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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43)


늦여름 즉흥시(季夏卽事)


 송 조보지(晁補之) / 김영문 選譯評 


붉은 접시꽃 비를 맞아

꽃대 길게 자라고


푸른 대추 바람 없어도

가지 무겁게 누르네


주춧돌 축축하니

사람도 땀에 젖고


찌는 숲 속 매미들

뜨겁게 울어대네


紅葵有雨長穗, 靑棗無風壓枝. 濕礎人沾汗際, 蒸林蟬烈號時.


늦여름 찌는 듯한 더위를 읊은 6언절구다. 이 시만 읽고 있어도 온몸에 곧바로 땀이 솟아오를 듯하다. 무덥고 습기 찬 늦더위를 실감나게 묘사했다. 대학에서 중국문학사를 강의할 때 이 시의 작자가 활약하는 북송 시기에 이르면 매우 곤혹스러웠다. 이 작자의 우리말 발음 때문이다. ‘조보지(晁補之)’는 황정견(黃庭堅), 장뢰(張耒), 진관(秦觀)과 함께 소문사학사(蘇門四學士)에 속하므로 언급하지 않을 수도 없다. 소문사학사란 북송의 대문호 소식 문하의 유명한 네 문인이다. 가능한 한 무미건조하게 이름을 언급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미묘한 기류가 형성된다. 이것뿐이 아니다. 조금 뒤 남송 시기에 이르면 ‘주자지(周紫芝)’가 등장한다. 이 또한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주자지는 남송 초기 시(詩)와 사(詞)에 모두 뛰어난 문학가였으나 당시의 간신 진회(秦檜)에게 아첨하며 영화를 누렸다. 중국 발음으로는 별로 특별할 것이 없지만 우리 발음으로 읽었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모두가 흘러가버린 지난날의 기억 속 작은 편린이다. 지금 중국문학사를 강의하는 분들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하다. 하긴 뭐 중국문학사란 강좌조차 사라진 대학이 있다고 하니 나의 궁금증은 정말 구석기시대의 화석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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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42)


정원 연간 가뭄(貞元旱歲) 


 당 마이(馬異) / 김영문 選譯評 


뜨거운 땅 염천 도성

한 치 풀도 안 남았고


온갖 시내 물이 끓어

물고기를 삶는구나


만물 불타 스러져도

구해주는 사람 없어


옛 『상서(尙書)』 세 편에

눈물을 뿌리노라


赤地炎都寸草無, 百川水沸煮蟲魚. 定應燋爛無人救, 淚落三篇古尙書.


정원(貞元)은 당나라 덕종(德宗)시대 연호다. 정원 19년(803년)에 큰 가뭄이 들어 곡식이 모두 말라죽었다. 이 시는 바로 당시의 참상을 보여준다. 문학적 과장은 있지만 강물이 끓어 물고기가 삶길 정도라 했으니 얼마나 극심한 가뭄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마지막 부분 『상서』에 눈물을 뿌린다는 구절에도 그 옛날 유명한 가뭄과 기우제에 관한 고사(故事)가 포함되어 있다. 상(商)나라 탕왕(湯王)은 건국 후 연이어 5년 동안 큰 가뭄이 들자 갖은 정성을 다해 기우제를 지냈지만 효험이 없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상림(桑林) 들판으로 나가 장작을 높이 쌓고 자신의 몸을 희생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장작더미에 올라 하늘에 간절하게 빌었다. 『순자(荀子)』 「대략(大略)」에 그 상황이 기록되어 있다. “탕왕은 가뭄이 들자 기도를 올렸다. ‘제가 정사를 잘 조절하지 못했습니까? 백성을 고통스럽게 했습니까? 어찌하여 이처럼 심하게 비를 내려주지 않으십니까? 궁궐이 너무 화려합니까? 비빈의 청탁이 심합니까? 어찌하여 이처럼 심하게 비를 내려주지 않으십니까? 뇌물이 횡행합니까? 참소하는 자가 행세합니까? 어찌하여 이처럼 심하게 비를 내려주지 않으십니까?’” 이렇게 자신의 허물을 질책하고 장작더미에 불을 붙이자 하늘에서 큰비가 쏟아져 불이 꺼지고 가뭄이 해소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본래 지금은 사라진 옛날 『상서』에 기록되어 있었다고 하지만 『상서』 현재 판본에는 기록이 없다. 중요한 점은 이 이야기가 진짜냐 가짜냐가 아니라, 나라의 리더가 백성을 위해, 인민을 위해, 국민을 위해 얼마나 진정으로 자신의 심신을 다 바치느냐다. 심신을 바쳐 민심을 위로하고 나라를 구하지 못하면 노도와 같은 민심에 휩쓸려 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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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40)


