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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와이로, 커미션, 급행료, 윤활유

by taeshik.kim 2023.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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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李子(이규보)가 남쪽으로 어떤 강을 건너는데, 때마침 배를 나란히 해서 건너는 사람이 있었다. 두 배의 크기도 같고 사공의 수도 같으며, 배에 탄 사람과 말의 수도 거의 비슷하였다.

그런데 조금 후에 보니, 그 배는 나는 듯이 달려서 벌써 저쪽 언덕에 닿았지만, 내가 탄 배는 오히려 머뭇거리고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 까닭을 물었더니, 배 안에 있는 사람이 말하기를,

“저 배는 사공에게 술을 먹여서, 사공이 힘을 다하여 노를 저었기 때문이오.”

라고 하였다. 나는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탄식하기를,

“아, 이 조그마한 배가 가는 데도 오히려 뇌물의 있고 없음에 따라 느리고 빠름, 앞섬과 뒤처짐이 있거늘, 하물며 벼슬을 다투는 마당에 있어서랴? 나의 수중에 돈이 없는 것을 생각하매, 오늘날까지 하급 관직 하나도 얻지 못한 것이 당연하구나.”

라고 하였다. 이것을 기록하여 후일의 참고로 삼으려 한다.

-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1, 설, <배와 뇌물 이야기[舟賂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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