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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관리에도 돈과 인력과 조직이 필요하다. 이 자리에서는 돈, 다시 말해 고급진 말로 예산 문제는 간단히 언급하고 사람, 곧 인력과 조직에만 집중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자 한다. 문화재 관리를 위한 조직을 논할 적에 항용 그 중앙사령탑인 문화재청을 이야기한다. 문화재 관리 주무 정부 조직이 문화재청인 까닭이다. 


2009년도 정부예산안



올해보다 무려 9.7%나 껑충 뛴 470조5천억원이라는 슈퍼예산으로 편성됐다는 내년도 정부예산안에서 차관급 꼬바리 청에 속하는 문화재청은 여전히 1조원도 확보하지 못했다. 정부가 9월 28일 발표한 2019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보면 내년도 문화재청 예산은 8천693억원이 편셩됐다. 올해 8천17억원보다 8.4%가 증가한 수치다. 


8.4%가 여느 때라면 문화재청에는 슈퍼 증액이 되겠지만, 정부 전체예산안 증가치가 9.7%이니 청 예산은 외려 감소했다고 봐도 된다. 물론 예년 문화재청 예산 확정 추세를 보면, 국회 심의 단계에서 대체로 300억원 안팎이 늘어나니, 이른바 문화재 예산은 대표적인 쪽지 예산으로 분류되는 까닭에,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중심으로 관심 사업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는 일이 많은 까닭이다. 이렇게 보면 문화재청 내년 예산은 아마도 지금 정부예산안 증가치인 9.7% 어간에서 평균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나는 본다. 


하지만 이리 생각할 수도 있다. 8천억원대가 전체 정부예산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라 할 테지만, 이것이 어디 적은 돈인가 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그 내역을 뒤져 보면, 사적을 비롯한 문화재 지정 구역 부동산 매입에 거의 절대적인 비중이 가 있어, 여타 사업을 펼치기가 여간 곤란하지 않다. 이런 문화재청이 전국에 산재한 무수한 문화재를 다 직접 관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까닭에 항용 문화재를 다 관리하고 싶어도 돈도, 사람도 없다는 볼맨소리가 터져나오기 마련이다. 


그런 읍소 혹은 호소에 언론 역시 적절히 보조를 맞추기도 한다. 조직 문제에 천착하기로 했으므로, 이 점에 주목하면 그래 조직이 없다. 조직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2007년 문경 고모산성 발굴


관리할 문화재는 산더미인데 그것을 관리할 조직과 인원이 태부족인 이런 상황을 문화재청에서는 흔히 총에 비유한다. 총만 주고 총알은 안 준 꼴이랑 같다고 말이다. 문화재 관리를 왜 방치하느냐 하는 문제 제기가 있을 적마다 문화재청은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한다. 총만 주고 총알은 안 주는데 우리더러 어쩌란 소리냐고 외치는 것이다.


이런 모습, 그 진실성이라는 측면에서 내가 볼 적에는 절반만 믿을 만하고, 절반은 연출이다. 내가 본 공무원이라는 조직이 그리 간단치는 않아,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데는 귀신이 곡할 재주를 발휘하곤 한다. 문화재청 역시 이런 곤혹에 처할 때마다 그것을 조직 확대할 절호의 기회로 돌려세운다. 


물론 조직 확대가 정부 운용 정책 전체와 맞물리니 결코 쉽지는 않다. 생똥 싸도록 노력해도 고작 정원 몇 명 늘리거나, 부서 한두 개 추가할 뿐이니, 이런 식으로 하세월이다. 물론 이런 잰걸음을 통해 그나마 지금의 문화재청이라는 어쩌면 공룡이라고 일컬을 만한 조직을 탄생시켰을 것이다.


원하는 조직을 대폭 늘려주지 않으니, 얼마 전부터 문화재청은 다른 방식으로 이 욕구를 타개하려 한다. 기존 조직의 재편과 다른 조직의 흡수 움직임이 그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국립박물관 흡수 움직임으로 대표하는 후자는 별도 자리를 마련해 살피고자 한다. 


조직 확대 개편에 무엇이 문제인가 진단에 들어간 문화재청은 다른 정부조직과 비교하고는 언제나 지방청이 없다는 특징을 집중 부각하기 시작한다. 차관급 다른 청은 거의 다 지방청이 있어 분신처럼 움직이면서 해당 지역 업무를 직접 관장하는데, 문화재청은 없단 말이지? 옳거니, 가뜩이나 각 지자체서는 문화재청 더러 적어도 국가지정 문화재 직접 관리권을 다 가져가라 하고, 이구동성으로 못하겠다고 난리니, 이 참에 우리가 이를 다 관리하자. 그럴러면 전국에다가 그물망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지방청이다. 지방청 설립 움직임은 이렇게 해서 나왔다.



