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4월 4일 새벽, 피레네 산맥의 눈이 녹아 수량이 불어난 스페인의 에브로 강둑 위로 물에 흠뻑 젖은 두 남자가 차가운 물속에서 나와 기어 올라온다. 둘 다 미국인이다."
이제 펼치기 시작한 애덤 호크실드 지음, 이순호 옮김 《스페인 내전》(갈라파고스, 2018) 본문 첫 줄이다.
우리네 직업적 학문종사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렇게 글 못 쓴다.
![](https://blog.kakaocdn.net/dn/c6lNaS/btsdZN8wmTr/dgDFGvfDu7KHGtTTVo6Qwk/img.jpg)
강렬하지 아니한가?
이 한 줄은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논문이 글을 죽이고 말았다. (2018.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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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한때 혹은 제법 길게 영문학과 연이 있는 사람들에게 스페인 내전은 《두 팔이여 안녕》으로 수렴하니, 기타 그에 더해 나는 20세기 신종 독재의 한 형태로서 파시즘을 떠올리곤 한다.
이 사건이 참전용사이기도 한 어네스트 헤밍웨이에겐 깊은 상흔으로 남았던 바, 그의 A farewell two arms가 스페인 내전을 독식했으니 문학작품 하나가 끼친 영향은 이리도 크다.
무솔리니 자서전과 히틀러 자서전을 독파한 나로선 프랑코 역시 혹 자서전을 남기지 않았나 궁금하거니와 있다면 역본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영역본은 있으리라 본다.
![](https://blog.kakaocdn.net/dn/FEadt/btsd0n9ydkJ/sfthiH4tHCRzDP79mSLHKK/img.jpg)
뭇솔리니를 추숭하여 그의 몰락 뒤에도 물경 30년을 철권통치한 프랑코가 각중에 궁금해진다.
파시즘이건 나치즘이건 결국 민족주읜데 파시즘이 고대로마제국, 나치즘이 고대 게르만족을 이상향으로 내세웠거니와 프랑코는 대체 무엇에 기대었는가?
코르테즈인가 인빈서블 아르마다인가? 이 책에 혹 내가 찾는 그 답이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 손도 대지 아니했다. 그 대목이 혹 있다면 나는 만세를 부르리라.
저자는 미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다. 소위 말하는 구미 선진국에서 해당 분야를 대표하는 스테디셀러는 언제나 저널리스트 몫이다. 이 분야 전업적 작가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그리될 수가 없다.
왜?
어줍잖은 논문 때문이다. (2018.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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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양 하는 말이지만, 그 어떤 글이건 미다시 잘 뽑고 첫 줄이 강렬해야 살아남는다. 이건 틀이 있다고 간주하는 논문이라 해서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럴 능력이 없는 자들이 매양 하는 말이 논문은 다른 글과 다르며 달라야 한다는 개소리를 일삼는다. 논문이라 해서 예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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