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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이래 문화재관리국 시대를 포함해 2018년 차관급 문화재청에 이르기까지 역대 문화재관리국장과 문화재청장 중 소위 전문가에 속하는 국장 청장은 내 보기에는 딱 한 명이 가장 근접한다. 고 정재훈 국장이 그 사람이다. 기타 중에는 소위 문화재 전문가로 분류하는 국장 청장이 있지만 아래와 같은 이유들로써 흔히 문화재 전문가로 분류하는 어느 누구도 전문가로 분류할 수는 없다.


초인적 문화재 행적을 보인 고 정재훈



역대 문화재 수장 중 현재까지는 아마도 가장 유명한 유홍준? 미술사나 좀 알고 답사 좀 했을 뿐이지, 무슨 '문화재' 전문가이겠는가? 

이건무? 젊은 시절 발굴 좀 해 봤고, 박물관 경영을 좀 해 봤지, 무슨 '문화재' 전문가이겠는가? 

최광식? 문헌사학자로 삼국시내 전공자로, 대학박물관장 경험한 사람이지 무슨 '문화재' 전문가이겠는가?

변영섭? 생평 대학교수로 지낸 미술사가로 반구대 암각화만 좀 신경썼지 그가 무슨 '문화재' 전문가이겠는가?

나선화? 도기나 자기 연구자로 이화여대박물관에서 생평을 보낸 인물로 그가 무슨 '문화재' 전문가이겠는가?  


이들이 해당 분야 전문가라는 사실은 인정한다 해도, 그것이 곧 그들이 문화재 전문가임을 보이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아래서 다시 상론하듯이 저들이 저런 일을 투신한 것과 '문화재를 한다'는 개념은 전연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 광범위한 문화재 행정을 두루 경험하고, 고고학과 조경, 건축학 등등에 실로 광범위한 실무 경험과 연구업적을 축적한 정재훈 국장이야말로 소위 말하는 문화재 전문가에 제일로 근접한 사람이다. 정 국장과 더불어 정기영 국장도 이에 포함할 만하다.


함에도 그 수장을 두고 틈만 나면 전문가 타령이다. 인사철만 되면, 혹은 그 경질 무렵이면, 전문가가 와야 한다는 당위가 정답처럼 군림한다. 문재인 정부 초대 문화재청장으로 정통 문화재 관료인 김종진씨가 경질되고 근자 소위 문화 전문 언론인 출신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등장하자 소위 문화재 전문가 그룹 일부에서는 몹시도 이에 불만을 품고는 그가 '전문가'가 아니라고 매도하기도 했다. 


공룡화석 발굴...고생물화석도 역시 문화재 영역이다.



그 집단을 보니, 가관인 점이 그네들 역시 문화재 전문집단이 전연 아니라는 사실이다. 문화재 전문가 집단이 아닌 사람들이 그들 자신은 자연 문화재 전문가 집단이라는 의식을 바탕에 깔고는 문화재 정책 수장은 문화재 전문가가 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착각한다. 땅 파는 고고학 하면, 불상 연구하는 미술사학자라면, 건물지 연구하고 조사하는 건축사학자라면, 문화재를 보존수리하는 보존과학도라면, 그것이 문화재 전문가임을 입증하는 보증수료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는 커다란 착각이요 오만이다. 그런 일을 하는 행위를 고고학을 한다, 미술사를 한다, 건축사를 한다, 보존과학을 한다고 표현할 수 있을지언정 그들이 각기 하는 일이 결코 문화재를 하는 일일 수는 없다. 그 무수한 문화재를 하는 행위 중 항하의 모래알 같은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실로 오만방자하게 자기네가 문화재를 한다는 말을 하며, 자기네가 문화재 전문가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문화재와 고고학은 다르다. 

문화재와 미술사학은 다르다. 

문화재와 건축사학은 다르다. 

문화재와 보존과학은 다르다.


충주 백제시대 유적 발굴..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고고학 발굴은 문화재 영역 중 일부다.



고고학을 하는 행위가, 미술사학을 하는 행위가, 건축사학을 하는 행위가, 보존과학을 하는 행위가 문화재를 하는 행위 광의에 포함될 수 있을지언정, 그것이 곧 문화재를 하는 일 전반을 커버할 수는 결코 없다. 그만큼 문화재를 한다는 행위나 개념은 더욱 포괄적이고 광의적이며 추상명사이며 집합명사다. 문화재청장은 고고학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고고학도 출신 이건무가 문화재청장을 역임하기는 했지만, 청장이 된 이건무는 결코 고고학자일 수는 없다. 그는 무수한 문화재정책을 입안하고 그것을 결정하는 지위와 역할이 주어졌다. 


물론 역대 청장 중에 소위 전문가로 분류하는 사람들이 이런 본분을 망각하고, 해당 분야 전문가 행적을 버리지 못한 이가 있으니, 이 경우 예외없이 문화재 정책이 울트라 난맥상을 보였다는 사실은 문화재를 한다는 것과 앞에 든 저와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왕청난 차이가 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반구대에 올인한 변영섭은 그 자신이 문화재청장이 아니었으며, 청장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반구대 운동가였을 따름이다. 그의 시대에 문화재 정책이 난맥상을 보인 까닭은 청장이 종래의 개벌 전공, 즉, 반구대를 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작금 고고학계에서는 발굴행정 때문에 난리인데, 그 난맥상 뿌리를 연 시대가 공교롭게도 고고학도 출신 이건무 청장 시대였다는 점을 어찌 설명하려는가? 


