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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수송동 우리 공장 인근엔 목은영당(牧隱影堂)이라는 사당 하나가 있으니, 목은이란 말할 것도 없이 고려말 정치자이자 유학자인 이색을 말하고, 영당이란 영정을 모신 곳이라는 뜻이다. 오늘 무슨 제향이 있었는지 아침에 북닥였다. 대한재보험 KOREARE와 서울 국세청 사이로 난 영당 입구는 인근 지역 흡연자들이 점거했으니, 노인과 박카스 아줌마가 점령한 탑골공원과 신세가 같다 보면 된다. 


그 영당으로 들어가는 길목 왼편에 두 갈래로 찢어 자란 나무 한 그루가 보이는데, 이 나무가 뽕나무라고 하면 사람들이 거개 의아해 한다. 무슨 뽕나무가 이리 크게 자랐냐고. 나 역시 처음 이 나무를 대할 적에 무슨 나무인지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그루터기 근처에서 자란 가지에서 돋아난 이파리를 보고는 뽕나무임을 알았으니 말이다. 저렇게 높이 자란 노거수老巨樹 뽕나무가 아마 경복궁인지 창덕궁에 한 그루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뽕이라면 무엇이 떠오를까? 나야 어릴 적 우리 집에서 누에를 쳤으므로, 그와 관련한 무수한 이미지가 있지만, 개중에는 이미숙과 원미경 이대근이 주연한 '뽕'을 떠올리거나, 아니면, 젖가슴 훤히 내놓고 뽕나무 밭을 나오는 식민지시대 사진을 떠올리는 사람도 없지는 않으리라.  

뽕을 생업과 연동한 기억을 지닌 사람들한테 그것이 주는 낭만은 없다. 고작 뽕나무 열매 오돌개(서울사투리로는 오디라 하더라만) 씹어먹던 장면이 그런대로 달짝지근할 뿐이다. 그래 그래도 오돌개는 참으로 맛이 났어. 그 기억에 요즘도 이리저리 지나치다 만난 오돌개를 슬쩍슬쩍 따서 입으로 넣곤 해 보거니와, 아무리 설탕 단맛에 길든 입이라 해도, 오돌개는 그래도 오돌개더라. 그 오돌개 타면서 살짝 터진 자주빛 물이 손가락 끝에 들기도 한다.    


그나저나 이 뽕나무는 수령이 얼마나 됐을까나? 뿌리를 보니 녹록치 않음을 직감하나, 그렇다고 낸들 그를 짐작할 만한 단서가 있겠는가? 대략 백년 안팎이라 눙쳐 본다. 요새야 '나는 자연인이다'인지 뭔지 하는 졸혼의 욕망에 시달리는 중년 남성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테레비 프로 여파인지, 들뽕 산뽕 가릴 것 없이 그 뿌리를 깨서는 싹둑 잘라다 삶고는 그에서 우려낸 뽕차가 몸에 좋다 해서 고문을 하는 모양이다만, 글쎄, 저 정도 뿌리를 약으로 쓸 생각은 차마 하지 않으리라 본다. 



뭐 이 정도면 수령 200년에 이른 거북 등껍질 같지 않은가? 생평 망치질로 산 목수의 손바닥을 장식한 굳은살 같으니, 그만큼 세월에 짓이긴 무게가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는 주름살 아니겠는가.  


근 백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이라는 지난 여름, 너가 드리운 녹음조차 그것을 감당하기는 무척이나 버거웠지만, 그래도 문득문득 너가 고맙단 생각은 했더랬다. 젊은시절엔 미스유니버스요 월드미스 평정하는 베네수엘라 처녀 같다가 중년이 되어서는 펑퍼짐하는 이탈리아 아줌마 같은 모습이 정상일 터인데 너는 왜 굳이 땅이 싫다 해서 하늘로 하늘로 치솟았던고? 같이 자란 느티나무 칠엽수 은행나무 미루나무 따라 가다 보니 그리되었던가? 그래 삼밭에 자라는 쑥대도 대마초만큼 쑥쑥 자란다지 않는가? 쑥쑥 자란다 해서 쑥이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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