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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굴포운하, 태안반도를 절단하고자 한 욕망

by taeshik.kim 202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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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반도를 절단하라! 

 

굴포운하掘浦運河는 한마디로 태안반도를 섬으로 만들고자 한 대역사였지만, 지난 530년간 10여 차례 시도 끝에 결국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 굴포역사는 안흥량 인근 해저 발굴과 뗄 수가 없거니와, 이 해저는 바닷속 경주로 최근 각광받는 중이다. 안흥량은 지금은 安興梁으로 쓰거니와, 梁은 이미 신라시대에 '돌'로 읽었다는 흔적이 삼국유사에 보이거니와, 물길이 각중에 좁아지고 거세지는 여울목을 말한다. 그런 까닭에 이곳은 그 전에는 배가 통과하기 힘든 혹은 곤란한 곳이라 해서 난행량難行梁이라 일컬었다. 

 

현재도 저수지로 흔적을 남긴 굴포운하 


그리 바닷길이 험하면 태안반도를 우회하는 해로를 이용하면 될 것 아니냐 하겠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경제 비용과 시간 때문이었다. 나아가 당시 조운선이 대표하는 근해 선박들이 원해를 버텨낼 재간도 없었다. 난행량은 추풍령이고 계립령이며 조령이고 대관령이고 한계령이며 진부령이다. 


호랭이 무섭다고, 도적이 두렵다고 저들 고개를 지나지 않을 수 없듯이 서남해안을 출항한 배들이 한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난행량을 통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어찌할 것인가?

 

일부는 논으로 변한 굴포운하


지금 태백산맥이며, 소백산맥을 통과하는 고속도로 웬간한 곳이면 터널을 뚫듯이, 바닷길 역시 터널을 뚫어야 했다. 고려시대 개경, 조선시대 한양을 먹여살리는 물산은 그 출발지가 호남과 영남지방이었다. 


고려 무신정권기 그 최고실력자 최씨는 식읍이 지금의 진주를 중심으로 하는 서남해안인 까닭은 이 일대가 바로 최대 물산 생산지인 까닭이다. 굴포운하는 그리해서 탄생했다. 멀리 고려 인종 시절, 인종은 내시 정습명을 파견해 운하를 파라 했으니, 10리를 파고는 7리가 남아 포기하고 말았다. 

 

도랑으로 변한 굴포운하 


이후 간단없는 굴착시도가 있었으니, 아마 내 기억에 조선 정조시대가 끝이 아닌가 한다. 지금 태안반도 일대에는 그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이 굴포운하는 쭈꾸미가 관심을 촉발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 시대에 서해안 쭈꾸미잡이 어부가 그물을 댕겨 올렸으니, 쭈꾸미 한마리가 청자대접 안에 기어들어간 채 잡혔다. 


이게 뭐냐 해서 바닷속을 긁었더니, 그것이 바로 고려 침몰선박이었다. 당시만 해도, 이 해역과 굴포운하에 대한 學的 정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으니, 그런 판국에 그것을 정리하자고 내가 손을 댄 적이 있어, 그렇게 찾아낸 것들을 일부 기사에 담기도 했다. 당시 실록을 졸라 뒤진 기억 생생하다. 

 

웅덩이로 변한 굴포운하


나아가 한국고전번역원 DB 센터가 참말로 요긴했으니, 그에서 많은 것을 찾아 보강했다. 태안 앞바다 발굴은 해양 조운에 대한 관심을 촉발해, 이후 소위 학계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축적했다. 그때 내가 실록을 찾아헤맬 때와는 사정이 또 딴판이라, 이제 제법  그 실상은 드러나기에 이르렀다.격세지감이로다. 


고려도경까지 뒤졌으니 말이다.

 

(2018. 2. 3)

 

***

 

아래 내가 주관한 [쉿! 우리동네] 시리즈 중 하나로 이 굴포운하를 다루었기에 그런 인연으로 당시 이렇게 썼다. 

 

[쉿! 우리동네] 수에즈운하보다 수백 년 앞선 굴포운하
송고시간 2018-02-03 11:00 조성민 기자
조난 사고 빈발한 태안 앞바다…"내륙 뱃길을 뚫어라"
530년간 10여 차례 개착 시도했지만 대역사 끝내 실패

 

www.yna.co.kr/view/AKR20180117039400063

 

[쉿! 우리동네] 수에즈운하보다 수백 년 앞선 굴포운하 | 연합뉴스

[쉿! 우리동네] 수에즈운하보다 수백 년 앞선 굴포운하, 조성민기자, 사회뉴스 (송고시간 2018-02-03 11:00)

ww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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