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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수송동 우리공장에서는 올해 제6회 수림문학상 시상식이 있었다.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공동 제정 시행하는 상이니만치 이 자리엔 우리 공장 조성부 사장과 수림문화재단 유진룡 이사장이 참석해 김의경 작가를 시상했다. 심사위원장인 소설가 윤후명 선생도 자리를 함께했다.


단짝을 잃은 유 장관은 시종 웃음을 잃지 않으려 했지만 줄곧 얼굴이 어둡다. 뭐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기분 더럽다"는 한마디에 모든 것이 녹아있다. 식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 장관은 친구가 잠든 삼성병원으로 냅다 도로 갔다.


수상작가 김의경이다. 나도 기분 한번 내봤다. 수림재단 감사 최규학 전 문체부 기조실장도 재단 관계자로 참석했다. 형 역시 어제의 비보로 기분이 말이 아니다. 

김작가는 《콜센터》로 수림문학상을 거머쥐었다. 작가 자신이 콜센터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 만연한 갑질을 폭로했다. 이 점 높이 평가받았다. 부디 베스트셀러를 기대해본다.  

[수림문학상] '짠하고 아린' 이 시대 청춘의 초상 '콜센터'

부부 탄생을 축하하는 풍악 뒤로하고는 비자나무 숲을 지나 약사암 향해 산길 오른다.


저 비자나무 숲은 천연기념물이라, 현지서 만난 장성군 담당 공무원이 이르기를, 저 나무는 죽어도 베어내지 못한단다. 썩은 시체 용케 얻어걸리면 바둑판 몇개라도 만들려 했더니 예선 걸러먹었으니, 지정되지 않는 구역에서 찾아봐야겠다. 저 나무 주된 용처가 바둑판이다.


오후 세시가 넘었으므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며 선사하는 끝물단풍은 홍등가요 갓잡은 소에서 썰어낸 살코기 빛이다. 붉음 노랑 교집합 화려하다. 문득문득 돌아보며 저를 찬탄한다.



땀 많은 체질 탓이기도 하려니와, 금새 온몸은 땀 범벅이라, 찌린내 몸에 밸까 약사암 올라 훌러덩 잠바때기 벗어제끼니 이파리 향기 머금은 계곡 바람 쏴 하니 피부를 훝는다.

이 약사암은 저 계곡 아래 백양사 전경을 조망하는 곳이라 해서 백양사에 들르는 이는 모름지기 찾아야 하는 곳으로 통하거니와 말하자면 참새한테 방앗간 같은 곳이라, 다만 이날은 약간 늦어 백양사는 그늘에 든 시간이었다. 


오는 길 되짚어 뚜벅투벅 걸어내리며 이번엔 전면 산아래로 펼친 노랑밭을 전면으로 응시하고, 계곡도 쳐다보고, 비자나무도 어루만져 본디. 


올해는 놓치는가 했더랬다. 지난 여름이 기록적인 폭염을 선물한 만큼 겨울 역시 그만큼 걸음걸이가 빠른 듯한 까닭이었다. 다행히 막차를 탔으니 끝물은 겨우 부여잡은 셈이다.



남도 장성 땅, 백암산이 품은 백양사 쌍계루에선 주말 지인의 결혼식이 있었다. 단풍 축제가 끝물이라 그런지 백양사로 들어가는 외길 일차선은 차량으로 범벅이나, 거북이 걸음이 좋은 까닭은 그래도 몇가닥 남지 않은 단풍 끝물을 느긋이 감상케 하기 때문이다.


경내로 들어서니 곶감을 깎고 말린다. 처마밑 곶감이 주변 단풍과 하모니를 맞춘다.


좌판 벌여놓곤 모시 송편을 파는데, 빚어 찌기 시작한 송편이 김이 모락모락한다. 녹색이 빛을 발하는데 참기름을 발라서인지 아님 빛이 그랬는지 알 수는 없다. 듣자니 송편 만드는데 쓰는 모시는 영암이 산지라 한다. 


결혼하는 지인은 직전 부석사에 관한 역저를 냈다. 하객들한테 그 책을 싸인을 해서 증정한다. 그 모습 보며 빙그레 말한다.

