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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15)


화정봉에 올라(登華頂峰)


 송 맹관(孟觀) / 김영문 選譯評 


우연히 화정봉에서

잠을 자는데


손 뻗으니 별들을

딸 수 있을 듯


감히 소리 높여

이야기 못 함은


천상 사람 놀랄까

두렵기 때문


偶因華頂宿, 擡手摘星辰. 不敢高聲語, 恐驚天上人.


이 시에 나오는 화정봉은 중국 절강성(浙江省) 천태산(天台山) 정상이다. 해발 1098미터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중국 불교 천태종의 조산(祖山)이고 자연 경관도 아름다워 예로부터 수많은 시인묵객의 유람처였다. 중국 천태종 16대 조사 의통(義通) 스님이 고려인이었고, 대각국사 의천(義天)도 천태산에서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는 작자가 천태산 정상에 묵으며 지은 작품이다. 높은 산에 올라 밤이 되면 확실히 하늘에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쏟아질 듯한 별들을 캄캄한 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경건하고 신성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명징한 마음자리에는 삼라만상의 신령함이 깃들고, 어둠 속에 숨은 온갖 정령들의 숨결도 들리는 듯하다. 하늘은 옥상처럼 존재하는 평면 위의 장소가 아니라 가없이 깊고 먼 우주 전체의 공간이다. 그곳은 본래 멀리 있는 동시에 한 없이 가까이 있고, 가까이 있는 동시에 한 없이 멀리 있다. 따라서 저 먼 별빛이 내 마음에 닿으면 내 마음의 신명도 저 먼 별빛에 닿는다. 불교식으로 말하자면 “심즉시천, 천즉시심(心卽是天, 天卽是心)”이다. “마음이 곧 하늘이며, 하늘이 곧 마음이다.” 그러므로 하늘 위 사람이 놀랄까 두려워 시끄럽게 떠들지 못한다는 표현은 침묵으로 자신의 청정한 마음자리를 살피려는 다짐에 다름 아니다. 장마가 갠 오늘은 어느 산 정상에라도 올라 내 마음 자리 저 하늘 가득한 별빛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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