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란성쌍둥이 왕궁과 왕릉

왕릉은 왕궁이다.

왕궁을 왕릉에 투사하면 둘은 오버랩한다.
 

왕이 정좌하는 자리는 항상 북쪽 정중앙이다. 왜? 태양과 맞짱을 뜨야하기 때문이다. 이걸 남면南面이라 한다. 경복궁의 경우 그 자리는 근정전이며, 태양은 광화문光化門이 정좌하는 곳이다. 근정전은 북쪽 정중앙이다. 그 뒤편이 무엇이냐 반론하겠지만, 근정전 뒤쪽은 실은 왕이 거주하는 공간다. 근정전을 중심으로 앞쪽이 公의 영역이다. 그 公의 영역 북쪽 정중앙을 차지한다. 그를 바라보고 신하들은 당연히 북면北面할 수밖에 없으니 이를 조알朝謁이라 한다. 그래서 남면과 조알은 동아시아 건축을 지탱하는 근간이다.

둘은 서로에 대한 피사체다.

이 평범하면서도 무척이나 중요한 키워드 하나가 너무도 쉽사리 무시되곤 했다.

그랜드디자인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2014. 5. 31) 
 

여주 효종 무덤인 녕릉寧陵. 저 봉분 자리가 경복궁에서는 근정전이라 무덤 주인이 차지하는 자리다. 그 주인은 언제나 남쪽을 바라보고 신하들은 그 앞 양쪽에 배열한다.

왜 투사하는가?

같은 집이기 때문이다.

무덤은 죽은 사람이 사는 집이다. 이 집이라는 특성이 너무 쉽게 망각되곤 한다.

고고학은 무덤을 파면서도 집을 판다는 생각을 못한다. 내가 보는 거의 모든 고고학도가 그렇다.

이 집을 이해해야 무덤을 더 깊이 파고든다.

물으면 그걸 누가 모르냐 하는 헛소리를 자주 듣는데 그 무덤을 생전의 집과 연결해 이해하려는 시도를 나는 본 적이 없다.

죽은 사람이 사는 집이라는 무덤 정의만 해도 입이 아프게 떠들었더니 이제 겨우 보이기 시작한다.

그 많은 무덤을 파제킨 그 어떤 보고서에서도 나는 무덤이 죽은 사람이 사는 집이라는 정의를 만난 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