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기 시대 흑사병은 양이 퍼뜨렸다?
우랄 인근 4천년 전 양 유해에서 예르시니아 페스티스 검출
by University of Arkansas

중세 시대에 흑사병은 유럽 인구 3분의 1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벼룩은 흑사병균인 예르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를 옮겨 감염된 쥐로부터 수백만 명에게 흑사병을 전파했다.
또 다른 초기 예르시니아 페스티스 변종은 5,000년 전 청동기 시대에 나타났다.
이 변종은 유라시아 전역에서 2,000년 동안 사람들을 감염시키다가 사라졌다.
중세 시대 흑사병균과는 달리, 이 초기 청동기 시대 변종은 벼룩을 통해 전염되지 않았다.
흑사병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광대한 지역에 퍼져나갔는지는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최근 아칸소 대학교 고고학자 테일러 헤르메스Taylor Hermes를 포함한 국제 연구팀이 청동기 시대 흑사병이 인간이 아닌 숙주에서 감염된 최초의 증거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현재 러시아 남부 우랄 산맥, 카자흐스탄 국경 인근에 위치한 요새 유적 아르카임Arkaim에서 출토된 4,000년 된 가축 양에서 페스트균(Y. pestis) DNA를 발견했다.
이번 발견은 청동기 시대 흑사병이 어떻게 그렇게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는지에 대한 중요한 연결고리를 제공한다.
"청동기 시대 양에서 발견된 예르시니아 페스티스 게놈이 선사 시대 페스트 계통 숙주와 진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라는 제목의 연구 결과는 학술지 Cell에 게재되었다.
공동 저자들은 하버드 대학교와 독일, 러시아, 한국의 유수 연구기관 소속이다. [한국에서는 서울대 정충원이 들어갔다.]

행운의 발견
헤르메스 교수는 고대 가축 DNA에 대한 대규모 연구를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헤르메스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동물의 뼈와 이빨에서 DNA를 분석하여 가축화한 소, 염소, 양이 어떻게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유라시아 전역으로 퍼져나가 유목 사회와 제국을 형성하게 되었는지 추적하고 있다.
헤르메스 교수는 "고대 샘플에서 가축 DNA를 검사할 때, 복잡한 유전적 오염 물질이 섞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는 특정 동물의 DNA를 명확하게 식별하는 데 큰 장애물이지만, 동시에 가축 떼와 그 사육자들을 감염시킨 병원균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 연구는 고도의 기술과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숙주의 DNA는 시료에 있는 다른 모든 DNA로부터 걸러내야 한다.
뼈와 치아가 묻힌 주변 토양에 산 생물들은 자신의 DNA를 남긴다.
연구자들 스스로도 타액과 피부 세포의 DNA로 시료를 오염시킨다.
이렇게 추출된 DNA 조각은 대개 50개 염기쌍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인간의 완전한 DNA 가닥은 30억 개 이상 염기쌍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동물 유해는 일반적으로 조심스럽게 매장되는 인간 유해만큼 잘 보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동물을 요리할 때 발생하는 열이나 남은 음식물이 쓰레기 더미에 버려져 비바람에 노출되면 유전 물질이 손상된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아르카임에서 발굴된 가축 시료를 분석하던 중, 헤르메스와 그의 동료들은 양 뼈에서 예르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의 DNA를 발견했다.
"우리 팀에게는 경종이었습니다. 인간이 아닌 시료에서 예르시니아 페스티스 게놈을 추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헤르메스 말이다.
"우리는 아르카임이 초기 승마, 인상적인 청동 무기, 그리고 중앙아시아로의 상당한 유전자 유입으로 알려진 신타슈타 문화Sintashta culture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에 특히 흥분했습니다."

다음으로 답해야 할 질문
과학자들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청동기 시대 흑사병의 동일한 균주가 발견된 사례를 수없이 많이 발견했다. 이 질병은 어떻게 그렇게 광범위하게 퍼졌을까?
"단순히 사람들의 이동 때문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우리가 연구한 흑사병에 걸린 양들이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질병이 사람, 가축, 그리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자연 숙주'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확산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연 숙주는 유라시아 스텝 초원의 설치류나 철새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역시 헤르메스 말이다.
자연 숙주natural reservoir란 박테리아를 보유하지만 병에 걸리지 않는 동물을 말한다.
중세 시대에는 쥐가 자연 숙주였고 벼룩이 페스트균(Y. pestis) 매개체였다.
오늘날에는 박쥐가 에볼라Ebola나 마버그 바이러스Marburg virus 같은 병원체의 자연 숙주로 알려져 있다.
헤르메스 교수는 이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아르카임 인근 남부 우랄 지역에서 사람과 동물 샘플을 발굴할 예정이다.
그는 페스트균 감염 사례를 더 찾을 것이다.
청동기 시대는 신타슈타 문화 사람들이 더 많은 가축을 기르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말을 능숙하게 타기 시작한 시기였다.
청동기 시대 흑사병은 동물과의 접촉이 잦아지고 병원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자주 이동하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헤르메스는 수천 년 전에 일어난 일이지만, 고대 흑사병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고 믿는다.
새로운 경제적 욕구로 자연환경을 침범할 때,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교란할 수 있는 생태계의 섬세한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는 "자연의 힘을 더욱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More information: Ian Light-Maka et al, Bronze Age Yersinia pestis genome from sheep sheds light on hosts and evolution of a prehistoric plague lineage, Cell (2025). DOI: 10.1016/j.cell.2025.07.029
Journal information: Cell
Provided by University of Arkans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