여름 밤 꿈속에서 짓다(夏夜夢中作)


 송 주송(朱松) / 김영문 選譯評 


만경창파 은하수에

태극 배 띄워놓고


누워서 피리 불며

출렁출렁 흘러가네


달나라 누각은

뼛속까지 추운데


인간 세상에 헐떡이는 소

진실로 못 믿겠네


萬頃銀河太極舟, 臥吹橫笛漾中流. 瓊樓玉宇生寒骨, 不信人間有喘牛.


전설에 의하면 경루(瓊樓)는 달나라 광한궁(廣寒宮)에 있다는 아름다운 누각이다. 천우(喘牛)는 천월오우(喘月吳牛)의 줄임말이다. 《세설신어(世說新語)》 언어(言語)편에 의하면 중국 남쪽 오(吳) 땅의 소는 더위에 지쳐서 밤에 뜬 달을 보고도 해인줄 알고 숨을 헐떡인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해는 뜨거움을 상징하고 달은 차가움을 상징한다. 달나라 궁전을 광한(廣寒)이라고 명명한 이유도 달나라가 춥다는 인식과 관련이 있다. 광한궁에는 누가 사는가? 달나라 여신 항아(姮娥)가 산다. 그 곁에 옥토끼와 두꺼비도 거주한다. 옛날 시인들은 흔히 더운 여름 밤 달을 바라보며 뼛속까지 스미는 한기를 상상했다. 이 시 작자 주송은 이에 더해 이 한기 가득한 시를 여름 밤 꿈속에서 지었다. 꿈속에서 은하수에 태극 배를 띄우고 피리를 불었고, 달나라 광한궁 찬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그 태극 배가 바로 달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반달」, 작사: 윤석중, 작곡: 윤극영)라는 동요 가사와 똑 같은 풍경이다. 이 시 작자 뿐만이 아니다. 구양수, 왕안석(王安石) 등 수많은 사람이 ‘몽중작(夢中作)’을 지었다. 하긴 영국 시인 콜리지가 쓴 「쿠빌라이 칸(Khubilai khan)」도 꿈속에서 지은 시라고 한다. 위대한 시인들의 상상력은 꿈과 현실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셈이니, 한갓 40도도 안 되는 무더위가 무슨 대수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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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38)


시골 풍경 네 수(村景四首) 중 둘째 여름(夏)


 송 진저(陳著) / 김영문 選譯評


시골집에선 모종에 물대러

두레박질 계속하고


상점에선 물을 길어

미숫가루 만드네


어린 아이 맑은 시내에서

한낮에 목욕하고


늙은 나무꾼 푸른 숲에서

시원하게 쉬고 있네


田舍灌苗戽水, 店家汲水施漿. 稚子淸溪浴午, 老樵綠樹休凉. 


옛날 시골 마을의 여름 일상을 한 폭의 그림처럼 묘사했다. 관묘(灌苗)는 곡식이나 채소 모종에 물을 대는 것, 호수(戽水)는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올리는 것이다. 장(漿)은 요즘 말로 표현하면 음료수다. 간장, 미음, 미숫가루, 술 등을 포함한다. 따라서 시장(施漿)은 상점에서 다양한 음료수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 시는 6언 4구로 되어 있으므로 형식상 6언절구에 속한다. 6언시는 5언시나 7언시에 비해 글자가 하나 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그 리듬감과 음보(音步)는 매우 상이하다. 5언시는 대개 “2·3”의 음보로 이루어진다. 예컨대 5언시를 읽어보면 자연스럽게 “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이란 음보로 읽힘을 알 수 있다. 7언시는 5언시 앞에 두 글자가 더 보태졌으므로 당연히 “2·2·3” 음보로 읽힌다. “獨在/異鄕/爲異客, 每逢/佳節/倍思親”이 바로 그렇다. 5언시와 7언시는 짝수와 홀수 음보가 어울리면서 매우 경쾌하고 변화무쌍하며 조화로운 느낌을 준다. 하지만 6언시는 기본적으로 “2·2·2”의 짝수 음보로만 이루어지므로 단조롭고 무겁고 평면적인 느낌을 준다. 이는 5언시와 7언시가 한나라의 변화된 민요(악부시) 리듬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고, 6언시는 사부(辭賦) 계통의 장중한 리듬과 깊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6언시도 5언시나 7언시처럼 한나라 때 추형을 보이고 건안시대에 뛰어난 작품이 창작되기 시작했으며 당나라 때에 이르러 6언 4구인 6언절구가 완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5언이나 7언과 마찬가지로 6언율시와 6언배율도 있다.


