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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카치오가 《데카메론》에서 증언하는 흑사병(5) 끝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3. 3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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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병을 주제로 하는 회화

 

그 바람에 소나 노새나 양이나 산양이나 돼지나 닭을 비롯해서 인간에게 충실한 개까지 집에서 쫓겨나 제멋대로 거둬들이기는커녕 베지도 않고 버려져 있는 밭을 헤매고 다니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가축들은 마치 다 알고 있기나 하는 것처럼 낮에 배불리 주워 먹고는 밤이 되면 사람이 몰아 가지 않더라도 불룩해진 배로 자기 집을 찾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시골에 관해서는 이 정도로 해두고 다시 도시로 돌아갑니다만) 피렌체의 시내에서는 3월부터 7월까지 사이에 흑사병이 맹위와 건강한 자가 무서움 때문에 할 일을 게을리했거나 혹은 간호가 나빴기 때문에 10만 명 이상의 환자가 죽어 갔다고 말씀드릴 수 있읍니다. 이것을 모두 하늘의 비정에만 돌릴 수가 없다면, 그 죄의 일단은 인간에게 일어나기 전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시내에 살고 있었다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아아﹐ 옛날에는 많은 하인들의 시중을 받으며 귀족과 신사 숙녀들이 살고 있던 그 많은 큰 저택이며 아름다운 집들이 이제 어린 아이에 이르기까지 사람 하나 살지 않게 되어 버렸으니! 아아﹐ 얼마나 많은 유서 깊은 혈통과 막대한 유산과 유명한 재보 등이 이어받을 사람도 없이 헛되이 남게 되었을까요!

 

흑사병 사망자 매장


또 장차 다름아닌 갈레노스나 히포크라테스나 에스크라피오스가 될 수도 있었을 유능한 사람들과 미녀와 명랑한 젊은이들이 가장 건강의 혜택을 받고 있는 줄 알았는데도 아침에 양친과 자기와 친구와 식사를 함께 했는가 하면 밤에는 벌써 저 세상에서 먼저 죽어 간 사람들과 만찬을 같이하고 있을 줄이야!

 




그런데 이와 같은 참사 속에 언제까지나 끌려들어가 있다가는 나로서도 점점 더 비참해질 뿐입니다. 그래서 적당히 생략할 수 있는 데는 줄이기로 하고 이제 드디어 본 주제로 들어갈까 생각합니다. 우리 시의 주민들이 거의 없어져 버렸을 무렵(이것은 믿을 만한 사람한테서 들은 이야깁니다만) 저 거룩한 산따마리아 노벨라 성당에 어느 화요일 아침, 명복을 비는 기도가 끝나고 거의 사람의 그림자도 없어졌을 때 이 시기에 알맞게 상복으로 몸을 감싼 일곱 명의 젊은 부인들이 찾아왔습니다.

 

 

 

보카치오가 《데카메론》에서 증언하는 흑사병(4)

또 죽은 사람 가운데 그 유해가 성당으로 운반되어 갈 때﹐ 열이나 열두 사람 이상의 이웃들이 따라기는 일은 극히 드물게 되었습니다. 관을 메고 가는 사람들은 지위 높은 유지들이 아니라 하층 계급에서 끌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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