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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옛사람 보지 못하고 뒷사람도 볼 수 없네

by taeshik.kim 2018.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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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80)


유주대에 올라 노래하다(登幽州臺歌)


  당 진자앙(陳子昂) / 김영문 選譯評 

 

앞으로는 옛 사람

보지 못하고


뒤로는 오는 사람

보지 못하네


천지의 아득함을

생각하다가


나 홀로 슬프게

눈물 흘리네


前不見古人, 後不見來者. 念天地之悠悠, 獨愴然而涕下.


오언절구는 대개 2.3으로 나눠지는 2음보 구절을 이룬다. 예컨대 “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과 같은 구조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 시는 3음보로 읽힌다. “前/不見/古人, 後/不見/來者” 그리고 셋째 구와 넷째 구는 초사체(楚辭體)임이 분명하다. 이런 점에 근거해볼 때 이 시는 절구가 아니라 초사체의 가장 축약된 형식임을 알 수 있다. 초사는 전국시대 초나라 굴원(屈原)이 직간을 하다 추방된 후, 초나라 민요 형식을 확장하여, 자신의 억울하고 슬픈 심정을 장편으로 읊은 시 형식이다. 유주대(幽州臺)는 지금의 베이징 근처에 있던 누대다. 전국시대 이 지역에 있던 연(燕) 소왕(昭王)의 황금대를 연상하게 한다. 연 소왕은 황금대에 막대한 황금을 쌓아놓고 천하의 인재를 초빙했다. 당시 진자앙은 무유의(武攸宜)의 참모로 거란 정벌 중이었지만, 무유의는 진자앙의 계책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를 일개 군졸로 강등시켰다. 그의 비분강개한 심정이 이 시에 담겼다. 인재를 알아주고 중용하던 옛 사람은 볼 수 없고, 후세에도 그런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는 토로다. 이 광막한 천지, 장구한 세월 속에는 오직 슬프고 고독한 나 한 사람뿐이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이 시는 진자앙 개인의 한탄을 넘어 인간 실존의 비애에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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