한시, 계절의 노래(136)


저녁에 시내에서 목욕하다(晚浴溪上)


 송 왕염(王炎) / 김영문 選譯評


산발치엔 풀 우거져

나무꾼 길 덮였고


시내엔 물이 줄어

돌다리 높아졌네


강 위의 바람 이슬

독점하는 사람 없고


버들 고목 검은 매미

곳곳에서 울어대네


山脚草深樵徑沒, 溪頭水落石梁高. 一川風露無人占, 古柳玄蟬處處號.


시인은 산발치 맑은 시내에 몸을 담그고 있다. 무더운 여름 저녁 시원한 시냇물에 몸을 담그면 온몸으로 스며드는 청량감에 내 몸에 쌓인 열기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다. 더운 여름에 차가운 물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죽음과 같을 것이다. 요즘 도시에서는 대개 샤워로 몸의 열기를 식히지만 옛날 시골에서는 등목으로 여름을 견뎠다. 뜨거운 땡볕에서 밭일을 하다 돌아와 방금 길어낸 우물물로 등목을 하면 뼛속까지 냉기가 스며들었다. 여름 방학에 아이들은 대개 낮부터 저녁까지 앞거랑(개울) 뒷거랑 물 속에 살다시피 했다. 물장구를 치고, 고기를 잡고, 담방구질(잠수)을 하고, 헤미(수영)를 쳐 멀리가기 내기를 하는 등 눈알이 빨갛게 될 때까지 놀았다. 남자 어른들은 사람들의 이목이 미치지 않는 물굽이나 쏘(沼)에서 목욕을 했다. 우리 동네 탑밭은 소나무숲이 우거져 있고 그 아래로 깊은 쏘가 감돌아 어른들의 단골 목욕터였다. 심지어 물밑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샘물이 솟아서 여름에도 오래 몸을 담그고 있으면 오소소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여자 어른이나 처녀들은 여름 밤에 작은 초롱을 들고 모두 앞거랑으로 모여들었다. 캄캄한 앞거랑에서 모두 벌거벗고 목욕을 했다. 훔쳐 보는 남자들이 없었을까? 거의 없었다. 여자들의 남편, 아버지, 오빠, 삼촌들이 남모르게 동네 어귀를 지켰다. 만약 훔쳐보다 들키면 완전히 짐승 취급 받아서 동네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이젠 시골에도 집집마다 샤워기가 설치되어 이런 풍습이 모두 사라졌다. 올해처럼 무더운 여름에는 고향 마을 탑밭의 얼음 같은 찬물이 더욱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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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34)


저녁 더위로 연꽃 연못에서 놀다 다섯 수(暮熱遊荷池上) 중 넷째


 송 양만리 / 김영문 選譯評 


얼마 지나지 않으면

곧 입추인지라


남은 더위에 이르노니

어서 물러가라


야윈 매미 기운 많이

남아 있는지


석양에 소리 잦아들어도

쉼 없이 우네 


也不多時便立秋, 寄聲殘暑速拘收. 瘦蟬有得許多氣, 吟落斜陽未肯休.


