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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손재형이 신혼부부한테 써 준 붓글씨

by taeshik.kim 2023.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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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딴 따단 딴 딴 따단>

1.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73년 3월, 황씨 성의 남자와 이씨 성의 여자가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들을 축하하기 위해 소전素荃 손재형(孫在馨, 1903-1981)이 붓을 들었다. 묵직하지만 결코 무겁지 않게 붓을 움직인 그는, 대담히 획을 생략하고 굳건히 틀을 짜 여덟 글자를 종이 위에 이루었다.

하늘과 땅이 짝지어 합했으니 天地配合
길이 아름다운 복을 받으리라 長受嘉福

그리고 부부의 이름을 넣어 낙관落款을 쓰고 도서圖署를 찍었다. 검고 흰 작품 위에 붉은 기운이 내리니 밋밋할 수 있는 글씨에 생기가 더욱 감돈다.

2. 받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주는 것을 쌍낙관雙落款이라 한다. 작품을 받은 이에게는 평생의 자랑이고 기념이 되겠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때문에 같은 작가가 똑같은 수준으로 남긴 작품이라도 쌍낙관이 들어가면 가격이 훅 내려간다. 물론 받은 사람이 유명하다거나 하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말이다.

때문에 표구를 하면서 교묘히 쌍낙관을 오려내거나 지우는 일이 많다. 서예나 동양화 중에 어딘지 모르게 전체 구도가 어색해보인다거나 비어보인다던가 하면 쌍낙관을 오려낸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서화가들은 낙관이 들어갈 자리를 계산하고 배치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불구가 된 작품을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3. 다행히도 이 글씨는 쌍낙관이 그대로다. 소전 선생에게 축하 휘호를 받았을 정도면 당시 이 집안의 위상이 짐작되는 바 있다. 지금 이 부부가 살아계신다면 칠순에서 팔순 사이쯤 되셨을 텐데, 어쩌다가 이런 작품을 바깥에 보내게 되었을지 궁금하지만...

물어볼 곳도 없고 물을 수도 없을 것이다. 부부의 삶이 행복하셨기를,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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