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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목사 내아



한시, 계절의 노래(165) 


흥화사 정원 정자에 쓰다(題興化寺園亭)


  당 가도 / 김영문 選譯評 


천 집을 허물어

못 하나 파서


복숭아 오얏 심지 않고

장미 심었네


장미꽃 지고

추풍이 불면


정원 가득 가시 남는 걸

비로소 알리


破却千家作一池, 不栽桃李種薔薇. 薔薇花落秋風起, 荊棘滿庭君始知.


돈과 권력을 종교로 떠받드는 자들은 다른 사람의 비애나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의 터전을 빼앗아 자신을 과시하기에 급급한다. 천 명이 사는 집을 허물어 자신만을 위한 관상용 연못을 만든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온갖 갑질에 전념한다.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만행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이 시인은 또 복숭아나 오얏을 심으면 봄에는 꽃을 감상할 수 있고, 여름에는 열매를 먹을 수 있다고 여긴다. 장미는 열매가 아니라 가시가 있는 꽃이다. 이 때문에 시인은 권력자들이 연못 주위 울타리에 장미를 심어 가시로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화려한 꽃만 감상한다고 풍자한다. 하물며 그곳이 흥화사라는 절임에랴! 장미는 화려한 꽃만 피울 뿐 달콤한 과일은 맺지 않으며, 꽃이 지고 가을바람이 불면 가시넝쿨로 변한다는 것이다. 도리(桃李)와 장미를 철저하게 민본적 입장에서 바라본 점이 흥미롭다. 현대의 루쉰도 장미 꽃이 아닌 가시에 주목했다. 그는 3.18참사로 자신의 제자들이 학살되자 「꽃 없는 장미(無花之薔薇)」라는 글을 썼다. 화려한 장미꽃에서 꽃은 다 추려내고 가시만 남긴 것이다. 그가 남긴 가시는 죽창보다 준엄했다. “먹으로 쓴 거짓이 피로 쓴 진실을 가릴 수 없다.” 자리만 차고 앉아 복지부동하며 알량한 궤변으로 본질을 왜곡하지 말라. 복지부동과 보신주의도 비열한 갑질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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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산에 올랐다. 이태백이 이 산을 오르면서 떠오르는 상념을 노래한 명편이 있다. 태백 특유의 뻥이 아닐까 싶었지만, 막상 올라보니, 천하의 이 뻥쟁이도 아미산을 제대로 노래하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 절로 했다. 해발에 따라 수시로 풍광이 바뀌었으니, 같은 해발 같은 장소라 해도, 창창한 하늘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돌아서면 다시 짙은 연무였다.(김태식)  



한시, 계절의 노래(63)


은자를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다(尋隱者不遇) 


  당(唐) 가도(賈島) / 김영문 選譯評


소나무 아래에서

동자에게 물으니


스승님은 약초 캐러

가셨다 하네


이 산 속에

계실 터이나


구름 깊어 계신 곳

모른다 하네


松下問童子, 言師采藥去. 只在此山中, 雲深不知處.



이보다 더 쉬운 한자로 쓴 한시가 있을까? 모든 명시가 그런 것처럼 이 시도 평범하기 짝이 없는 글자 조합 속에 만만치 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시의 특징 중 하나는 방문자의 질문이 생략되고 동자의 목소리만 낭랑하게 깊은 산 구름 속을 감돈다는 점이다. 방문자는 은자가 있는 곳을 알기 위해 동자에게 몇 차례 질문을 던지지만 결국은 “구름이 깊어서 계신 곳 몰라요”라는 대답만 듣는다. 이런 막연한 일이 있을까? 우리는 명확한 답을 얻기 위해 질문을 한다. 거듭된 질문을 통해 해답을 찾아간다. 하지만 이 시는 거듭된 질문에 대한 동자의 대답을 통해 우리를 더 모호한 경지로 끌어간다. 그곳은 내 질문이 닿지 않는 속세 너머 세계다. “현지우현(玄之又玄)”의 경지다. 어떻게 그곳으로 다가갈 수 있나? 나는 오늘도 여전히 구름 깊은 산발치에서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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