매미는 한 달 동안 뜨거운 사랑을 나눴을까? 거미줄에 매달린 매미 시신이 뜨거운 햇살에 말라간다. 오랜 기간 땅 속에서 살다가 짧은 이승의 삶을 마치고 허공에다 영원히 몸을 묻었다. 뜨겁던 사랑, 뜨겁던 여름도 그렇게 물러나고 있다. 이 숨 막힐 것 같은 무더위도 담담하게 망각되어 어느 순간 추억으로 변하리라. 왕가위(王家衛)의 명화 『동사서독(東邪西毒)』에는 ‘취생몽사(醉生夢死)’라는 술이 나온다. ‘취생몽사’를 마시면 머릿속 기억이 사라진다. 황약사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에게 번뇌가 많은 건 기억 때문이라 하더군” 구양봉은 ‘취생몽사’를 마시고 기억을 잃는다. 『동사서독』은 왕가위 영화의 고전이다. 왕가위 영화의 일관된 주제는 ‘무상한 세월과 어긋난 사랑’이다. 그런 의미에서 ‘취생몽사’란 술은 “세월이 약이겠지요”의 홍콩 버전인 셈이다. 입추가 멀지 않았다. 뜨거운 여름 뜨거운 사랑이 물러나고 있다. 아직은 끈적끈적하게 들러붙어 있지만 그 지긋지긋한 집착에서도 조만간 벗어날 수 있을 터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살을 에는 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우리는 아스라이 사라져가는 망각 저편에서 이 뜨거운 여름을 간절하게 그리워하며 추억할 것이다.



한시, 계절의 노래(131)


대나무 부채 두 수(竹扇二首) 중 첫째


 송 왕질(王質) / 김영문 選譯評


죽순 껍질 비단 옷을

남김없이 벗고서


대 한 그루 변화하여

천 가닥 부채살 됐네


시원한 바람 일으키며

세상 더위 받지 않는데


그 누가 맑은 바람이

쉴 때가 있다 하나


脫盡龍兒錦繡衣, 一枝變化作千絲. 泠然不受人間暑, 誰道淸風有歇時.


더위를 쫓는 여름 용품 중에서는 부채가 가장 클래식하면서 가장 널리 보급된 인기 품목에 속한다. 휴대하기 편리하고, 바람 일으키기 쉽고, 예술적 품위까지 갖출 수 있다. 선풍기나 에어컨이 좋다 해도 어떻게 내 몸에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을까? 또 최근 유행하고 있는 손풍기는 배터리로 작동하므로 배터리가 떨어지면 무용지물이 된다. 바람의 질과 양도 변변치 않고 소음도 작지 않다. 하지만 부채는 인간의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는 한 무한 동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부채를 흔들면 내 노동에 걸맞은 시원한 바람을 얻을 수 있다. 손풍기의 디자인이 아무리 좋다 해도 고상한 서예 작품이나 수묵화로 장식된 부채의 예술적 품격에 미칠 수 없다. 이런 연유로 인간은 앞으로도 영원히 부채를 버리지 못할 것으로 확신한다. 다양한 부채 중에서도 가장 많이 보급된 것은 대나무 부채(竹扇)다. 대나무 어린 순(筍)인 죽순(竹筍)은 용아(龍兒) 또는 용손(龍孫)이라고 부른다. 보랏빛 비단에 싸인 것 같은 죽순 껍질이 마치 용의 비늘 같아서 붙은 별명이다. 『주역(周易·건괘(乾卦)』 「문언전(文言傳)」에 의하면 “구름은 용을 따른다(雲從龍)”고 한다. 그럼 대나무 부채를 부치면 구름이 일어나고 비가 내릴까? 요즘 같은 불볕더위에는 모두들 부지런히 합죽선을 부쳐볼 일이다. 그 자체로 시원한 바람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혹시라도 일정한 경지에 오르면 제갈공명처럼 구름과 바람을 마음대로 부를 수 있을지 그 누가 알겠는가?


뜨겁다. 인근 어느 주택가 공사판에 놓인 수은주를 보니 36.2라는 숫자가 찍힌다.

습기가 어제그제보단 덜해 그래도 살 만은 하나 무척이나 볕이 따가와 피부 전체가 오목렌즈 통과한 빛을 쬐는 듯하다.

광화문 전면 쌍으로 버틴 해태상은 이 더위를 어찌 버티는가 등줄기를 보니 아직 땀은 흐르지 아니하는데 땀띠 흔적 완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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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isabu 2018.07.30 18:46 신고

    사진도 문장도 예술이네요.