덧붙여 위에 언급한 사람들이 잘 봐줘서 문화재 전문가라고 하자. 그렇다면 그들이 문화재 전문가여서 저들 시대 한국 문화재행정이 꽃을 피웠다고 할 수 있는가? 내 보기엔 행정 관료 출신, 혹은 군발이 출신 수장들에 견주어 하나도 나을 바가 없고, 외려 퇴보한 시대였다고 간주한다. 


당신들이 말하는 문화재 전문가가 과연 무엇인지, 심각히 곱씹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문화재와 고고학은 다르다. 



문화재청장이 바뀐다는 소문이 난지는 좀 되었다. 그에 이런저런 이름이 들락거렸다. 누가 후보자였는데, 이를 위한 신원조회 동의 요청을 거부했다는 말도 여러 번 들렸다. 그래서 후임자 물색에 애를 먹는다는 말도 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더랬다.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이 문화재청 역시 누가 오느냐에 따라 춤을 추어댔다. 이 과정에서 종래에는 없던 트라우마 하나가 더 추가됐다. 여성 청장 트라우마가 그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1호 청장 변영섭과 2호 청장 나선화는 사고뭉치였다. 문화재관리국 시대를 포함해 문화재청 역사상 제1호, 제2호 청장이기도 한 그들이 여성이었기에 그랬겠냐마는 이 시대 문화재청은 유난히도 문제가 많은 탓에서 청장이 여성이기 때문에 그랬다는 트라우마 비슷한 게 생긴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판국에 뚜껑을 연 문재인 정부 2호 문화재청장은 떡 하니 여성이었다. 더구나 그는 현직 기자로 드러났다. 이 점이 이 업계에서는 다시금 부각하는 듯하다. 또 여성? 더구나 문화재 전문성이라고는 찾기 힘든 현직 기자? 뭐 이런 생뚱맞은 반응도 없지는 않을 테고, 더불어 전연 예상하지 않은 이름이라 놀라움을 주기도 할 것이다. 임명 이틀째인 오늘 지금 이 시간까지 정재숙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제 임명 직후 연합뉴스를 통해 간단한 소감을 전한 그 메시지는 실은 중국에서 날린 것이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한가롭게 중국 답사를 다니느냐"는 호통에 정재숙은 "어쩔 수 없다. 이리도 빨리 인사가 날 줄은 몰랐다. 단체 비자로 들어온 까닭에 당장 달려갈 수는 없다. 청와대에서 양혜를 구한 상황이다"고 했다. 5시에 도착 예정이라니, 아마 지금쯤 인천에 닿아 업무보고를 받고 있을지 모르겠다. 


뭐 기자 출신이니 이래저래 내 임명이 어떻게 통용되는지 검색을 해보겠지? 그러고는 미디어오늘에 듣보잡 청장이라면서, 그를 향한 우려 혹은 비난이 있기도 하다는 그 뉴스도 보겠지? 그러고는 열받겠지? 이것들이 하겠지? 


뭐 어쩌겠어? 이런 모든 우려를 잠재우는 일이야 청장직을 어찌 수행하느냐에 달려있을 뿐이다. 문화재 전문성? 뭐 기존에 문화재 행정을 말아먹은 전임 청장들은 문화재 전문성이 없다 해서 그리 되었겠는가? 나름 이 분야에 수십 년을 투신했다면서, 그래서 자칭 문화재 전문가랍시며 달라들었다가는 문화재를 물어뜯고 말았으니, 그 전문성이 눈꼽이라도 문제가 되겠는가? 문화재청장은 지나개나 하는 자리다. 그런 까닭에 오직 청장으로서 어떻게 문화재 행정을 꾸려가느냐 그것으로 평가받을 따름이다. 


골게터가 내내 욕을 먹다가도 골 한 방으로 소문이 바뀌는 법이다. 이승엽도 내내 방망이 침묵하다, 일본전 극적인 홈런 한 방으로 모든 악평을 돌려세웠다. 물론 문화재청장이 한 방을 통해 평가를 돌리는 자리는 아니겠지만, 요는 어찌 하느냐에 따라 기자 출신이라서? 여성이라서? 하는 편견을 일순에 짓눌러 버리는 것이다. 


암것도 없다. 잘 하는 수밖에 없다. 내부 직원들 믿고, 그들과 함께 문화재 행정을 잘 굴러가게 하면 그 뿐이다. 그런 내부에 도려낼 적폐가 있다면, 과감히 쳐내면 된다. 내부를 못믿겠다며, 시종 일관해서 외부에 기대어 그들만이 정의인양 외쳐대다가 문화재를 통째로 거덜내고 말아먹는 문화재청장도 있으니, 그런 전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그의 임명 소식을 들은 많은 이가, 그의 임명이 알려지기 직전 그보다 많은 이가 정재숙이 어떤 사람이냐 물어왔다. 발표 전날 밤새 나는 그런 질문들에 시달렸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 답은 똑같다. "지 하기 나름이다. 지가 잘 하면 잘 한다 할 것이요, 지가 망치면 문화재 전체가 망가질 것이다." 


이런저런 통로를 통해 정재숙을 직접 겪은 사람들이 한마디씩 한다. 뭐 대차다느니 마당발이라느니 화통하다느니 하는 말들을 한다. 내가 본 그는 맞다. 대차고 마당발이고 화통하다. 하지만 이런 점들이 문화재 행정을 수행하는데 꼭 좋다고는 할 수는 없다. 때로는 그것이 화살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무엇이 잘하는 것이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다. 


잘 해야 한다. 


그래도 나는 믿는다. 잘 해야 한다는 거듭한 나의 우격다짐에 그가 그랬다. 


"내 30년 기자생활 모든 것을 쏟아붇겠다."


그는 괜찮은 기자였다. 

  1. 연건동거사 2018.09.03 03:41 신고

    마당발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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