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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흉노를 어찌 보아야 하는가(1)

by taeshik.kim 2023.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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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국립경상대 교수가 유목국가 삼부작 대미로 흉노유목제국사(사계절)를 근자 출간한 바, 그 책을 사다 놓고는 내가 요새 수서隋書 완역본에 투신하는 관계로다가 묵히는 중이라

이러다 영영 뒤로 물릴 듯한 우려가 없지 아니해서 저를 쳐들어가기 전 유념해야 하는 사항이라 내가 생각해서 몇 가지를 적기해 둔다.

내가 생각하는 흉노론 혹은 시대론 정도로 생각해주었으면 싶다

첫째 흉노의 영역과 관련해 그 흉노를 보겠다며, 혹은 다른 이유로 요새 몽골로 물밀듯이 달려가거니와


내가 보는 흉노 강성기 중심지가 딱 여기다. 몽골초원은 올라가지도 않았다.



실제 몽골을 가서 보면 그 국립박물관 같은 데에는 흉노 유물 유적이라 해서 적지 않은 물품이 요란스레 선전되는가 하면 노용올(노인울라) 같은 흉노시대 흉노 유적이 몽골초원에는 널리 분포한다.

그리하여 최초의 유목국가 혹은 유목제국을 이룩했다 할 만한 그 흉노가 아! 이 광활한 몽골고원을 지배했다는 환상에 젖기 십상이지만 실상 몽골고원에 저와 같은 흔적을 남긴 흉노는 한무제 이래 북쪽으로 쫓겨난 비실비실 흉노가 흩뿌린 궤적에 지나지 않는다.

흉노는 이른바 중화문화권 기준으로 보건대 그것이 제국으로 태동하고 또 시종으로 한 제국을 위협 협박하던 그 시절 주무대는 몽골초원이 아니라 주무대가 산서성 이북을 포함한 내몽골이었다.

다시 말해 흉노는 생각보다 더 훨씬 중화문화권 중심과 가까웠고 그런 까닭에 나는 중화문화권 주체로 보더라도 실상 그 당당한 주축이었다고 본다.

그럼에도 흉노라고 하면 광활한 저 무엇, 광대무변한 저 시베리아 시원을 달리며 지배한 유목정치체 혹은 유목민족이라는 환영이 있는데 이는 나는 사기史記 이래 저 고질하는 중화 관념이 빚은 만이蠻夷사관의 오리엔트 환상특급열차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이거 보면 페르시아풍도 있는 듯하고 암튼 묘하다.



철저히 언어문화종족주의에 기반한 이 중화사관은 그에 속하지 아니하는 종족이나 그 종족이 이룩한 이문화異文化는 시종 중화를 흠모하며 그렇기에 그 문화를 시종 받아가 이식해야 하는 후진미개로 상정하니

이 관념이 추상을 넘어 구상으로 확대된 시점이 진에 의한 중국대륙 통일이며 이 통일제국 북쪽 바운더리로 구상화한 라인이 몽념에 의한 만리장성 건설이다.

그 자체로는 방어력은 전연 없는 이 만리장성이 지닌 진정한 함의는 내가 볼 때는 관념으로서의 중화를 구상으로 확정한 데 있다.

이 만리장성 너머 세계가 만이의 세상이었으니 그 만이는 아무리 서안 낙양에 가까워도 언제나 저 아득한 초원에 지나지 않는다.

만리장성의 등장은 그 바깥 세계를 관념으로 통일케 하는데 이 확대한 중국의 만이 관념은 몽골고원 혹은 그것을 포함하는 유라시아 스텝지구를 균질로 주물하게 된다.

그 의도에 속아서는 안 된다. 흉노 제국이라 하지만 그 세계도 복잡다기하기 짝이 없었으며 더구나 그 세계를 위협하는 움직임 역시 꼭 한 제국만은 아니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몽골초원에서 상념하는 흉노는 실상 한 제국과 쟁투하다 지금의 내몽골을 잃고서는 그로키 상태에 빠져 허우적이던 후기 흉노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 무렵이 되면 흉노도 내외부에서 쥐어 뜯기던 시절이다.




오환선비를 비롯한 상어떼가 나타나 흉노를 갉아먹던 시절이 남긴 흉노이며, 그런 몽골 초원에서 어쩌면 우리가 찾고자 하는 강대한 유목국가는 없다.

또 하나 이건 정 교수 흉노론 지론이기도 한 것으로 아는데 흉노는 족속이 아니라 정치체다. 이는 흉노라는 제국 혹은 정치체를 구성하는 종족집단 역시 다양했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흉노를 족속으로 보지 않았느냐 하면 그렇지는 아니해서, 이 족속으로서의 흉노는 실상 사마천이 흉노 열전에서 정치체 이전 그 전사를 이야기할 때 그 발판을 제공했다는 느낌을 나는 매우 강하게 받는다. 이 전사는 분명 종족이다.

그럼에도 우야둥둥 역사의 전면에 화려하게 등장하던 그 시점의 흉노는 분명 정치체다.




이 정치체가 한창 강성하던 시절, 예컨데 한 고조 유방을 백등산에서 사로잡기 일보 직전까지 몰아간 그 시절, 그들은 분명 우리가 역사의 주인이라는 의식이 있었고

그런 까닭에 한 때는 한 제국까지 맘껏 조롱하며 공물을 받아가는가 하면 여자도 상납받으면서, 한 제국에 맞서는 별도의 제국질서 재편을 시도했다.

이 흉노 제국 판도에 좌익을 담당한 이가 바로 고조선이다. 다시 말해 흉노가 강성하던 시절 고조선은 그 세계 일원이 되어 흉노 기준으로는 그 좌익이 되어 그 좌익 세계 맹주로서 동이東夷세계의 실질적 주인행세를 했다.

왜 고조선이 종국엔 한 제국의 식민지가 되었는가는 흉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얘기가 길어지고 폰으로 치는 바람에 힘들어서 일단 끊는다.

 

***

 

이 글을 본 흉노유목제국사 정재훈 교수는 흉노를 중화문화권 일익을 담당한 일원으로 보아야 한다는 내 의견에 대해 그 자신은 비슷한 맥락에서 흉노를 포함한 "전국 8웅"이라는 관점을 제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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