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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 이야기: 신동훈 & 김태식/1-슈겐도와 일본 미라 이야기

[슈겐도와 일본 미라 이야기] (번외 5): 쇼나이번과 우나사카번

by 초야잠필 2025.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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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한 슈겐도修験道 행자들이 즉신성불卽身成佛을 위해 용약전진하던 무렵은 에도시대였다. 

이 지역에는 당연히 막번체제 하의 번藩이 있었다. 

그 중 쇼나이번庄内藩이 유명하다. 

소설 대망=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읽어본 분은 아시겠지만 

이에야스의 충신이자 맹장에 사카이 다다쓰구酒井忠次라는 인물이 있는데 

이 사람 후손들이 에도시대에 쇼나이번 번주가 되어 대대로 이어졌다. 

도쿠가와 십육신장도 徳川十六将図. 도쿠가와의 맹장 열여섯 사람을 그린 그림으로 다양한 버전이 있다. 2번이 사카이 다다쓰구다. 중앙 최상단에 위치한 도쿠가와 이야에스 바로 옆에 있는 자리로 보면 에도막부 성립 당시 그의 위치를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에도막부 친위번인 후다이다이묘 중에서도 격이 높은 친막부파 중에서도 친막부파였다고 할 수 있다.

이때문에 이들은 메이지 유신 당시 막부를 토벌하려던 신정부군에 맞서 

끝까지 무력으로 저항한 탓에 메이지 신정부에서 알게 모르게 차별을 많이 받았다. 

일본의 동북지역에서 쇼나이, 아이즈会津, 센다이仙台, 모리오카盛岡 등 에도시대 친막부 번이 존재한 지역 주민들은

메이지유신의 보신전쟁戊辰戦争에 대해서는 묘한 시각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메이지유신 당시 신정부군에 맞서다 격파당한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있으면 다시 쓰겠지만, 

여기서는 이 쇼나이번과 관련된 역사소설 이야기를 좀 써보고자 한다. 



たそがれ清兵衛라는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은 영화로 제작되어 크게 히트하고 한국에서도 상당히 반응이 좋았던 것으로 아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황혼의 사무라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바 있다. 

간단한 줄거리는 예전에 한 번 올린 적이 있기 때문에 여기 링크시켜둔다.

아마 지금 영화채널 등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상당히 재미있는, 잘 만든 영화이다. 
 

 

생활인으로서의 사무라이

사무라이 하면 툭하면 칼을 빼들고 할복하겠다고 설치는 괄괄한 무장을 연상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부류의 사무라이가 역사에서 주류로 올라본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생활인으로서의 사무

historylibrary.net

 

 

사무라이를 잡아다 월급장이를 만들어 놓은 에도막부

조선왕조와 에도막부의 가장 큰 차이를 들라면 필자는 행정체계를 꼽고 싶다. 조선왕조 행정조직에서 사대부들이 가는 자리는 소위 청요직이라 해서 따로 떼어두고 나머지 실무직은 제대로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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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역사극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 이는 사실에 기반한 역사소설은 아니다. 

요즘 우리나라 사극을 보면 조선시대 어느 왕 때 같기는 한데 실제로는 평행세계의 어떤 왕 때의 일 아닌가 싶은

역사극의 형식을 띤 판타지 같은 드라마가 많이 유행하는데 이 드라마가 그렇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 배경이 되는 우나사카번海坂藩이란 건 역사적으로 존재한 적이 없다. 

여기 나오는 사람도, 사건도, 완전한 픽션이다. 

하지만 이 사건이 또 완전한 허구라고 보기에도 그런 것이,

무엇보다 사건이 에도시대 시골 번 한 구석에서 벌어졌을 법한 이야기들이고, 

또 실제로 존재한 어떤 번을 본따 허구를 설정했다는 정황증거가 상당히 많이 보이기 때문인데, 

그 모델이 된 번이 바로 앞서 슈겐도 행자들이 들끓었던 쇼나이번이다. 

 

쇼나이번과 야마가타번에는 슈겐도 행자들이 들끓었다. 왼쪽 상단의 주황색이 쇼나이번. 우리의 동해에 접한다.


쇼나이번은 데와삼산出羽三山 서쪽 일대를 차지하고 있어 여기에는 슈겐도 행자가 많을 수 밖에 없었고

심지어는 쇼나이번의 번사蕃士(번에 종사하는 사무라이) 중에도 슈겐도에 매진하여 즉신불卽身佛이 된 사람도 있다. 

이 정도로 심취한 사람들이 많았다면 쇼나이번 입장에서도 뭔가 제재를 했을 만도 한데 

그러지는 않았던 듯

에도막부가 무너질 때까지 이 지역에는 슈겐도 행자들이 별문제 없이 열심히 즉신성불하기 위해 매진한 모양이다. 
 

P.S.1) 이 소설을 쓴 작가는 평생을 우나사카 번이라는 가공의 무대에서 벌어지는 픽션극을 소설로 써냈다. 

이전에 한국에서 영화로 소개된 기무라 타쿠야 주연 무사의 체통(武士の一分)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이것도 위에서 말한 우나사카 번이 지리적 무대다. 

우나사카번이 존재한 적이 없으니 이 사건 자체도 완전한 허구임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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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겐도와 일본 미라 이야기] (17): 즉신불을 모신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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