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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77)


가을 밤 시 짓기에 고심하다(秋夜苦吟)


 당 두순학 / 김영문 選譯評 


삼경 끝나도록 시 읊고도

제목도 짓지 못했는데


대숲 바람 솔숲 비는

모두 처연하구나


이 시각 누가 와서

시 읊는 걸 듣는다면


파촉 땅 원숭이가

울 줄 모른다 알아채리


吟盡三更未著題, 竹風松雨共凄凄. 此時若有人來聽, 始覺巴猿不解啼.


가을은 시의 계절이다. 곳곳에 시심을 자극하는 가을 경치가 펼쳐진다. 가을 경치는 시각, 청각, 후각 등 모든 감각을 동원해 시심을 자극한다. 한시를 읽어보면 가을을 읊은 시가 가장 많고 가을 중에서도 가을 밤을 읊은 시가 가장 많다. 하지만 시가 말을 하듯 줄줄 흘러나오면 얼마나 좋으랴? 우리 같은 범인(凡人)들에게만 시 짓기가 어련운 것이 아니다. 시성(詩聖)이라 불리는 두보도 “내 인성이 편벽하여 좋은 시구 탐하는데, 남들 놀라게 못하면 죽어도 안 그치리(爲人性僻耽佳句, 語不驚人死不休)”(「江上值水如海势聊短述」)라고 토로했다. 두보의 명구들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좋은 시구 하나를 찾기 위해 목숨 걸고 시를 쓴 결과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중당(中唐) 시기 고음(苦吟) 시인으로 유명한 가도(賈島)는 “두 구의 시를 삼 년 만에 얻어서, 한 번 읊어보다 두 줄기 눈물을 흘리네(兩句三年得, 一吟雙淚流)(「題詩後」)라고 감격했다. 시 한 수도 아닌 시 두 구만 얻고도 기쁨에 겨워 닭똥 같은 두 줄기 눈물을 줄줄 흘렸다. 만약 완전한 시 한 수를 지었다면 온 천하에 다 들리도록 대성통곡을 그치지 않았을 터이다. 이 시 작자도 대숲에 바람 불고 솔 숲에 비 오는 처연한 가을 밤 시를 짓는다. 떠오르는 시구를 잡기 위해 괴롭게 읊어보지만 한밤중이 지나도록 제목조차 짓지 못해 신음한다. 잘 울기로 유명한 중국 파촉(巴蜀) 땅 원숭이가 우는 걸 잊어버린 것처럼 시가 제대로 지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끙끙대도 소용없다. 이런 때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초심을 회복하여 자신의 자리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 가을 밤 등불 앞에서 좋은 시를 짓기 위해 고심하는 풍경이야 말로 더 없이 아름다운 시 한 수가 아니던가? 우리 삶 자체가 시 한 수이고, 소설 한 편이다. 너무 먼 풍경만 그리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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