거듭 강조하지만, 생평을 들판에서 일하면서 보내는 농부도 여름 대낮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러지 아니하는 이유는 그랬다가는 자칫 죽음까지 부르는 까닭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더위 먹었다는 말이 나오는 시기는 이 무렵이다. 요새야 그것을 극복 혹은 억제한다는 미명 아래 냉방병을 운운하면서, 애꿎은 에어컨 탓을 해대거니와, 그러고 보니, 한국사회에 에어컨이 일반화한 시대가 불과 몇 십년이요, 그것이 없거나, 가뭄에 콩나듯 하던 시기는 어찌 이 여름을 보냈는지 그 시절을 겪은 나는 이미 아찔해 진다.  

혹한기 역시 마찬가지이긴 하나, 요즈음 이 혹한이라는 말은 전반적인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혹서에 견주어서는 그 심각성이 덜한 시대로 접어들지 않았나 한다. 

이런 혹서기, 혹은 그 반대편 혹한기에 극한직업 체험한다면서, 농약을 친다면서 한여름 무더위에 논으로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요, 혹은 혹한을 체험한다면서 북극으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소위 현지 체험형 예능 프로그램이 판을 치는 이 즈음, 어느 방송을 보니, 이 여름 아라비아 사막을 횡단하는 이들을 만났으니, 내가 그 장면을 보고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이 역시 언젠간 말했듯이 세상 어떤 미친 놈이 한여름 대낮에 사막을 횡단한단 말인가? 유목민? 혹은 그곳을 무대로 삶을 사는 현지인들? 네버 에버, 그들이라고 무슨 용가리 통뼈 같은 체질을 타고 났기에 그 무더위를 견딘단 말인가? 

이런 여름철, 한국 축구대표팀이 중동에서 가서 경기를 할 무렵이면 언제나 한국 언론을 장식하는 말이 중동 무더위에 우리가 불리하다 하거니와, 이런 무식한 이해가 여전히 그럴 듯한 구호로 통용하는 한국사회다. 어떤 미친 놈이 사막 한가운데서, 더구나 수은주 40~50도를 헤아리는 그런 대낮에 경기를 한단 말인가? 

중동인이, 혹은 적도 일대를 사는 아프리카 친구들이 한국사람보다 더위를 잘 견디는 것은 아니다. 생평을 들판에 사는 농부가 에어컨 빵빵한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여름을 나는 서울 사람보다 무슨 용가리 통뼈라고 이 한여름 무더위를 잘 견디겠는가?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고온에 헉헉대기는 마찬가지요, 그런 더위에 장시간 노출되어선 픽픽 쓰러기지도 마찬가지다. 

걸핏하면 수은주 35도를 넘어버리는 요즘...뭐 올해가 여타 해보다 더욱 기록적인 더위라 하지만, 언제인들 이때 한반도가 그렇지 아니했는가? 

한반도가 들끓는 시기는 딱 정해져있다. 장마가 끝나고 8월이 시작하는 무렵까지 대략 한달이다. 이 한 달, 나는 계속 주창하지만, 한반도 전체가 가동을 멈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무렵이면, 언제나 전력 부족 사태를 초래해, 정부는 우선 관공서에 대해, 그리고 민간에 대해서도 실내 온도 28도를 유지하라 하거니와, 글쎄 올해는 그런 강제가 덜한 듯도 하거니와, 이런 짓거리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실내온도를 몇도 이상으로 맞출 것이 아니라, 그런 실내를 폐쇄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그토록이나, 혹은 걸핏하면 선망하는 OECD 수준 아니겠는가? 이 즈음 나라 전체가 쉬어야 한다. 쉰다는 것은 룰루랄라 배짱이가 되잔 말은 아니지 않는가? 탱자탱자 놀잔 말이 아니지 않는가? 곰이 미련해서 겨울엔 겨울잠을 자는 것은 아니다. 지혜롭기 때문이다. 

