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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틀2

줄줄이 유물 이야기-동지, 밤이 너무 길다우. 冬至(동지)ㅅ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春風(춘풍)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청풍 이불안에 서리서리 넣었다가 얼온(사랑하는) 님 오신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임을 그리워 마음을 절절하게 읊은 조선시대 최고의 예인, 황진이 시조다. 사랑하는 임 없이 독수공방 해야 하는 기나긴 동짓달 밤 시간을 잘라 두었다가 임을 만나는 날, 그 시간들을 이어붙여 더 오래오래 같이 있고 싶다는 애절하고, 깜찍한(?) 마음이 담겼다.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이 시조를 배우고 "아! 어쩜 이 언니는 이리 여자 마음을 잘 알까!" 하고 감탄한 기억이 있다. 한 번쯤은 경험이 있으이라 생각한다. 같은 시간인데, 좋아하는 사람과 있으면 그.. 2019. 12. 21.
은행나무 아래, 온주와 대식오라버니(1) 여송은 온양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온양, 마을 곳곳마다 가을 추수로 한창입니다. 누런 금빛으로 일렁이던 논들은 조금씩 머리를 깎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집은 이미 가을 걷이가 끝났고, 어느 집은 아직도 벼를 베느라 일꾼들 허리가 손에든 낫처럼 피질 못합니다. 부짓깽이도 덤벼댄다는 그 바쁜 가을, 이 마을 최고 큰집이 최참판댁도 당연 예외는 아닙니다. 최참판댁 마당에서는 쉴 새 없이 일꾼들은 수확한 벼를 타작하고, 한 켠에서는 섬에 나락을 넣고, 아낙들은 삼삼오오 모여 디딜방아를 찧습니다. 경직도(耕織圖) 일부-타작(打作)하는 풍정 총 10폭 중 타작하는 풍정을 담은 폭이다. 장정 두명이 넓직한 나무 혹은 돌 같아 보이는 곳에 볏단을 내리 쳐서 곡식의 낟알을 거두고 있다. 곡식을 내리치는 이 넓직한 것을 '개.. 2019.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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