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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절대 법치法治와 절대 부국강병을 외친 상앙商鞅, 마키아벨리 대척에 선 신성 군주의 창시자

by taeshik.kim 2023.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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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3 10:33:24
<절대 법치와 절대 부국강병 외친 상앙>
법가철학 전공 장형근 교수 '상군서' 내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적어도 공자 이후 중국이 주축을 이룬 동아시아 사상사 2천500년, 특히 제왕학은 이렇게 정리될 수 있다. 외유내법外儒內法.

겉으로는 공자를 들먹이며 인의仁義를 부르짖었으나, 그들이 실제로 추구한 것은 부국강병의 법가法家였다. 공자가 몰沒한 지 약 1세기 뒤에 태어난 맹자.

한 수 배우고 싶다 해서 불원이천리不遠而千里해서 달려가 만난 양梁 혜왕惠王이 "노인께서는 어떻게 우리나라를 이롭게 해 줄 수 있겠소"라는 말로 조언을 구하자, 대뜸 "왕께서는 하고 많은 말 중에 하필 이익을 떠드십니까?.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는 말로 심한 무안을 주었다.

걸핏하면 인의를 논하며, 툭하면 아무도 증명할 수 없는 요순堯舜의 성대聖代를 운운하는 이런 논리를 한 칼로 내려친 사람도 있었다.

맹자가 한창 청운의 꿈을 불태우며 유세객이 되고자 한 그 시절, 대략 기원전 350년 무렵에 이미 진秦 효공에게 등용되어 전권을 위임받은 재상으로서 "개소리 말라"는 단 한 마디로 절대 법치法治와 절대 부국강병을 주창한 사람이 있었다. 그가 상앙商鞅(기원전 390-338)이었다.

"힘은 강함을 낳고 강함은 위엄을 낳으며, 위엄에서 덕德이 생긴다. 따라서 덕은 힘에서 생긴다."

"백성이 약하면 국가가 강하고, 국가가 강하면 백성은 약하다. 따라서 법이 있는 나라는 백성을 약화시키는 데 힘쓴다."(이 경우 백성百姓은 일반 민중이 아니라 백 가지 성姓을 가진 뭇 신료로 보아야 할 듯)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절대 법치주의가 태어난다.

"왕자王者는 (통치 행위 중) 형벌이 9이며 상賞은 1이다. 강한 나라는 형이 7이고 상이 3이다. 약한 나라는 형이 5이며 상도 5이다."

형벌을 많이 쓸수록 부강한 국가라는 등식으로 발전한다.

여기에서 삼족을 멸한다는 저 유명한 연좌제 이론도 탄생한다.

"엄중한 형벌과 연좌제를 시행하면 속 좁고 성질 급한 사람이 더 이상 싸우지 않게 되며, 사납고 괴팍한 사람은 더 이상 소송을 하지 않으며…."

현재의 우리에게도 익숙한 전인민의 군사화도 획책된다. 이른바 병농일치. 농사도 지으면서 군사 훈련도 받는다. 병농에는 반드시 황무지 개간이 요구된다.

군주 이하 전 신민이 하나로 똘똘 뭉치기 위해서는 사상 탄압은 필수적이다. 특히 말만 번드레한 식자층은 아예 말살해야 한다.

"군주가 여러 학설에 현혹되어 오락가락하고 관리는 각종 여론에 밀려 소란하면 백성은 나태해져 더 이상 농사에 전념하지 않게 된다.···나라에 일이 생겨도 식자들은 법령이나 물고 늘어지며 상인은 임기응변으로 자기 이익만 쫓고 예능인은 국가를 위해 일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 나라를 쉽게 무너진다."

이런 상앙의 가르침에 가장 충실한 후계자는 상앙 사후 약 1세기 뒤에 출현한 진 시황제와 이사 콤비. 농서와 의서를 제외한 모든 서적을 불태우게 했다.

시황제와 이사의 근원적 스승이 바로 상앙이다. 그가 설파한 절대 법치와 절대 부국강변론을 담고 있다는 책이 바로 상군서商君書. 이 상군서는 다른 여느 선진先秦 시대 문헌이 그렇듯이 끊임없이 위서僞書 시비에 휘말려 있으나, 사마천의 사기에 수록된 그의 행적과 현재의 상군서가 상당 부분 합치되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사마천도 이미 상군서를 보았다고 증언한다.

국내 중국학계에서 보기 드문 법가 철학 전공자인 장형근 용인대 중국학 전임교수가 쓴 '상군서'는 도서출판 살림이 기획하는 동서양 고전시리즈인 'e시대의 절대사상' 제1편으로 최근 선보였다.

상앙이나 그 진정한 후계자인 한비자 같은 법가 사상가를 흔히 동양의 마키아벨리즘에 비유하고, 이번 책 또한 '동양의 마키아벨리즘'을 내걸었으나, 이는 출판사 측의 명백한 판단 착오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군주의 신성성을 해체함으로써 시민사회 형성을 앞당기는 역할을 했으며, 아울러 권모술수로 대표되는 통치술을 주장했으나, 상군서는 바늘 하나 찌를 틈이 없을 정도의 절대 원칙주의를 바탕으로 오히려 군주를 신민에게서 완전히 유리, 차단케 함으로써 그의 신성화를 획책하고 있다. 283쪽. 8천900원.
taesh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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