"장개 가는 거요? 출판기념식 하는 거요?"

좀 아쉬운 듯해 한마디 더 보탰다.

"초판은 결혼식장에서 다 소진하는구만?" 


신부도 아는 분이라 반갑게 인사한다. 실은 장성에 도착한 간밤에 예비신랑한테 전화를 했더랬다.

"오늘 장개가는 거 맞소? 그새 찢어진 건 아니유? 장개 가는 시간은 몇시요?" 

난 몰랐다. 전화한 시간이 새벽 한시반이란 걸. 뭐 그럴수도 있지 신부가 그 늦은 밤에 전화해서 깨우냐며 파안대소한다. 알콩달콩 재밌게 해로 하소서라는 말로 받아치며 "아니 요새는 말세라더니, 결혼식도 하기 전에 같이 잠을 잔단 말이요?"라고 묻고 말았다. 


부조금도 냈겠다 인사도 했겠다 떡본 김에 제사 지내기 시작한다. 겨울로 가는 길목, 그 마지막을 불태우는 가을을 부여잡아 본다. 바짓가랭이 붙잡는 심정이다. 보통은 저쪽 맞은편 징검다리에서 쌍계루룰 찍으나, 오늘은 날이 날이만치 이곳에서 저들을 감상한다. 


가자, 이젠 약사암으로 발길을 돌린다.


  1. 글쓰는 엔지니어 2018.11.12 13:46 신고

    아름다운 결혼식 풍경이네요 ㅎㅎㅎㅎ 보기 너무 좋아요 ㅎㅎ

  2. 먹튀 2018.11.12 14:56 신고

    우와 좋네요 ㅎㅎ

전남 장성땅 읍내 한 식육점 광고문안이 하도 요란해 옮겨온다.

"오늘 먹을 고기를 내일로 미루지 말라.
"기분이 저기압일 땐 반드시 고기압으로 가라"
"참지마라 고기는 항상 옳다"

심신으로 찬동 하니 나는 따를 의무가 있다.
철철 피넘치는 소고기가 나왔다.
육회 일종인 셈인데 남도 지역엔 흔한 식습이다.
먹어준다.
죽여준다.

그래
고기는 항상 진리니깐.

이천삼사백년 전 중국 땅에 맹가(孟軻)라는 있어, 그가 말하기를 


군자에겐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니, 천하에 왕노릇 하는 일은 그에 들지 아니한다. 부모가 모두 살아계시고, 형제가 별 탈이 없는 것이 첫번째 즐거움이요, 하늘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사람들에게 비추어 내가 쪽팔리지 않음이 두번째 즐거움이며, 천하의 뛰어난 인재를 얻어 그를 가르침이 세번째 즐거움이다. 

君子有三樂, 而王天下不與存焉; 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也; 得天下英才 而敎育之 三樂也. 


《맹자孟子》자 진심(盡心) 편에 보이는 저 세 가지가 꼭 저에 드느냐 하는 논란은 시대에 따라, 개인 취향에 따라 다름이 없진 않겠지만, 요새는 저 두 번째가 절실히 다가온다. 하늘 우르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고, 다른 사람들한테 서도 쪽팔리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를 우리는 휴밀리에이션humiliation이라 한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장치가 이것이라고 본다. 





이 휴밀리에이션은 그것을 절감하는 이에게는 눈을 들지 못하게 하거니와, 그 동인이 내적인 일도 있겠고, 외적인 일도 있겠거니와, 그 어느 것이나 그것이 꼭 원망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면야 괜찮은 충격파다. 이 휴밀리에이션이 지닌 정화 기능 중 하나가 환상 타파와 미련 짜르기다. 간단히 말해 미몽에서 깨어나는 지름길이다.  


이 군자삼락君子三樂이 시대에 따라 새옷을 입기도 하거니와, 요새는 첫째 락이 잘난 부모요, 둘째 락이 잘난 마누라며, 셋째 락은 잘난 자식이다. 부모가 나한테 물려줄 변변찬은 유산 없으면, 처가 혹은 시가라도 있어야 하며, 두 군데 다 쫄딱 망해도, 방탄소년단 같은 자식 하나 있으면야 만고땡 눌루랄라 하지 아니하겠는가? 




