이라 벼루 마르면 게으른 종 부르니 게으른 종놈 귀먹은 척이라 천 번이나 불러도 답 없으니 목이 쉬어서야 그만두었다 네가 옆에 있어 주고부터 내 벼루 마를 날 없구나 네 은혜 어찌 갚으리오 조심히 지녀 깨지나 말아야겠다 幺麽一靑童。 緻玉作肌理。 曲膝貌甚恭。 分明眉目鼻。 競日無倦容。 提甁供滴水。 我本好吟哦。 作詩日千紙。 硯涸呼倦僕。 倦僕佯聾耳。 千喚猶不應。 喉嗄乃始已。 自汝在傍邊。 使我硯日泚。 何以報爾恩。 愼持無碎棄。 - 권13, 고율시, 중 '녹자연적자' ㅡㅡㅡ 별로 기다리신 분은 없으셨을 줄 압니다. 사실.. 2022. 7. 15.
저 조그만 위원석渭原石 벼루에 담긴 사연 지금이야 벼루라는 물건을 쓰는 사람도 많지 않고, 쓰더라도 문방구에서 파는 먹물 부어놓는 용도로만 알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제법 가까운 옛날만 하더라도 벼루는 어지간한 집이면 누구나 갖춰놓는 것이었다. 글씨나 그림을 작作하려면, 하다못해 간단한 편지를 쓰려고 해도 물을 부어 먹을 갈아 먹물을 만드는 벼루는 있어야 했으니까. 문방文房의 네 가지 보물 중에 벼루가 왜 들어가겠는가. 그런 만큼 좀 아는 사람들은 좋은 벼루가 무엇인지 따졌다. 진흙을 구워 만든 징니연澄泥硯이나 기와벼루인 와연瓦硯, 도자기벼루인 도연陶硯, 심지어 나무로 만든 목연木硯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벼루는 돌로 만들기 마련이다. 당연히 좋은 돌로 만들어야 좋은 벼루라고 할 수 있는 법, 솜씨 좋은 조각은 그 다음이다. 벼룻돌 중의 최고라는 단.. 2022.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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