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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삼12

농민이 언제 시를 쓰고 군인이 언제 시를 읊는단 말인가 앞서 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농민시인은 없다. 농민이 언제 시를 쓴단 말인가? 우리가 아는 농민시인은 그런 농민들을 원두막에서 수박 까놓고 우거적우거적 쳐먹으며 완상하는 놈들이다. 잠삼岑參(715∼770)이라는 중국 당대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이 있다. 이 친구 주특기는 전쟁 변방 황량한 전쟁터를 묘사한 시로 당대를 호령했는데 이 친구 직업은 군대 문관....서류 작성담당 행정관이었다. 지 손으로는 칼 한 번 잡아본 적 없고 전쟁 한 번 해 본 적 없다. 원두막에서 수박 까먹는 그 심정으로 군 막사에서 난로 피워 놓고 군고구마 까먹으며 동치미 국물 먹어가며 북풍한설 몰아치는 바깥으로 대가리만 내놓은 채 잠깐잠깐 구경하며 뇌까린 것이 이른바 변새시邊塞詩다. 칼 잡고 말 몰아 돌진하는 군인이 언제 시를 쓴.. 2022. 11. 14.
잠삼한테 속아선 안된다 중국 문단에서는 이른바 변새시(邊塞詩)를 개척한 공로를 인정하고, 나 역시 그의 시작을 대할 때면, 이 친구 능력은 얼추 비슷한 시대를 살다간 이백과 두보의 그것에 못지 않은 천재급이라 그는 고선지와 봉상청과 같은 군벌 막부에서 세크레테리로 활동하면서 지금은 중국에 속한 신장위구르 방면에서 근무한 전력을 충분히 살려, 그의 시는 온통 고향 장안을 향한 그리움과 그에 빗댄 황량한 사막을 무지막지 표출함으로써 폐부를 찌르르곤 한다. 한데 잠삼이 노래한 척박의 그 땅을 우리는 비행기로, 버스로 그가 애환한 것들을 즐감하니 이런 세상이 올 줄 지금은 뼈다귀조차 남지 않았을 잠삼이 꿈이라도 꾸었으리오? 그의 시에는 사막이 모래바람과 추위로 점철하지만 그 반대편에 위치하는 각종 낭만은 일부러 배제해 버렸다. 왜? .. 2019. 5. 4.
병 많은 그대, 요새 몸은 어떠신가? 한시, 계절의 노래(247) 한준에게(寄韓樽) [唐] 잠삼(岑參) / 김영문 選譯評 그대 평소에병이 많았는데 헤어진 후 아직편지도 못 받았네 북방은 혹독하게추운 땅이거늘 몸은 지금어떠신가 夫子素多疾, 別來未得書. 北庭苦寒地, 體內今何如.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나그네」는 본래 조지훈의 「완화삼」에 대한 답시다. 조지훈이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라고 읊은 시를 「완화삼—목월에게」라는 제목을 달아 편지로 보내자, 박목월은 「나그네---지훈에게」라는 시를 지어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답시를 통해 우리나.. 2019. 1. 20.
[唐] 잠삼(岑參) 겨울 저녁[冬夕] 漢詩, 계절의 노래(236) 겨울 저녁[冬夕] [唐] 잠삼(岑參) / 김영문 選譯評 광활한 서리 바람하늘 땅 스쳐 부니 온천과 화정(火井)에도생기라곤 전혀 없네 물 속 용도 얼어붙어몸을 펴지 못하고 남산 위 야윈 잣나무도남은 비취빛 스러지네 浩汗霜風刮天地, 溫泉火井無生意. 澤國龍蛇凍不伸, 南山瘦柏消殘翠. 오늘(1. 6)이 소한(小寒)이니 일년 중 가장 추운 때다. 이른바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은 눈속에 찬”(김종서) 계절이며, 겨울 산이 “눈 속에서 오소리처럼 웅크리고 잠들어 있는”(임보) 시절이다. 화정(火井)은 포항의 천연가스 불처럼 끊임없이 불길이 솟구쳐나오는 불 우물을 가리키기도 하고, 온천을 그냥 화정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또는 추위를 막기 위해 피워놓은 난로나 화덕을 비유할 수도 있다... 2019. 1. 7.
두 줄기 눈물 보태 흘려보내는 강물 서쪽으로 위주를 지나다 위주를 보고서는 진천이 생각나서[西過渭州見渭水思秦川] [唐) 잠삼(岑參·715~770) 위수는 동쪽으로 흘러가다 언제쯤 옹주땅에 다다를까바라건대 두 줄기 보탠 눈물 고향으로 흘러갔음 한다네 渭水東流去,何時到雍州。憑添兩行淚,寄向故園流。 출전 : 《전당시全唐詩》·권201이로 보건대, 잠삼 고향 집은 옹주에 있었나 보다. 지금의 서안 인근이다. 이 시는 《김풍기 교수와 함께 읽는 오언당음五言唐音》(교육서가, 2018)에서도 실렸으니(286~287쪽) 참고 바란다. 2018. 10. 28.
잠삼岑參 <봉입경사逢入京使> 서울로 들어가는 사절을 만나逢入京使 [唐] 잠삼(岑參) 故園東望路漫漫 동쪽 고향 바라보니 길은 아득하고 雙袖龍鐘淚不乾 양 소매 적시며 하염없이 눈물짓네馬上相逢無紙筆 말 탄 채 만났으니 종이도 붓도 없어憑君傳語報平安 그대가 말로 전해주시게 평안하다고 중당中唐의 변새시變塞詩를 대표하는 잠삼의 명작으로 꼽히거니와, 《全唐詩》 卷201이 저록著錄했다. 제목을 풀면 입경入京, 곧 서울로 들어가는 사절[使]을 만나서라는 뜻이거니와, 使란 전후문맥으로 보아 안서도호부에 들른 천자의 사절일 듯하다. 아니면, 반대로 도호부에서 서울로 보내는 사절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전자의 가능성이 큰 듯하다. 고원故園이란 고향을 말하거니와, 잠삼의 다른 시들을 보면, 당시 서울 장안長安을 지칭한다. 만만漫漫이란 길이 멀게 펼쳐진 .. 2018.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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