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SSAYS & MISCELLANIES

[독설고고학] 의료사태로 반추하는 한국고고학

by taeshik.kim 2024. 3. 5.
반응형
이 장면, 무엇을 말해줄까? 과학인가 고고학인가? 우리네 작금 고고학은 과학과는 한창 동떨어졌다.

 
작금 대한민국은 의대 증원 문제로 난리버거지다. 직전에는 과학계 전반이 문제였다. 올해 정부예산에서 R&D 지원을 줄였다 해서 또 한 바탕 난리버거지였다. 

저와 같은 사태를 볼 때마다, 이른바 문과생 출신인 나는 부러워죽겠다. 물론 가끔씩 문과생도 저와 같은 일이 있기는 했다.

주로 역사학 쪽에서 개사기 행각을 벌였으니, 이웃나라들에서 이른바 역사왜곡만 터졌다 하면, 그 책임이 우리네 역사교육에 있다 해서, 개사기를 치면서 이르기를 이런 사태는 우리가 역사교육을 제대로 안 해서라는 개사기기 횡행하곤 했다. 

그런 일이 아주 드물게 있지마는, 급이 다르다. 

무엇이 부러운가? 와! 저짝은 그 내실 혹은 내막이야 무엇이건 확실히 그것이 없으면 안 된다는 확고한 인식이 사회 전반에 팽배하다. 그런 까닭에 정부도 그 흑심이 무엇이건 그걸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고,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래서는 나라 망친다 난리다. 

나는 저 사태 자체가 부럽기 짝이 없다. 

그러면서 물끄러미 저 사태 복판에서 의학을 빼고선 고고학으로 치환해 본다. 같은 사태가 벌어질까?

놀랍게도 같은 사태가 벌어진다. 적어도 현행법으로만 보면 말이다. 당장 고고학이 없으면 대규모 공사가 중지된다. 왜? 일정 면적 이상에 대해서는 문화재 지표조사와 시굴조사, 그리고 혹가가다 본격 발굴조사를 법으로 규정해 놨기 때문이다. 

실제 저와 같은 협박이 더러 고고학계에서는 논의되기도 했지만, 이 집단은 절대로, 네버 에버 단결이 아니되는 까닭에 그런 집단행동은 생각할 수도 없고 있을 수도 없다. 

그리고 그와 같은 집단행동이 벌어진다 해도, 한마디로 쪽수가 되지 않고, 무엇보다 그 존재 가치를 인식하는데 실패한 까닭에 국민 어느 누구도 그 집단행동에는 지지를 보내주지 않을 것이기에 이런 일이 있을 수는 없다. 

의학, 혹은 그것을 포함하는 과학 전반과 고고학 혹은 그를 포함하는 이른바 문화재학 전반을 비교할 때 꼭 필요한 학문, 혹은 도구라는 사실은 마찬가지지만, 왜 전자는 영향력 파급력이 크고 후자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선택이어야 할까?

후자는 더욱 범위를 확대해 문과학 혹은 이른바 인문학 전반으로 확대하면 더욱 처참해서 꼭 대학 학과 기준이어야하겠냐마는 점점 입지가 좁아져서, 그리고 가뜩이나 학생이 줄어가는 마당에 수요도 없는 판국이니 학과는 다 없애는 추세는 걷잡을 수 없다. 

나는 같은 학문이라 하는데, 왜 한쪽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며, 더욱 정확히는 있어서도 더욱 거추장스럽기만 하는데 반대편은 왜 아닌가를 보면서 문과대 출신으로 꼭 살아가는데 필요한 분야를 사는 그들이 부럽기 짝이 없다. 

결국 그렇지 아니한 학문 혹은 직업이 살아남는 방법은 간단해서 앞서 나는 고고학이 인기가 없는 학문을 직시해야 함을 역설했거니와, 왜 필요한지, 더욱 구체적으로 그것이 있어 삶이 더 풍부해질 수 있음을 끊임없이 증명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고고학이 인기가 없는 까닭은 바로 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 설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고고학이 존재가치를 증명할 것인가? 이 문제에 봉착해 내가 무슨 용빼는 재주 있겠으며, 또 별도 항목에서 논해야야 할 것이로대, 그런 자리는 앞으로 자주 마련키로 하고 위선 골자만 추리자면 

첫째도 둘째도 공공성 공익성을 높여 나아가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고고학은 실패했다. 공공성 공익성은 뒷전에 물린 채 구제발굴의 늪에 빠져 고고학을 한다는 자체가 구제발굴을 하는 행위로 범위가 좁아졌으며,

그러는 사이 그에 직업으로 종사하는 자들도 모조리 구제발굴현장으로 달려 들어 각종 자리를 탐하고, 각종 프로젝트에 혈안이 되어 위원이니 뭐니 하는 감투를 이전투구하는 장으로 변질하고 말았다. 

묻는다. 고고학이 고작 사적지정을 위한 학술대회 도구였다는 말인가? 

또 고고학이 과학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신념이 나로서는 굳어만 진다. 꼭 의료사태 때문인가?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