조선 순조 연간에 김녕김씨 중시조이며 단종복위 운동에 가담해 순직한 백촌 김문기 선생을 배향한 섬계서원剡溪書院이 이 종족 집성촌 중 한 곳인 지금의 경북 김천시 대덕면 조룡리 양지마을 산기슭에 들어섰으니, 그 축대 서쪽에 기댄 이 노거수老巨樹를 내가 어릴 적에, 그리고 동네서는 지금도 패구나무로 부른다. 개똥이 삼룡이처럼 이 나무를 특정하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그 수종을 일컬어 이리 부르는 것이다. 


이 나무가 지난주에 이런 모습이었으되 지금은 아마도 저 노랑잎 다 떨어뜨리곤 앙상하게 변했을 것이다. 그때 이미 바람 한 번 불때마다 쏴쏴 하며 서로 비비는 소리를 지르며 수백 이파리가 한 움큼씩 떨어져 나갔으니 말이다.

이 패구나무는 특징이 울퉁불퉁이다. 곧게 자라는 법이 없어 비뚤비뚤 줄기와 가지가 뻗어나가는가 하면 피부는 옴이나 종기나 난 듯해 비늘이 인다. 특히 늙을수록 더하다. 눈이 수북히 쌓인 모습이 특히나 인상적인 까닭이다. 

그런가 하면 여름이면 그늘을 주니 저 패구나무가 다른 데를 보아도 동네어구나 마을광장이나 서원 향교 같은 데서 사랑 받는 이유를 조금은 알겠더라.

나는 어릴 적에도 저 패구나무가 좋았고 지금도 그렇다. 난 오십년 지나며 팍삭 늙어버렸는데 저 패구나무는 내 어릴 적에도 저 모습이요 지금도 내내 저리 팍삭 늙은 모습이다. 자세히 살피면 온몸에 생채기 더 생겼을 테지만 저가 주는 한결과 푸근이 좋다.

저 패구를 서울 사투리로는 팽이라 하며, 저 나무를 팽나무라 하는 모양이다. 


제齊 선왕宣王이 맹자한데 물었다.

"(제후인) 탕湯이 (천자인) 걸桀을 몰아내고, (역시 제후인) 무왕武王이 쳐들어가서 (천자인) 주紂를 처단했다는데 그런 일이 있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전해오는 말에 그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왕이 말했다.

"신하가 그 임금을 시해하는 일이 가한 일입니까?"

맹자가 말했다.

"인仁을 해치는 자를 적賊이라 하고, 의義를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 하며, 이런 잔적殘賊한 사람을 단지 한 놈이라고 할 뿐입니다. 그 한 놈 주를 주벌했다는 말은 들었어도 임금을 시해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습니다." 


파리 개선문



齊宣王問曰:「湯放桀,武王入伐紂,有諸?」孟子對曰:「於傳有之。」曰:「臣弒其君,可乎?」曰:「賊仁者,謂之賊;賊義者,謂之殘,殘賊之人,謂之一夫。聞誅一夫紂,未聞弒君也。」 (《孟子》 梁惠王章句下)

각중에 생각이 났다. 어딘가 익숙한 데라는 생각이 미쳤다. 바로 우리 공장 앞마당이었다. 



우리 공장 연합뉴스 수송동 사옥과 조계사 사이에 위치하는 작은 공원이어니와 정식 명패도 없으나 이곳이 위치한 동 이름을 따서 보통 수송공원이라 부른다. 사방으로 저들 외에도 고층건물이 둘러쌓으니 코리어리 대한재보험과 목은 이색을 중시조로 삼는 한산이씨 대종친회 건물, 서울지방국세청, SK건설, 서머셋호텔 등등이 병풍처럼 둘러쳤다.





지금은 좁디좁은 이곳은 녹록치 아니한 역사의 현장이라 중동학교가 있었고, 신흥대학이 있었으며


보성사도 있었고, 화가 고희동과 안중식도 이곳을 터전 삼았는가 하면, 대한매일신보가 태어난 곳도 이곳이다.


