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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87)


농부의 노래 다섯 수(田父吟五首) 중 셋째


[宋] 섭인(葉茵) / 김영문 選譯評 


하늘이시여 농부들을

생각해주소서


만 이랑 황금 물결

온 땅을 덮었지만


곡식 있어도 자녀 위해

계획 마련 못하고


절반은 빚 갚고

절반은 세금 냅니다


老天應是念農夫, 萬頃黃雲著地鋪. 有穀未爲兒女計, 半償私債半官租.


70~80년대 대학가에서 우골탑(牛骨塔)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대학을 흔히 상아탑(象牙塔)이라 부르는 세태에 대한 풍자였다. 당시 시골 출신으로 대학에 다닌 사람들 대부분은 고향집 암소가 학비의 원천이었다. 암소는 지금의 경운기나 트랙터를 대신하는 우수한 농기계였을 뿐 아니라 1년에 한 번씩 송아지를 낳아 몫돈을 마련해주는 부동의 재테크 원천이었다. 암소가 마련해준 몫돈으로 대학을 다녔으니 우골탑이란 말이 어찌 한갓 풍자어에 그치랴? 지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방구께나 뀌는 시골 출신들은 대개 이처럼 암소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자기 삶의 은인인 소를 위해 그 어떤 기념사업도 펼치지 않는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어찌 이리 푸대접이 심한가? 배은망덕의 극치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우골탑이 아니라 우은탑(牛恩塔)을 세워야 마땅하지 않은가? 우골탑 세대로부터 거의 40년이 흘렀지만 농촌 살이가 그렇게 나아진 것 같지 않다. 시골 농촌에서 자식을 서울 소재 대학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정말 허리가 휠 정도로 고생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하고도 늘어나는 빚에 가계가 휘청거릴 지경이다. 자식 하나를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는 공납금, 방세, 잡비를 합하여 적게 잡아도 1년에 거의 1500만원 이상의 돈이 들어간다. 가을 추수를 끝내고 나면 1년간 쌓인 빚을 갚기에 급급하다. 얼마전 보도를 보니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미국 농산물을 우리나라에 많이 팔게 되었다고 자랑질 하느라 침이 다 마를 지경이었다. FTA협상에서도 우리 농산물은 언제나 협상 뒷순위로 밀린다. 가을을 상징하는 황금벌판 뒤에는 고통스럽고 팍팍한 우리 농촌의 현실이 숨어 있다. 소가 베푼 은혜를 망각한 우리는 우리의 생명, 우리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촌을 이처럼 푸대접하고 있다.


한시, 계절의 노래(118)


붉은 태양 이글이글 불처럼 타오르자(赤日炎炎似火燒)


 『수호전(水滸傳)』 제16회에서 / 김영문 選譯評 


붉은 태양 이글이글

불처럼 타오르자


들판 논에 가득한 벼

태반은 타죽었네


농부 마음은

끓는 물처럼 부글부글


귀공자와 왕손은

부채만 흔들흔들


赤日炎炎似火燒, 野田禾稻半枯焦. 農夫心內如湯煮, 公子王孫把扇搖.


음력 6월은 여름 맨 마지막 달이다. 1년 중 가장 무더운 달이므로 더위와 관련된 다양한 별칭으로 불린다. 염천(炎天), 혹서(酷暑), 성하(盛夏), 성염(盛炎), 임열(霖熱), 화중(火中) 등이 모두 음력 6월을 달리 부르는 말이다. 대부분 불꽃, 열기 등과 관련된 어휘다. 이처럼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농부들은 농사를 쉴 수 없다. 쌀(米)을 생산해내기 위해서는 글자 모습 그대로 농부의 손을 여든여덟(八十八) 번 거쳐야 한다는 말이 있다. 농사는 다른 어떤 일보다도 사람의 직접적인 손길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다. 지금도 “농사는 천하의 큰 근본(農者天下之大本)”임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가 우리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을 천시하면 가혹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장차 식량 생산국이 식량을 무기화하면 식량 부족 국가는 별 수 없이 그들에게 예속된 삶을 살아야 한다. 사람은 먹지 않고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농촌 인구가 고령화하여 우리의 농업 기반이 흔들리는 마당에 농사를 천시하는 정책이 계속되고 강화된다면 장차 우리는 다른 나라에서 식량을 구걸하는 거지 신세로 전락할 것이다. 전국이 피서 인파로 덮이는 요즘도 우리 늙은 농촌의 늙은 농부들은 저 가마솥 같은 무더위 속에서 구슬 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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