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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김태식이 말하는 김태식] (1) 의심하라 끊임없이 의심하라

by taeshik.kim 2023.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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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언제인가 고고학을 기초부터 배우고 싶다는 친구가 있었다. 차근차근 기초부터 다지고 싶어했다. 그래서 발굴현장에도 두어번 동행했다.

결론만 말하면 그러다 말았다. 어영부영하다 말았다. 피차 바쁘다는 핑계로 접고 말았다. 하지만 나로서는 체계로 가르치고 싶었다.

일선 대학교육 현장에서 가르치는 그런 교육과는 다른 고고학 교육을 하고 싶었다.

나는 저 무턱댄 교육 방식 경멸한다. 실측을 알아야 하니 하는 그딴 구닥다리 방식 경멸한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은 학부 사년 석사 이년 박사 삼년 도합 도합 구년짜리를 한달 만에 끝낼 자신이 있었고 지금도 이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섬계서원에서



실측 하나도 못해도, 토층 하나도 구분 못해도 고고학 하는 그런 교육을 하고 싶었다. 저딴 거 하나도 몰라도 누구보다 뛰어난 고고학도 만들고 싶었다.

이건 내가 수십년 이 분야를 체험하면서 터득한 방식이다.

저딴 형식분류학 편년학 다 쓰레기 통으로 집어던진 나만의 방식 말이다.

고고학을 껍데기학이 아니라 진짜 인문학으로 돌려놓는 그 방식 말이다.

내가 퍼붓는 독설은 고고학이 아니라 그 고고학을 하는 한심한 작태다.

누가 진짜 고고학을 하냐 누가 진짜 고고학을 혹닉하느냐 묻는다는 나는 당연히 내 쪽이라 주장한다.

그만큼 기존 교육방식에는 불만이 많다는 뜻이며 또 그만큼 지금 하는 고고학이 헛다리만 짚는다는 판단에서 비롯한다.

이는 여타 문화재학을 구성하는 하위 학문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진데 무형문화재학 천연기념물학 미술사 보존과학 고건축학 다 상통한다.

나는 매양 말하듯이 저쪽 어느 학문분야에 종사하며 내가 문화재 전문가연 하는 놈들 경멸한다.

제깐 놈이 문화재 무얼 안다고? 아는 건 쥐뿔도 없으면서 문화재를 아는양 거만 뜨는 일 구토난다.

내가 고고학도에 유독 비판적인 이유는 이놈들이 문화재 전문가 행세를 유독 심하게 하는 까닭이지 딴 이유 없다.

모르면 모른다 하면 될 일이지 지가 문화재 무얼 안다고 내가 문화재 전문가연 행세하는 일 역겹다.

그렇다고 내가 전문가인가? 천만에.

솔까 문화재 전반에 나만큼 안목 갖춘 놈 어딨는가? 없다.

단군조선 이래 이리도 빠삭한 놈 없다.

그렇다고 내가 전문가인가? 천만에.

갈수록 의심하는 일 천지다. 어제의 나를 오늘의 내가 의심하고 오늘의 내가 십년전 나를 부정한다.

도대체 갈수록 모르는 것 천지요 의심하는 일 천지다.

다만 그래도 내가 나를 위안하는 오직 한 가지는 끊임없이 의심하는 나 딱 하나다.

이거 하나로 버티며 살아왔고 또 이것 하나로 살아갈 것이다.

나는 앞에서 나열한 그 어떤 데서도 일반이 말하는 내 선생은 없다. 내가 비록 이런저런 글이나 만남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터득했겠지만 누구를 내 선생이라 생각한 적 없다.

책이니 논문이니 해서 닥치는 대로 읽었지만 언제나 나는 그것들을 회의했다. 그 점에서 저들이 적대적 선생이었음은 분명하나 그들을 적대했으므로 나는 내 공부 방식을 독학으로 규정한다.

내가 어느 분야 전문가와는 거리가 아주 머나 내가 이 분야 투신하면서 느낀 것은 전문가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지 누가 만들어주는 법은 결코 없다는 확신이다.

말은 저리 했지만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 이 업계에서 왜 없겠는가?

나한테 고고학을 배우고 싶다 한 그 친구만 해도 그가 투신하는 분야에선 일가를 이룬 친구요 그래서 나는 그를 언제나 추앙한다.

보니 그 친구도 선생이 있다 하나 그 일가를 이룬 힘은 그 자신이고 그런 그 자신은 끊임없는 의심을 발판으로 하는 끊임없는 성찰이 바탕이더라.

난 이런 사람한테는 깨끗이 접고 들어가서 읍한다.

내가 공부한 방식이 최선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단 하나 끊임없이 내가 아는 상식 내가 아는 통설을 끊임없이 의심하라 감히 충고하고 싶다.

내가 가르치고자 했던 것은 바로 이 의심하는 자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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