이곳은 또한 숙명여고가 1980년, 강남 개발 붐을 타고서 강남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대략 팔십 성상을 터 잡은 곳이기도 하니, 이곳에 그 유허비가 남아 그 편린을 희미하니 증언한다. 이를 보건대 본래 터 정확한 위치는 '한성부 中? 수진방壽進坊 전동磚洞 11統6石'이라 하는데, ? 마크한 글자는 내가 알아보지 못하겠으며, 11통6石은 혹 石을 다른 글자인데 내가 잘못 읽었는지 몰라, 의문점을 표시해 둔다. 이곳은 지금의 종로구 수송동 80번지에 해당한다고 한다. 개교는 1906년 5월 22일이요, 서울 특별시 강남구 도곡동 91번지로 이전한 일자는 1980년 2월 25일이라 한다. 이 유허비를 세울 당시 숙명여자중고등학교장은 정충량이라 밝힌다. 

강남으로 넘어가 번성을 더욱 구가한 이 숙명여고가 연일 언론지상을 장식하거나와, 이곳에 재학생으로 댕기는 쌍디 자매가 올들어 삼학년이 되면서 성적이 쑥쑥 일취월장한 일이 대서특필이라, 이 쌍디 아부지가 다름 아닌 이 학교 교무부장이라 해서 난리가 아니다. 

뭐 숙명여고 출신자들, 혹은 이를 잘 아는 서울 사람들한테야, 숙명여고가 명문일지 모르나, 그렇지 아니한 사람들한테도 이 쌍디 자매와 그 아버지가 숙명여고라는 이름을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 했으므로, 축복이 있을진저! 


  1. 아파트담보 2018.10.30 18:38 신고

    쌍동이가 숙명이였고나...

아침에 시신을 봤다. 아마 우리 공장 유리벽에 돌진해 반열반하셨나 보다. 아님 마누라한테 볶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아미타 극락왕생 기원할 겸 정화하러 나선다.


어디로 잡을 것인가? 찬바람 쌩쌩하니 이쯤이면 창덕궁 단풍 제철이리란 경험믿고 무턱대고 나선다.


난 품계가 없으니 인정전 뜰 문턱에서 임금한테 안부인사 간단히 하려는데, 문지기 하는 말이 이곳 쥔장도 뒤안으로 비빈 잔뜩 대동하고는 단풍 구경 갔다더라. 쫓는다. 


숲길 청단풍 무성하다. 단풍이 덜 들었다 투덜대는 사람도 있어 청단풍이라 그렇다며 실망하긴 이르다 달래며 숲길 통과한다.


주합루로 들어서니 별유천지 비인간이라 글쎄 기다려 보라 하지 않았던가 핀잔한다. 이구동성 왜 비원인가 적이 동의하는 듯 하니 내 어깨 괜히 들썩인다.


불로문不老門이다. 예 통과하면 늙지 않는다니 백발 다시 검어질까? 수면 아래도 단풍이요 소나무는 대가리부터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무삼 말이 필요하리오?


깊이깊이 들어간다. 코딱지만한 바위에 비류직하 삼백척이라 뻥을 친 숙종도 오늘은 용서하리라.




불탄다. 오늘에야 비로소 만산홍엽滿山紅葉이다.  

너흰 붉어서 좋고 노래서 좋겠다. 나는 속이 불타고 하늘이 노랗다.



  1. 아파트담보 2018.10.29 20:06 신고

    오우 예스! 구깅 한번 잘 했습니다. 품계도 없이 막 들어갔군여. 캄사해여.

  2. esstory 2018.10.29 22:49 신고

    창덕궁 단풍 덕분에 잘 구경 했습니다 이번 주말에 좀 남아있을래나요

전국시대 말기 유가儒家 계열 사상가 순자荀子가 전대 문헌에 보이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순자荀子》 왕제王制 편에 보인다.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뜨게 하지만 배를 엎어버리기도 한다. 

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则载舟, 水则覆舟. 


이를 근자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박근혜를 탄핵하고, 감옥에 집어넣어버린 촛불혁명이다. 


1차 촛불시위



순자가 인용한 저 문장, 4구체인데, 유독 庶人이라 슨 대목이 2음절이라 벗어난다. 혹 民 혹은 臣 정도 단음절 글자인데 후대에 바뀐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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