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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숙진4

강물 얼음 걷히자 피어나는 버들 한시, 계절의 노래(282) 강위에 눈이 개다[江上雪霽] [宋] 주숙진(朱淑眞, 1135?~1180?) / 청청재靑靑齋 김영문 選譯評 강물에 얼음 녹자초록 비늘 일어나고 들판은 깨끗해져연무 먼지 드무네 남쪽 북쪽 다리 곁에봄바람 불어오니 버들색 푸릇푸릇봄빛이 새나오네 江水冰消起綠鱗, 川原蕩滌少煙塵. 風吹南北溪橋畔, 柳色參差欲漏春. 내가 자란 동네는 산골이지만 마을 앞뒤로 냇물이 흘러서 그렇게 궁벽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앞개울은 앞거랑, 뒷개울은 뒷거랑이라 불렀다. 앞거랑보다 뒷거랑이 훨씬 크고 넓다. 물고기 잡고 수영하는 것을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익혔다. 대학 진학 이후 해수욕장에 갔을 때 수영을 할 줄 아는 친구들이 드물어서 좀 놀란 적이 있다. 개나 소도 수영을 하는데 어떻게 사람이 수영을 못 .. 2019. 2. 27.
초가을 비갠 밤 초승달 한시, 계절의 노래(173) 초가을 비가 개다(初秋雨晴) 송 주숙진 / 김영문 選譯評 비 갠 후 시원한 바람더위를 거둬가자 뜰앞 오동 잎잎마다초가을 알리네 뜬 구름 황혼 좇아모두 떠나자 누각 모서리 초생달이옥 갈고린양 걸려 있네 雨後風凉暑氣收, 庭梧葉葉報初秋. 浮雲盡逐黃昏去, 樓角新蟾掛玉鉤. 주숙진은 남송 시단에서 이청조(李淸照)와 쌍벽을 이루는 여성 시인이다. 대략 이청조보다 50여 년 늦게 태어나 맑고 애절한 시풍으로 일세를 풍미했다. 그러나 시를 모르는 저속한 벼슬아치에게 시집가서 불화하다가 우울증이 겹쳐 마흔 중반쯤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설에는 호수에 뛰어들어 자결했다고도 한다. 그의 사(詞) 「생사자(生査子)·정월대보름(元夕)」에 나오는 “버드나무 꼭대기에 달 떠오를 때, 황혼 뒤.. 2018. 9. 17.
여름날 비 오니 뽀개지도록 마시리 한시, 계절의 노래(107) 여름비가 시원함을 가져오다 세 수(夏雨生凉三首) 중 둘째 송 주숙진 / 김영문 選譯評 높이 솟구친 황금 뱀이우르릉 천둥 울리고 천둥 지나 얼룩진 하늘차츰차츰 맑게 개네 비는 시원함 재촉하고시는 비를 재촉하니 새로 거른 맛있는 술남김없이 마시리라 崒嵂金蛇殷殷雷, 過雷斑駁漸晴開. 雨催凉意詩催雨, 當盡新篘玉友醅. 당시(唐詩)에 비해 송시(宋詩)는 대체로 시어가 어렵다. 첫째 구의 줄율(崒嵂)은 높이 치솟은 모양 또는 높은 산을 의미하고, 둘째 구의 반박(斑駁)은 얼룩덜룩한 색깔을 형용하는 말이다. 여기서는 먹구름 사이에서 번개가 치면서 빛과 어둠이 엇섞여 드는 풍경을 가리킨다. 넷째 구의 신추(新篘)는 술을 새로 걸렀다는 뜻, 옥우(玉友)는 술, 배(醅)는 아직 거르지 않은 술이다.. 2018. 7. 4.
초여름엔... 한시, 계절의 노래(64) 초여름(初夏) 송(宋) 주숙진(朱淑眞) / 김영문 選譯評 맑은 대 그늘 흔들리며그윽한 창 내리 덮고, 쌍쌍이 노는 철새석양에 지저귀네 해당화도 다 지고버들 솜도 잦아든 때 노곤한 날씨에해는 처음 길어지네 竹搖淸影罩幽窗, 兩兩時禽噪夕陽. 謝却海棠飛盡絮, 困人天氣日初長. 초여름은 아직 봄 여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계절이다. 화사한 봄꽃이 진 자리에는 초록빛 신록이 점차 푸르름을 더해간다. 아직 더위와 장마가 오지 않아 밤에는 다소 한기까지 느껴진다. 이 계절 저녁이면 새로 모낸 논에 개구리 울음이 지천이고, 앞산 뒷산에 소쩍새 울음 또한 온 산천을 가득 채운다. 아직은 천둥 번개도, 폭우도 잦지 않아 저녁 적막이 사람 심신을 정갈하게 다독여준다. 자연의 기틀에 귀 기울이기 좋은 .. 2018.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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