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 & MISCELLANIES

[기고] 문화부 박미박람회와 국가유산청 국유산업전의 상생전략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9. 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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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문화 행사, 즉 '국가유산산업전'과 '박물관미술관 박람회'를 창조적 융합시켜 한국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중요한 실마리를 발견한다.

하나는 과거의 유산을 답습하며 쇠퇴하는 길을 걷고 있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트렌드를 포용하며 성공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이는 단순히 두 행사의 성패를 가늠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문화유산이 어떻게 대중과 소통하고 공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문화유산을 박제된 과거의 유물이 아닌, 살아 숨 쉬는 현재의 자산으로 만들기 위한 창조적 진단과 제언을 시도한다.
 

2025 박물관미술관 박람회 by 이한용



1. 관(官) 주도에서 민(民) 주도 협력으로의 전환

현재 '국가유산산업전'이 겪는 어려움은 관 주도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관 중심 행사는 시장의 역동성과 민간의 창의성을 담아내기 어렵다.

반면, '박물관미술관 박람회'는 '뮷즈(뮤지엄+굿즈)' 열풍처럼 민간의 아이디어와 협업이 만들어낸 성공 사례를 보여준다.

따라서 두 행사를 포함한 모든 문화 행사는 민간 전문가와 기업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그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는 관리와 지원의 역할을 수행하며, 민간이 주도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행사는 딱딱한 홍보의 장을 넘어, 생동감 넘치는 문화 산업의 생태계로 성장할 것이다.

보다 현실적인 민 주도 성장 대안으로는,

첫째로, '문화유산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도입

정부가 직접 행사를 주최하기보다, 문화유산 관련 스타트업 경진대회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공모를 통해 선발된 스타트업에는 사업화 자금 지원과 전문가 멘토링 기회를 제공하며, 이들이 만들어낸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상품을 '박람회'와 '산업전'에 선보일 수 있도록 연결한다.

이는 행사를 단순히 기업들이 모이는 장소가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창업 생태계로 변화시킬 것이다. 아울러 한국관광코스나 상품으로 연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민간 협력 거버넌스' 구축

행사를 주최하는 중앙정부기관이나 지자체가 민간 조직과 협력해 의사결정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이는 형식적인 자문단을 넘어, 기획 단계부터 예산 편성, 참가 기업 선정에 이르기까지 민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실질적인 거버넌스가 되어야 한다.

박물관 관계자, 문화 콘텐츠 전문가, 디자이너, 마케터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행사의 방향성을 설정한다면, 시장의 트렌드에 맞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기획이 가능해진다.

2. '소유'의 문화에서 '경험'의 문화로 확장

오늘날의 소비자는 더 이상 단순히 문화재를 눈으로 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문화유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비하고, 감각을 통해 직접 경험하며, 그 가치를 소유하기를 원한다.

'국가유산산업전'이 단순한 홍보 부스와 상품성 낮은 기념품으로 채워진 것은 바로 이 지점을 간과한 결과다.

우리는 이제 문화유산을 단순한 유물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문화 콘텐츠로 재해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무형문화재 장인들의 기술을 현대적인 디자인과 결합하여 실용적인 생활용품으로 탄생시키거나, 유산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인터랙티브 게임이나 웹툰을 제작할 수 있다.

관객은 직접 유산을 만져보고, 만들어보고, 즐기면서 문화유산과 정서적인 연결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문화유산은 비로소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창조적 자원이 된다.

3. 지식의 전달에서 정서적 교감으로 진화

두 행사 모두 강연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문화유산을 '학습의 대상'으로만 한정하는 한계가 있다.

진정한 문화의 발전은 지식의 주입이 아닌, 사람과 문화유산 간의 정서적 교감에서 시작된다.

문화 행사는 이제 전문가들의 딱딱한 강연 대신, 유산에 대한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창조적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통 유산을 현대 예술과 융합하는 '유산 재해석' 공연을 기획하거나, VR·AR 기술을 활용해 유산이 탄생한 역사적 순간을 체험하게 하는 '몰입형 전시'를 선보일 수 있다.

또한, 시민들이 직접 유산의 가치를 발견하고 공유하는 '참여형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유산에 대한 애착을 증진시킬 수 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우리는 문화유산을 과거로부터 이어받은 유산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현재의 유산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2024 국가유산산업전



4. 지역과 유산의 연결고리 강화

두 행사는 각각 광주와 서울이라는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 (편집자주..이 부분은 필자가 기억 착란이 있다. 산업전이 경주 기반인 점은 맞으나 박람회는 작년 부산, 올해는 광주라 순회한다.)

이는 한국 문화의 다양성을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진정한 문화유산의 발전은 전국 각지에 산재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고유한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서 시작된다.

따라서 '국가유산산업전'과 '박물관미술관 박람회'는 수도권 중심의 행사에서 확장된 '순회 박람회' 개최도 고려해 봄직하다.

각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유산을 주제로 한 부스를 마련하고, 해당 지역의 장인, 예술가,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경주에서는 신라 유산을 주제로, 안동에서는 유교 문화를 중심으로 한 특화된 전시를 기획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전 국민에게 다양한 문화유산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5.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 구축

두 행사는 물리적 공간에서 일시적으로 열리는 오프라인 행사에 머물러 있다.

이는 접근성과 지속가능성 면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따라서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여 행사 기간 외에도 문화유산 산업의 교류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상현실(VR) 전시관을 구축하여 시공간의 제약 없이 누구나 전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3D 모델링 기술을 활용해 유물들을 온라인에서도 자유롭게 살펴볼 수 있게 한다.

이러한 플랫폼은 또한 문화유산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커머스 기능을 포함하고, 문화유산 관련 전문가와 대중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이처럼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통합적 접근을 통해, 문화 행사는 일시적인 이벤트를 넘어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 산업의 허브로 진화할 것이다.

6.  현실적 예산의 효율화와 추진 체계의 유연화

현재와 같이 막대한 정부 예산을 일회성 행사 운영에만 낭비할 것이 아니라, '민간 투자 매칭 펀드'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초기 시드머니를 제공하고, 민간 기업이나 벤처 캐피털의 투자를 유치하여 문화유산 산업에 대한 민간의 관심과 참여를 높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정부 예산의 직접 투입은 줄이면서도 전체 사업 규모는 확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추진 체계 또한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하는 경직된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행사 전담 추진체 ' 설립하는 방안을 고려해 봄직하다.

이는 정부의 간섭 없이 시장의 흐름과 대중의 요구에 맞춰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정부는 전담기관의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재정적 지원만 담당하고, 행사의 실제 기획과 실행은 민간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이로써 행사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두 행사가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는 한, 대중의 외면을 피할 수 없다.

문화부와 유산청이 일심일체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민간의 창의력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며, 기술과 경험을 결합하는 진취적 자세를 취할 때 비로소 우리 문화유산은 미래 세대에게도 가치 있는 유산으로 남겨질 것이다.

K-pop 포함 K-Culture 글로벌 호응을 창조적 경험하고 있는 우리가, 애써 동굴안에 계속 있어야 할 까닭이 없을 것이다.
 

*** [편집자주] ***
 

 
어제 우리의 국가유산산업전을 존폐 위기로 몰아넣은 케데헌 열풍 속 박물관미술관 박람회 라는 글을 보고선 어느 문화 전문가께서 익명을 전제로 저와 같은 기고문을 보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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