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겐도와 일본 미라 이야기] (번외 6): 일본 밀교진언종의 개조 구카이[공해空海, 774~835]
아래는 이전에 필자가 구카이에 대한 쓴 글로 슈겐도 이야기의 번외로 고쳐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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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밀교진언종 쿠카이空海는 굉장히 유명하다.
우리의 원효나 의상 정도 되는 무게가 있다.
일본 불교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밀교진언종의 사실상 개조이기 때문에
그가 처음 일본에 밀교를 들여와 이식한 과정은 굉장히 잘 알려져 있다.
일본 측 설명에 의하면, 그는 중국밀교의 정통을 이은 혜과의 사랑받는 제자로
그가 죽었을 때 구카이는 친히 스승 혜과를 기리는 비문을 짓기도 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사실 일본측 주장이 과장된 측면이 많다.
역사 기록을 보면 당나라로 건너간 구카이는 고생고생하다가
마침내 목적한 혜과를 만난지 반년만에 혜과恵果가 죽어버렸다.
따라서 쿠가이가 과연 어느 정도로 비중있는 혜과의 제자인지 의문이 있다.
겨우 5개월 만에 "스승"이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구카이는 행복하다.
그를 통해 일본진언종 수많은 승려들이 양산되어
그가 실제 이룩한 것에 비해 훨씬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구카이와 관련하여 떠올릴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혜초-.
이 분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엄청난 사람이다.
중국에 밀교승려가 처음 들어온 바로 그해에 혜초는 밀교에 입교하며 진리를 찾아 인도로 간다.
중국에 밀교가 들어온 해와 같은 해에 혜초는 밀교에 입교한 셈이다.
중국으로 돌아와 혜초는 죽을 때까지 중국에서 머물며 불경을 번역했다.
그는 밀교가 중국에서 처음 뿌리 내릴 때 사실상 핵심적 역할을 한 사람이다.
어찌 보면 동아시아 밀교의 전통에서 구카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은 성취를 한 분인데
혜초는 지금 국제 여행가 배낭족 비스무리하게 평가 받고 있는 것 아닐까.
혜초는 후손들인 우리가 신경도 안 쓴 탓일까.
아마 혜초가 일본 태생이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위대한 분으로 칭송받고 있을 것이다.
*** Editor's Note ***
일본어 표기가 항상 문제라, 필자가 말하는 저 승려는 공해空海라, 그 표기는 공해라 해야 그 의미가 확연히 드러나지 구카이 혹은 쿠카이라 하면 그 의미가 우리한테는 쉽사리 전달되지 않는다. 텅빈 바다. 딱 불교 냄새 확연한 이름이다.
물론 이 空海, 곧 くうかい(이것도 필자 쿠카이 라 해야지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경음 격음은 경멸해서 구카이가 되고 만다만) 헤이안시대平安時代 초창기 일본 승려로 현재까지 알려진 그의 법명法名은 교해教海를 거쳐 여공如空을 지나 공해空海로 정착한다.
호가 따로 있어 편조금강遍照金剛이라 했으며, 죽고 나서 약 백년 뒤에 홍법대사弘法大師라는 시호를 받는다. 이런 까닭에 흔히 지금은 홍법대사弘法大師라 일컫는다.
출가 이전 속명은 좌백진어佐伯眞魚(사에키 노마오, さえき の まお).
연력延暦 23년(803), 견당사遣唐使에 포함되어 중국으로 건너가 유학생활을 시작했으며, 영정永貞 원년(805) 2월에 장안 서명사西明寺로 들어가 장안 생활을 시작했다.
이때 그가 배우거나 교유한 승려가 예천사醴泉寺에 머물던 인도 승려 반야삼장般若三蔵이다. 그에게서 밀교를 배운 모양이다.
그해 5월 밀교 제7대조로 평가되는 장안 청룡사青龍寺 혜과恵果를 방문하고는 이후 약 반년간 스승으로 섬겼다. 어차피 유학승은 속성 코스라 공해는 일사천리로 각종 코스를 밟는다.
같은 해 12월 15일, 혜과恵果가 60세로 입적하자 이듬해 원화元和 원년(806) 1월 17일, 공해가 모든 제자를 대표해서 혜과의 업적을 현창하는 비문을 기초했다 하는데, 바로 이 대목 의문을 필자는 지적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그해 3월 장안을 출발해 다음달에 월주越州에 이르러 4개월을 빈둥빈둥하다가 8월에 명주明州를 출발해 귀국길에 오른다.
잠깐이지만 중국에 다녀왔으므로 당시 이런 유학 이력은 그 출세를 보장하는 자격증과 같았으니, 이는 동시대 같은 길을 걸은 신라 승려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무렵 최치원은 유학생 출신 아주 저명한 승려 비문을 짓다가 울분을 토하게 된다.
"중국 유학은 대사나 내가 마찬가지인데, 대사는 야부리로 세상을 호령하시는데 왜 저 같은 놈은 미관말직으로 대사님 같은 사람들 비문이나 짓고 있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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