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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09)


여름 풍경(夏景)


 송 여휘지(吕徽之) / 김영문 選譯評 


대나무 안석 등나무 침상

돌 연병(硯屛) 펼쳐둔 곳,


주렴에 훈풍 불어

향불 연기 맑게 스미네.


빈 서재에 후드득

장마 비 떨어지고,


파초 잎 초록빛이

뜨락에 가득하네.


竹几藤床石硯屛, 薰風簾幕篆煙淸. 空齋數點黃梅雨, 添得芭蕉綠滿庭.


옛 선비들은 무더운 여름을 나기 위해서 몇 가지 피서 용품을 준비했다. 우선 단오 무렵 합죽선(合竹扇)을 선물로 주고받았다.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던 시절에는 부채가 여름 나기 필수품이었다. 부채에도 운치 있는 그림 또는 마음 수양을 위한 사군자를 그리거나 늘 가르침으로 삼을 만한 글귀를 써서 품격을 높였다. 여기에다 대나무 안석과 죽부인을 마련하여 몸의 열기를 효과적으로 분산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모시 적삼이나 삼베 홑이불도 빼놓을 수 없는 여름 생활 용품이었다. 요란하지 않고 격조 있는 소품이라 할 만하다. 이 시에도 여름 무더위에 청량감을 불러올 수 있는 여름 소품 및 그것을 묘사하는 어휘가 가득하다. 대나무 안석(竹几), 등나무 침상(藤床), 전서(篆書)처럼 피어오르는 맑은 향불 연기(篆煙淸), 장마 비(黃梅雨), 파초 잎의 초록빛(芭蕉綠)은 모두 시원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중 ‘전연청(篆煙淸)’이란 표현이 매우 향기롭고 고아하다. 옛 선비들은 장마철의 눅눅한 냄새를 없애고 마음을 정갈하게 유지하기 위해 좋은 향을 피웠는데, 하늘하늘 피어오르는 향불 연기 모양이 한자 전서(篆書)와 비슷하다고 전연(篆煙) 또는 향전(香篆)이라고 불렀다. 향불 향기가 은은하게 감도는 여름 서재에서 대나무 안석에 기대, 초록빛 파초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 목전의 무더위 뿐 아니라 내 심신에 오래 스며 있던 폐습마저 깨끗이 사라질 듯하다.


한시, 계절의 노래(99)


장마(梅雨)


 송 유반(劉攽) / 김영문 選譯評 


매실이 노랗게 익고

저녁 비 깊어


보검엔 녹이 슬고

거울은 침침하네


해마다 날씨 습해도

몸에 병 없으니


백 번 단련한 쇠보다

더 낫다고 여기네


梅實初黃暮雨深, 寶刀生鏽鏡昏沈. 年年卑濕身無病, 自覺能勝百鍊金.


장마는 매실이 노랗게 익을 때 시작하므로 한자로 매우(梅雨)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6월 말에서 시작하여 거의 한 달 가량 지속된다. 저온다습한 오오츠크해 고기압과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충돌하면서 빚어지는 자연현상이다. 매일 비가 오는 것은 아니지만 습하고 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탓에 집안 곳곳에 곰팡이가 피고 음식도 쉽게 상한다. 이 시에서는 보검에 녹이 슬고 거울이 침침해진다고 했다. 옛날에는 보검과 거울을 쇠로 주조했다. 두 가지 모두 습기에 민감한 사물임에 틀림없다. 지금 우리는 벽지에 피는 곰팡이를 보고 심한 습기를 알아채지만 옛날에는 보검과 거울에 스는 녹을 보고 만연한 습기를 알아차렸다. 시대가 달라지면 습도 감지 방식도 달라지는 법이다. 장마는 같은 시기에 시작하는 무더위를 어느 정도 식혀주는 긍정적 역할도 한다. 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음산한 날씨와 축축한 습기 때문에 생활의 리듬이 깨지면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 백 번 담금질한 쇠보다 더 튼튼한 몸을 가졌다고 자신할 것이 아니라 늘 점검하고 절제하는 생활 습관을 견지하는 것이 건강한 삶의 지름길이리라.



  1. 연건동거사 2018.07.01 08:41 신고

    百鍊金!!

    칠지도 생각이 납니다.

  2. 연건동거사 2018.07.01 08:43 신고

    泰○四年十一月十六日丙午正陽造百鍊(鐵)七支刀(出)辟百兵(宜)供供候王○○○○作

    못읽은 부분이 철이 아니라 금일수도 있겠군요. 이거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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