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록스 이야기 (4) 토착설들을 눌러버린 유전학
동물 사육의 기원은 오래된 문명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과거 동물고고학 기법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을 때에는
좀 오래된 문명이라면 모두 가축 들 중 이런 이런 종류는 우리 나라에서 처음 나왔다는 주장을 많이들 했다.
가축을 처음 사육화하여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했다는 것은 일종의 자부심인 셈이다.
때문에 이 삼십년 전만 해도 가축의 기원에 대해서는 이설이 난무했다.
말을 예로 들어보면,
야생말을 포획하여 말 사육을 시작한 것은 남시베리아 일대일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 세계 말이 모두 거기서 기원한 것은 아니다.
우리 동네도 "독자적"으로 말 사육을 시작했다.
이런 시각으로 접근한 연구들이 많았다는 말이다.
물론 지금은 전 세계 말은 모두 남시베리아 야생마의후손임은 결판이 나버려 거의 이설이 없는데,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유전학적 연구 때문이다.
고고학에서 유전학적 연구가 가진 막강한 파워는 동물 뿐 아니라
인류의 기원 문제에도 관련되어 있는데,
현대 인류의 기원을 그리 멀지 않은 옛날 소수의 사람들이 아프리카에서 나와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는 것이
바로 소위 말하는 "Out of Africa" 설이 되겠다.
전 세계 모든 인류를 "We are the world",
매우 가까운 친척으로 묶어 버린 이 설에 대해서도 초창기에는 저항감이 심하여,
중국 같은 경우는 아프리카에서 나온 현대 인류의 자손이 아니라 별개의 계통이라는 주장을 하고,
그 기원은 북경원인까지 거슬러 올라갈수 있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했다.
물론 이런 주장에도 유심히 보면 고려해야 할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데,
어찌 되었건 지금 중국에 사는 사람들 중에 아프리카에서 기원하여 Out of Africa 이론처럼
전 세계로 확산된 인류의 일부임을 부정할 수 있는 유전학적 증거가 나온 바 없으니,
중국의 이러한 주장이 간단히 제압된 이유는 역시 유전학적 연구 때문이 되겠다.
오록스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여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까지도 자신들이 키우던 소는 고유한 것으로
토착 야생종을 순화시켜 가축으로 만든것은 바로 자신들이라는 주장이 꽤 있었다.
우리의 경우 한우에 대해서도 이런 믿음이 아직 있는데,
예를 들어 한우는 오랜 옛날부터 한반도에서 키운 토착종이라던가 하는
한우의 기원에 대해 이설이 꽤 있었으며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일본소는 뭔가 특별한 존재라는 믿음이 계속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신념은 동아시아 소의 유전학적 연구의 결과,
근거 없는 것임이 밝혀졌다.
동아시아의 소는 유전학적 연구 결과로 보면 이렇다.
중국 땅은 이른바 남중국과 북중국을 경계하는 진령-회하선을 경계로
그 북쪽은 메소포타미아 기원의 혹없는 소가 전파되어
황하유역에서 번성하다가 그 일부는 한반도와 일본까지 흘러들었고,
그 남쪽은 인도혹소가 퍼져 들어와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와
지금도 이 두 계통의 소가 진령-회하선을 경계로 남북으로 분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한반도의 한우와 일본의 와규는
메소포타미아 기원의 사육소의 거의 끝물에 해당하며
그렇기 때문에 이 두 국가의 소의 도입 연대는 상대적으로 매우 늦은 것으로
한국은 점토대토기 단계를 상회하지 않으며,
일본은 서기 4-5 세기 위로 올라가지 않는 것이다.
아래에 이와 관련하여 출판한 우리 연구실 종설 논문 하나를 연결시켜 둔다.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964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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