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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200)


가을 저녁 퇴락한 산사에 묵다(秋晚宿破山寺)


[唐] 교연(皎然) / 김영문 選譯評 


영천 은해사 거조암 영산전靈山殿



가을바람에 잎 떨어져

빈산에 가득


석벽 사이 옛 절엔

잔약한 등불


지난 날 들렀던 이

모두 떠나고


찬 구름만 밤마다

날아 드누나


秋風落葉滿空山, 古寺殘燈石壁間. 昔日經行人去盡, 寒雲夜夜自飛還.


가을을 고독과 비애의 계절로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 추워지는 날씨가 그 원천이 아닐까 한다. 옛날에는 더 그랬지만 지금도 날씨가 추워지면 인간의 활동 반경은 좁아져 집안에 웅크리는 날이 많다. 자연히 찾아오는 손님도 줄어들어 자신의 내면과 마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추위는 인간으로 하여금 따뜻함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오소소 돋는 소름은 추위에 대한 절실한 느낌을 넘어 죽음에 대한 공포까지 감지하게 한다. 이런 시절에는 추수한 곡식을 아껴 먹으며 찬 서리와 눈보라를 견뎌야 한다. 겨울은 가깝고 봄은 멀다. 어쩌면 빙하기를 겪으며 살아남은 인류의 유전자 속에 추위와 죽음에 대한 실존적 공포가 스며든 듯하다. 하나뿐인 인간의 목숨 앞에 추위, 빙설, 고립은 얼마나 두려운 상황이었으랴? 어떻게 생각해보면 화석 같은 느낌인데 그것이 뼈가 시릴 정도로 인간의 감정을 자극하기에, 그건 화석이 아니라 살아 있는 감각임도 확실하다. 가을의 고독과 비애를 읊은 시 중에서 가장 절창을 들라면 나는 주저없이 정완영의 「애모」를 꼽는다. 전체 3련이나 첫 련만 든다. “서리 까마귀 울고 간 북천은 아득하고/ 수척한 산과 들은 네 생각에 잠겼는데/ 내 마음 나뭇가지에 깃 사린 새 한 마리” 형식이 시조이므로 다소 영탄조의 운율과 고답적인 시어가 신선감을 떨어뜨리긴 하지만 가을에 관한 시로서 매우 탄탄한 풍격을 갖추고 있다. 이 시조에 버금가는 한시를 들라면 나는 위 교연의 칠언절구를 첫 손가락에 꼽는다. 절벽 사이에 자리잡은 퇴락한 절집, 온 천지 가득 낙엽이 휘날리고, 잔약한 등불은 꺼질 듯 말 듯 흔들리는데, 캄캄한 어둠을 휘감으며 찬 구름만 처연히 날아들고 있다. 이 시의 가장 큰 미덕은 영탄조의 시어를 한 글자도 쓰지 않고, 가을의 고독과 비애를 묘사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그것을 인간 존재의 근원적 자리에까지 밀고나간 점이다. 인간은 끝내 혼자 죽는 존재다. 이 스산한 가을이 그것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산속에서 은자와 술을 마시다(山中與幽人對酌) 


  당(唐) 이백(李白) / 김영문 고르고 옮김


두 사람 마주 앉아 술을 마신다

산꽃이 핀다


한 잔 한 잔 

또 한 잔


나는 취해 자고 싶어

너도 이제 그만 가


내일 아침 생각나면

거문고 안고 다시와


兩人對酌山花開 

一杯一杯復一杯 

我醉欲眠卿且去 

明朝有意抱琴來







봄날 즉흥시(春日即事) 5수 중 첫째 


  송(宋) 서방좌(舒邦佐)


한낮 동풍에 사립문 절로 열리고 

제비 쌍쌍이 둥지찾아 날아드네

버드나무 솜털꽃 본래 정처 없어

남쪽으로 날더니 돌아오지 않네


正晝東風自展扉 

雙雙燕子望巢飛 

楊花卻是元無定 

吹落南鄰不肯歸



중문학도 김영문 박사 페이스북 포스팅을 약간 손질해서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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