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금관, 그 이해를 위한 심층 탐구] (1) 장송 문제로 맞선 묵자와 순자

묵자는 근간에서 사치를 배격하는 합리주의자에 가깝다. 사실 이는 유가에서도 크게 다를 바 없다. 흥청망청 쓰야 경제가 부흥한다는 논리는 동아시아 사상체계에서 보면 없었다 봐도 무방하다.
흉노 정벌 전쟁이 한창일 적에 저와 비슷한 주장이 장사꾼들 출신한테서 나오기도 했고, 사마천 역시 이런 관점에서 경제론을 기술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소수의견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런 그들조차도 자가 당착은 뚜렷해서 왜 동아시아가 자본주의 사회로 나아가지 못했느냐 하는 근간하는 원인을 이런 데서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상홍양이니 하는 이른바 중상주의자들도 경제진흥을 주장하기는 했지만 그들 역시 사치는 배격해야 하며 그런 사치는 요즘말로 하면 사치세를 거두어 국고로 환수해 국가를 부강하게 해야 한다는 논리에 다름 아니었다.
마르크스가 좋아할 말은 다 해 놓았다.
사치 배격과 이를 통한 민생 진흥이라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저 대의에는 묵가나 유가가 모두 같은 방향이었지만, 액션 플랜에서는 아주 달랐으니, 이런 흐름이 가장 크게 충돌한 지점이 장송葬送이었다.
아주 간단히 추리면 묵가 계열에서는 극도하는 검소주의를 주장한 데 견주어, 유가 계열에서는 살아있을 때와 똑같은 귀신 섬기기를 주장했다.

이런 묵가 계열 장송 시스템 혹은 사상을 박장薄葬이라 하는데 견주어 유가의 그것은 후장厚葬이라 한다.
두 흐름을 정리하면 묵자는 명실상부라고 한다면, 공맹과 순자 계열 유가는 분리주의였다.
묵가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검소를 주장한 반면, 유가는 죽은 사람을 위한 장례를 정성스럽게 치르는 일은 사치와는 관련이 없다고 보았다.
죽은 사람을 산 사람과 똑같이 대접하는 일이 어찌 사치냐? 죽은 사람을 몸만 덩그러니 보내는 그런 일이야말로 불효로 간주한 것이다.
저런 기반이기에 묵자는 아주 쉽게 정리하면 죽어서 몸둥아리만 묻히면 그만이고, 공맹은 산 사람으로 간주해 정성을 다해 살아있을 때 모시던 것처럼 죽어도 그리 해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이런 점들이 아주 기이하기만 한데, 묵자는 그 자신도 그렇고 그를 따르는 무리 대다수가 실은 수공업자 테크노크랏이었다.
수공업자가 먹고 살기 위한 절대 조건이 실은 사치에 있음에도 이상하게도 극도하는 절약을 주창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유가 계열에서는 이런 모순이 안 보이는가?
정성을 다한다 했지만, 그네들 도덕철학 경제학 원리에 따르면 살아서도 빈한, 죽어서도 빈한이어야 했다.
비록 등따시고 배부르고 싶은 욕망은 인간 본연하는 마음이라는 맹자의 갈파가 있었지만, 그렇다 해서 맹자가 무슨 경제부흥론자이겠는가?

암튼 언뜻 보면 같은 데서 출발한 듯하지만, 그 액션 플랜에서는 그렇게 달랐기에, 묵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관은 세 치 두께면 충분히 썩고, 수의는 세 벌이면 시신이 썩는데 충분하다. 땅은 깊이 파되 아래로는 물이 스며들지 않고 위로는 기氣가 새어 나오지 않으며, 봉분이 어디인지 알 수 있으면 그만이다. 곡하며 가고 곡하고 오니 돌아와서 먹고 사는 생업에 종사한다.
이것이 그의 절용節用론 핵심이다.
다른 저와 비슷한 맥락을 이루는 말이 묵자 책 전반을 관통하지만 저것 하나로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장송 제도를 고찰할 데는 충분하다.
묵자의 저런 생각은 결국 뭐냐? 죽은 사람한테 쓸 돈, 산 사람한테 쓰자! 이거였다. 그런 점에서 묵자는 철저한 인본주의자 맞다.
묵자 교단 수공업자들이 간과한 결정적 패착이 이것이었다.
자신들이 만든 물품을 팔아먹으려면 죽어서도 무덤으로 자신들이 만든 물건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야 했으나, 그런 수요를 그네들은 산 사람들한테서만, 것도 일상에서 뽑고자 한 것이다.
마누라가 이뻐 보이면 처가 말뚝을 보고도 절을 한다 했다.
이 말에는 더 중요한 말이 빠졌다. 마누라가 미우면 처가 말뚝만 봐도 오바이트가 난다는 말이 빠졌다.
묵자를 뼛속 깊이 증오한 맹자와 순자는 어떤 좋은 말도 묵자가 한 말이라면 일단 씹어돌리고 본다.
저승으로 가는 물건은 왜 금관까지도 대충대충 대강대강 만드는가?
https://historylibrary.net/m/entry/crown-1
저승으로 가는 물건은 왜 금관까지도 대충대충 대강대강 만드는가?
신라 금관이 겉보기와는 달리 대충대충 만들었고, 그 무덤 속 실질 기능은 관이 아니라 facial mask, 곧 death mask라 하니깐 내셔널리즘 투철한 일부 독자, 혹은 그런 물건을 미국 대통령한테 대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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