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 & MISCELLANIES

[문화재를 배회하는 유령] (3) 말벌 사건과 무덤 붕괴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5. 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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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이다.

그날 나는 마침 현장에는 없었지만, 서악마을에 유숙한 내 지인 몇 명이서 하룻밤을 유숙한 다음 새벽 동이 틀 무렵 몰래 서악고분군 담장을 넘고는 들어가 선도산 기슭을 따라 흘러내린 능선을 따라 나란히 자리잡은 저 거대한 서악고분군 무덤들 중에서도 맨 뒤쪽, 그러니깐 가장 높은 지점에 위치하는 그 무덤을 몰래 오르다가 기어이 사고가 났으니 

아마 높이 20미터 가까울 저 거대한 봉분을 몰래 오르던 그 지인 중 한 분이 그만 말집을 건드려 병원에 후송하는 사태에 이르고 말았으니, 진짜로 골로 갈뻔 했다.

각 부위에 고르게 총 7방을 당한 그 지인 진짜로 죽다 살아났다. 목숨을 건진 게 다행이었다. 

그 소식을 듣고는 나는 아 조만간 저 무덤이 무너지겠구나 했다. 

그 얼마 뒤 실제로 저들 무덤 중 하나가 집중호우에 봉분 일부가 붕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소식에 대뜸 나는 아 그 무덤이 기어이 무너졌구나 했다. 

하지만 알아보니 그 무덤이 아니라, 같은 서악고분군 중에서도 그 앞쪽 다른 무덤이 기어이 맥없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왜 말벌인가?

그 말벌이 땅을 얼마나 많이 파고 들어가 얼마나 큰 집을 짓는지는 잘 알 것이다.

그런 땅집을 짓는 말벌이 저런 무덤에 집을 지었다는 것은 그만큼 저 거대한 고분 봉분에 그 말집 크기 만한 구멍이 뚫린 상태임을 의미한다. 

저 거대한 무덤을 무너뜨리는 원인은 놀랍게도 포크레인이 아니다.

결정타가 벌집 혹은 두더지 굴이다.

벌집이 뚫은 구멍, 두더지가 꿇은 구멍을 뚫고서 물이 스며들고, 그렇게 스며든 물이 불어터지면서 저 거대한 봉분이 붕괴하는 것이다. 

저 거대한 암반을 쪼개는 힘은 거대한 폭탄이 아니라 실은 나무 쐐기 몇 개다.

열을 따라 뿅뿅 뚫은 그 구멍에다 나무 쐐기 박고 물을 부으면 그 불어난 물이 저 거대한 바위덩어리를 짜갠다. 

마찬가지로 두더지 구멍, 벌집은 저 거대한 봉분을 짜개 버린다. 

자 그렇다면 저 서악고분 붕괴 소식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왜 붕괴했는지 그 원인을 찾아야지 않겠는가?

저 고분이 붕괴하고서 그 지점을 내가 올라 살핀 적 있다. 물론 그 현장 잠짠 견학에 어찌 원인이 이것이라 장담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일정한 흐름이 간취되었으니, 봉분 정상 바로 맡에서 껍데기가만 홀라당 까졌다.

속내는 건딜지도 못하고 껍데기만 홀라당 까졌다.

간단히 말해 속내는 멀쩡했고, 그 속내는 시멘트 같았다. 

껍데기는 왜 벗겨졌는가? 꼭 그것이 두더지 구멍 말집인지는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장구한 시간이 흐르면서 후대에 보강한 그 지점, 혹은 잔디 같은 풀이 자라 썩으면서 형성된 그 지층이 벗겨진데 지나지 않았다. 

저 현장을 통해 우리가 얻었어야 하는 교훈은 딱 하나다.

왜 벗겨졌는가? 그 원인은 무엇인가? 

그 원인을 찾아야 치료법이 나오지 않겠는가?

한데 무슨 짓거리를 일삼았는가? 

정작 해야 할 이런 일을 전연 하지 않고, 기어이 삽자루 곡갱이 자루 갖다 대고선 멀쩡한 속내를 파제꼈다. 

찰과상 입었는데, 그 촬과상 피부 몽땅 벗겨내고 뼈까지 침투한 꼴 아니고 무엇이랴?

이러고도 너희가 문화재를 한다 하겠는가? 

이런 돌팔이가 판치는 데가 문화재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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