이런 무더위도 벌써 8월 문턱에만 들어서면, 수은주가 여전히 35를 오락가락한다 해도 아침 저녁 공기가 달라지거니와, 해운대해수욕장 기준으로 내 기억에 8월5일 무렵이면 바닷물이 차가워져 해수욕이 불가능하게 된다. 시절은 그리하여 변환하고 다시 꼭지점을 돌아 구르고 오르는 과정을 간단없이 계속한다. 


양력 기준 7월은 한반도에 저주의 계절이다. 누가 이런 저주를 퍼부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저주가 반가운 이는 오직 매미와 한여름 반짝 피었다가 사라지는 연꽃 로터스 플라워밖에 없다. 이 즈음 강물과 바다에서는 걸핏하면 녹조가 나타나거니와, 그리하여 그것을 부각하기 좋아하는 언론과 환경단체는 툭하면 그 녹조에 아가미가 막혀 집단 폐사한 물고기 떼를 비추는 일을 즐기니와, 이명박이 출현한 이후에는 어찌된 셈이지 그 모든 탓을 이명박으로 돌려, 그가 추진한 사대강 사업과 그것이 초래한 각종 보가 녹조라떼를 더욱 강화하거나, 악화한 것으로 호도하곤 한다. 

이명박이 싫다 해서, 그가 초래하지도 않은 녹조의 짐까지 뒤집어 씌워, 그걸 증명하고자, 그걸 완화 혹은 없앤다며 보를 여는 쇼를 계속할 수는 없다. 그가 사대강 사업을 하기도 전에, 그가 각종 보를 막기 전에 이미 한반도는 언제나처럼 단군조선 이래 늘 녹조사태였다. 

삼천리 금수강산? 내가 보니, 한반도는 단군조선 이래 시종 저주받은 땅이다. 사계절 내내 저주받은 땅이다. 그 척박함은 타클라마칸 사막보다 더하다. 여름이 무덥기는 이와 마찬가지, 혹은 더 심하기도 한 일본열도나 중국 강남은 비라도 자주 오지, 이 저주 받은 한반도는 제때 비를 몰라 어느 해 어느 시절엔 아주 한방울도 내리지 않는가 하면 어느 해엔 양동이로 쏟아붓는다. 올해 지금은 비가 한방울도 내리지 않지만, 작년 이맘쯤 한반도는 물난리 아니었던가? 


그런가 하면 언제나 이 한반도 봄은 가뭄 사태라, 그때마다 관공서나 언론이 앞장서 산불 예방을 홍보하느라 여념이 없다. 왜 불이 나는가? 건조하기 때문이다. 산불 예방 홍보 없는 봄, 그런 봄이 한반도에는 없다. 

이와 같은 여러 사정으로 볼 적에 이 한마디로 정리한다. 

한반도는 저주받은 땅이다. 


한시, 계절의 노래(123)


♣피서 두 수(避暑二首) 중 둘째♣


 당 서응(徐凝) / 김영문 選譯評


얼룩얼룩 무늬 많아

대자리 차고


머리 숱 드물어

관모 시원해


큰 나무 숲 아래서

더위 피하니


서늘한 매미소리

또 들려오네


斑多筒簟冷, 髮少角冠淸. 避暑長林下, 寒蟬又有聲.


생물학적인 면에서 기실 모든 매미는 로미오다. 양쪽 옆구리에 소리통을 달고 있는 매미 수컷은 온 몸뚱이로 노래하며 자신의 줄리엣을 부른다. 로미오의 노래에 공감한 줄리엣은 아무 소리도 없이 로미오 주위로 날아든다. 겨우 한 달 남짓한 지상의 삶에서 로미오는 간절하게 노래하고 간절하게 사랑한다. 인간이 매미의 울음을 고결한 선비의 호소로 듣든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청량제로 여기든 매미는 자신의 짧은 생애에서 짝을 찾으려고 애절하게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른다. 그런데 요즘 도시의 매미 로미오는 속삭이듯 연가를 부르지 않고 밤낮 없이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로 절규에 절규를 거듭한다. 인간이 만든 온갖 소음으로 사랑의 노래가 고운 임에게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음의 절규를 듣고 인간들은 오히려 매미에게 갖가지 불평을 터뜨린다.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덮어씌우는 전가보도의 초식이다. 오랜 세월 땅 속에서 살다가 땅 위로 올라와 겨우 한 달 동안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매미에게 이 무슨 만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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