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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31

음주운전에 서러움 북받쳐 한시, 계절의 노래(195) 동정호에서 놀다 다섯 수(遊洞庭湖五首) 중 넷째 [唐] 이백 / 김영문 選譯評 동정호 서쪽엔가을 달 빛나고 소상강 북쪽엔이른 기러기 날아가네 배에 가득한 취객백저가 부르는데 서리 이슬 가을 옷에스미는 줄 모르네 洞庭湖西秋月輝, 瀟湘江北早鴻飛. 醉客滿船歌白苧, 不知霜露入秋衣. 중국문학을 전공하면서 새롭게 확인한 충격적인 사실 가운데 하나는 이태백이 자신의 친척 이양빙(李陽氷)의 집에서 병사한 일이었다. 나는 어릴 때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노래를 부르며 이태백의 죽음에 관한 전설을 들었다. 이태백은 휘영청 달이 뜬 밤, 동정호에 배를 띄우고 놀다가 달을 건지러 물 속으로 들어갔는데 어찌 된 일인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이태백이 자.. 2018. 10. 11.
밤에 생각하는 고향 한시, 계절의 노래(185) 고요한 밤 고향 생각(靜夜思) [唐] 이백 / 김영문 選譯評 침상 맡에빛나는 달빛 땅 위에내린 서리인가 고개 들어산 위 달 바라보다 고개 숙여고향을 생각하네 床前明月光, 疑是地上霜. 擧頭望山月, 低頭思故鄕. 군더더기가 없다. 시에서는 같은 단어의 중복을 기피하지만 월(月)과 두(頭)를 중복해서 썼다. 그럼에도 중복해서 쓴 느낌이 없다. 차가운 달빛을 서리에 비김으로써 나그네 독수공방의 냉기와 고독을 뼈저리게 드러냈다. 그러고는 고개 들어 밝은 달을 바라보다 고개 숙여 고향 생각에 젖는다. 객창의 냉기와 고독 밖에는 고향의 온기와 단란함이 존재한다. ‘시어 밖의 의미(言外之旨)’가 깊이 있게 다가온다. 우리는 어릴 때 고향을 떠나 먼 곳으로 가고 싶어 했다. 그러나 먼 곳에 가.. 2018. 9. 28.
가을 강물 타고 내려가며 한시, 계절의 노래(178) 가을에 형문으로 내려가다(秋下荊門) 당 이백 / 김영문 選譯評 형문에 서리 내려강가 나무 휑한 때에 베 돛은 무탈하게추풍 속에 걸렸네 이번 길은 농어회를먹으려는 게 아니라 스스로 명산 좋아섬중으로 들어가네 霜落荊門江樹空, 布帆無恙掛秋風. 此行不爲鱸魚鱠, 自愛名山入剡中. 아미산 반달을 데리고 이백은 어디로 갔을까? 「아미산 달 타령(峨眉山月歌)」에서 제시한 경로대로 평강강의 청계를 떠나 투주(渝州: 지금의 충칭重慶)를 거쳐 삼협(三峽)을 통과했다. 지형이 험하고 물살이 세찬 삼협을 지날 때는 아슬아슬한 위기를 여러 번 겪었으리라. 가슴 졸인 험로를 빠져나온 후 이백은 짐짓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자기가 탄 배의 베 돛은 아무 탈이 없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것도 유명한 ‘포범무양(.. 2018. 9. 28.
아미산에 뜬 달 한시, 계절의 노래(176) 아미산 달 타령(峨眉山月歌) 당 이백 / 김영문 選譯評 아미산에 반달 뜬이 가을날에 달그림자 평강강에비쳐 흐르네 밤중에 청계 떠나삼협 향하며 그리운 임 못 만나고투주로 가네 峨眉山月半輪秋, 影入平羌江水流. 夜發淸溪向三峽, 思君不見下渝州. 너무 식상한 평어(評語)이지만 또 다시 천의무봉이란 말을 쓸 수밖에 없다. 칠언절구는 4구 28자로 구성되는 지극히 정련된 시 형식이다. 이처럼 짧은 시에 지명이 다섯 개나 등장한다. 아미산(峨眉山), 평강강(平羌江), 청계(淸溪), 삼협(三峽), 투주(渝州)가 그것이다. 총 28자 중 12자가 지명이다. 동서고금의 어떤 시인이 시 한 수를 지으면서 거의 절반에 가까운 시어를 지명으로 채울까? 그런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오히려 .. 2018. 9. 18.
천문산 바라보는 이태백 한시, 계절의 노래(175) 천문산 바라보며(望天門山) 당 이백 / 김영문 選譯評 천문산이 중간에 끊겨초강이 열리니 벽옥 강물 동류하다북쪽으로 감아도네 양쪽 강안 푸른 산이마주한 채 튀어나오자 외로운 돛 한 조각태양 곁에서 다가오네 天門中斷楚江開, 碧水東流至北回. 兩岸靑山相對出, 孤帆一片日邊來. 산은 강을 건너지 못하고, 강은 산을 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곳곳의 강산을 유람해보면 강이 산을 꿰뚫고, 산이 강을 건너는 곳이 허다함을 알 수 있다. 천고의 세월은 강과 산의 한계를 무너뜨리고 말 그대로 아름다운 ‘강산’을 빚어낸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말이 성립하듯,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다”라는 말도 성립한다. 한계를 돌파한 곳에서 새로운 천지가 열리는 법이다. 강과.. 2018. 9. 17.
서리 같이 선 왜가리 한시, 계절의 노래(163) 흰 왜가리(白鷺鶿) 당 이백 / 김영문 選譯評 흰 왜가리 가을 물로내려앉는데 외롭게 나는 모습서리와 같네 마음도 여유롭게떠나지 않고 모래톱 가에우뚝 서 있네 白鷺下秋水, 孤飛如墜霜. 心閑且未去, 獨立沙洲傍. 가을 물 가에 우뚝 서 있는 왜가리를 보고 이백이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 너무나 깨끗하고 고고하다. 이백의 생애를 훑어보면 기실 이런 모습과 꽤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백은 불우한 현실에 맞서 파격적이고 광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울분을 표현했다. 그의 울분과 표리를 이루는 일부 시에는 잔잔하면서도 고독한 영혼이 숨어 있다. 여유, 한적, 고독, 비애가 짙게 스며 있는 그의 일부 시는 낭만, 호방, 열정, 환희를 내뿜는 그의 다수 시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독립’이란.. 2018.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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