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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서울캠퍼스에서 만난 마가목



한시, 계절의 노래(150)


초가을(初秋)


 당 맹호연 / 김영문 選譯評 


시나브로 초가을 밤

점점 더 길어지고


맑은 바람 스산하게

쓸쓸함을 더해주네


불볕더위 물러가고

초가집은 고즈넉한데


섬돌 아래 잔디밭에

이슬방울 반짝이네 


不覺初秋夜漸長, 淸風習習重凄凉. 炎炎暑退茅齋靜, 階下叢莎有露光. 


화룡점정(畵龍點睛)이란 말이 있다. 남조 양(梁)나라 때 장승요(張僧繇)란 화가가 금릉(金陵) 안락사(安樂寺) 벽에 용 네 마리를 그렸는데 용의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까닭을 묻자 장승요는 눈동자를 그리면 용이 하늘로 날아가 버린다고 대답했다. 사람들이 믿지 못하고 굳이 눈동자를 그리게 하자 뇌성벽력이 내리치며 용 두 마리는 승천했고, 눈동자를 그리지 않은 두 마리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화룡점정은 어떤 일이나 사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비유한다. 동진 화가 고개지(顧愷之)도 그림을 그릴 때 전신(傳神)을 중시하며 인물의 눈동자를 찍는데 전심전력을 기울였다. 전신(傳神)은 ‘정신을 전한다’는 뜻이다. 그림에만 이런 이론이 있는 게 아니다. 한시에서도 ‘시안(詩眼)’이란 말이 있다. 한 편의 한시에서 그 시의 주제와 정신이 집중된 한 글자를 ‘시안’이라고 한다. ‘시안’에는 고도로 정련된 전체 시의 이미지나 요점이 함축되어 있다. 그럼 이 한시의 ‘시안’은 무엇일까? 추야(秋夜), 청풍(淸風), 처량(凄涼), 서퇴(暑退), 노광(露光) 등의 시어는 어떤 글자를 바라보고 있을까? 그것은 바로 ‘정(靜)’이다. 이 한시의 모든 시어는 가을밤의 ‘고즈넉함(靜)’을 꾸며주고 있다. 화룡점정처럼 이 한시도 ‘정(靜)’ 자에 이 시의 정신이 집중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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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57)


끄적이다(戱題) 


   당(唐) 맹호연(孟浩然) / 김영문 選譯評 


나그네 취해 자다

못 일어나니


주인이 해장하자

불러 깨우네


닭개장과 기장 밥

익었다 하고


술동이엔 맑은 술

있다고 하네


客醉眠未起, 主人呼解酲. 已言雞黍熟, 復道甕頭淸.


함께 술을 마시며 속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벗이 있다면 당신은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술자리에서조차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위선과 가식으로 일관하기 일쑤다. 하지만 술은 위대한 마력으로 인간의 위선과 가식을 벗겨 버린다. 코가 비틀어지도록 함께 술을 마셔봐야 그 사람의 본 모습을 알 수 있다.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고 서로의 등을 두드려주며 우정은 깊어간다. 함께 술에 취해 잠을 자다가 아침에 해장국을 끓여놓고 잠을 깨우는 벗이 있다면 당신은 더 없이 행복한 사람이다. 나의 아픈 속을 달래주는 벗이야말로 진정한 벗이기 때문이다. 



  1. 연건동거사 2018.06.05 04:46 신고

    河北稱甕頭,謂初熟酒也: 옹두는 처음 익은 술!!


봄 새벽[春曉] 


  당(唐) 맹호연(孟浩然)


봄잠 취해 날 밝는 줄도 몰라

여기저기 뭇새 지저귀는 소리

간밤 비바람 소리 들리더니

꽃잎은 얼마나 떨어졌을까


春眠不覺曉 

處處聞啼鳥 

夜來風雨聲 

花落知多少



  1. 연건동거사 2018.04.15 08:00 신고

    좋은 시입니다.

  2. 한량 taeshik.kim 2018.04.15 09:49 신고

    좋죠? 수묵화 읽는듯한 기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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