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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씨춘추(呂氏春秋)》는 진 시황제 즉위 초년, 어린 진왕(秦王)을 대신해 그 godfather로서 秦 왕국을 한때 농단한 재상 여불위(呂不韋) 가 자기 집에 공짜 밥 먹으러 드나들던 식객(食客) 3천명을 동원해 만들었다는 백과전서로(台植案 ; 食客이란 말은 말이 좋아 客이니 실은 食蟲이다.), 흔히 약 1세기 뒤에 출현하는 유안(劉安)의 《회남자(淮南子)》와 비견된다.


(台植案 ; 《회남자》 또한 한 고조 유방의 손자로 회남왕에 책봉된 유안이라는 자가 자기 집에 드나드는 식객 3천명을 끌어다가 編한 백과전서다. 이 3천이란 숫자는 공자가 거느린 문도가 3천이라 하고, 낙화암에 풍덩 했다는 의자왕 궁녀도 3천이라 하며, 또 3천 갑자 동방삭이라 했듯이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항용 끌어다내는 비유적 숫자일 뿐 실제 3천은 아니다.)


《여씨춘추》를 구성하는 큰 구찌 중 하나인 12기(十二紀)는 1년 열두달별로 각기 그 달에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논술한 것이니, 그런 까닭에 이 대목은 실상 월령(月令)의 남상(濫觴)이지만, 지금 기준으로 보아서는 용납하기 힘든 대목이 무척이나 많다. 그에 견주어 또 다른 큰 구찌인 8람(八覽)에는 제자백가의 논술이 그득하니, 혹여 기회가 나거들랑 이 8람을 강독해 봤으면 한다.  


다음은 그 팔람(八覽) 중에서도 '유시람(有始覽)', 그 중에서도 다시 '거우(去尤)'라는 곳에 보이는 구절이다.


동쪽을 바라보는 자는 서쪽 담장을 보지 못하고, 남쪽을 향해 보는 자는 북방을 보지 못하니, 그것은 의지가 그쪽에 있기 때문이다. 도끼를 잃어버린 사람이 있어 내심 그 이웃집 아들을 도둑으로 생각하고는 그가 걸어가는 행세를 보니 도끼 도둑이요, 얼굴색을 보아도 도끼 도둑이며 말하는 품새를 보아도 도끼 도둑이며, 행동거지를 보아도 도끼 도둑질을 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러다가 계곡에 갔다가 그의 도끼를 찾고는 다른 날 그 이웃집 아들을 다시 보니 행동거지 어느 구석에도 도끼 도둑 같은 데가 없게 된 것은 그 이웃집 아들이 변한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 변한 까닭이라. 변한다는 건 다른 게 아니요, 다르게 본 데 있었던 것이다. 


東面望者不見西牆, 南鄕視者不睹北方, 意有所在也. 人有亡鈇者, 意其隣之子, 視其行步竊鈇也, 顔色竊鈇也, 言語竊鈇也, 動作態度無爲而不竊鈇也. 相其谷而得其鈇, 他日復見其隣之子, 動作態度無似竊鈇者. 其隣之子非變也, 己則變矣. 變也者無他, 有所尤也. 


(台植注 ; 본문 중 '有所尤'는 의역한 것이며, 그 정확한 의미는 각종 주석을 참조해야 할 것이나, 지금 내 책상머리에는 그것이 없다.)  


사물을 보는 데는 결국 마음이 중요함을 설파한 이 대목은 나중에 침투하는 불교신학, 그 중에서도 유식학唯識學과 일정 부분 접점을 이룬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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