내 기억에 문화재청이 지방청 설립 움직임을 본격화하기는 대략 10년전쯤부터인데, 갈수록 이쪽으로 조직 개편 방향을 선회하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지방청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가? 안 된다. 조직, 다시 말해 공무원 정원을 틀어쥔 행자부에서 요지부동이다. 지방분권화시대에 무슨 지방청이냐 불호령이다. 조직에는 항용 돈이 따르기 마련이니, 조직이 통과한다 해서 또 기재부에서는 돈을 대준다는 보장도 없다. 산 넘어 산이다. 


이에 곰곰 돌아 생각하니, 어? 국립문화재연구소라는 직할 기관이 있고, 그 산하 곳곳에 지방연구소가 있네? 이거네? 그래 이 지방연구소를 지방청으로 확대하는 거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경북문화재지방청을 맹글고 가야문화재연구소는 경남문화재청으로 개편하며, 부여연구소는 국립충남문화재청으로 확대하며 하는 안을 세우기 시작한다. 이리 방침을 정하고 보니 그럴 듯 하기도 하다. 기존 조직을 재활용한다는데, 이것이 훨씬 부담이 적으니 상대적으로 현실성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언커니와 이는 중앙집권제의 욕망이라 지방분권화라는 시대 추세에 맞지도 않을 뿐더러, 이런 방식으로 제 아무리 조직과 인원을 늘인대도 지금 제기된 문제들은 결코 해결할 수 없다. 해결된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그많은 문화재를 어떻게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한단 말인가?


이런 지방청 설립 움직임은 무엇보다 가뜩이나 틈만 나면 문화재 관리 업무를 중앙으로 가져가라는 지방정부로서는 문화재 업무를 더욱 왜소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중앙정부에서 문화재를 관리하기 위한 지방청을 세운다는데 어느 지자체가 관내 문화재에 신경을 기울이겠는가? 그런 점에서 지방문화재청 설립은 재앙이 되고 만다고 나는 본다. 


문화재청에서는 흔히 지방청 설립 근거로 산림청 같은 데를 비교한다. 하지만 유의할 점은 각 지자체에 산림과 혹은 그 비스무리한 조직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문화재 조직 개편은 어떠해야 하는지 자명하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알파요 오메가가 문화재는 현지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방정부와 그 지역코뮤너티가 초지일관 관리해야 한다. 이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지자체에 그 업무를 관장하는 전문 조직이 있어야 한다. 작은 지자체에서는 문화재계 같은 것이 생겨야 하며, 큰 지자체에는 문화재과 혹은 문화재국 같은 조직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전담 조직이 있는 지자체가 더러 있다. 


수종사에서 내려다 본 두물머리


따라서 조직이라는 측면에서 문화재가 어찌해야 하는지는 자명하게 답이 나온다? 중앙정부 조직을 공룡처럼 늘려야하겠는가? 지방정부에서 그 전담 조직을 키워야 하겠는가? 당연히 후자다. 후자를 지향하는 지방청 움직이라면 나는 언제건 작금 문화재청이 추진하는 지방청 설립을 위한 움직임을 지지한다. 하지만 그 움직임 어디에도 지자체 관련 조직 신설 혹은 증설이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이 기회를 빌려 문화재청 몸집을 불리기에만 집중했을 뿐이니, 그래서 내가 이 움직임을 반대한다. 


문화재가 많은 일부 지자체에서 그런 조직이 있기는 하나, 아직은 태부족이라, 문화재청은 자기네 몸집을 키우는데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이들 지자체에서 문화재 담당 부서와 직원들이 지닌 힘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의 일대 전환을 꾀해야 한다는 뜻이다. 단순히 조직만 만들어 놓으면 그 결과는 눈에 선하다. 문화재와는 전연 관련 없는 행정직 기술직 등등이 자리를 장악할 것이다. 그 조직 전부가 반드시 문화재 관리 전문이어야야 한다는 법을 강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계장 과장 국장 정도는 이를 위한 전문인력으로 뽑은 학예직이 해야 한다고 나는 본다. 물론 이런 전문가라 해서, 그 일을 더 잘한다는 보장이 없거니와, 실제 행정직 등등이 훨씬 업무능력이 뛰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그 대안으로 어떤 강제화보다 관습을 통해 이런 문화재 전담 조직에는 그 전문 인력이 팀장을 하고 조직원을 구성하는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려 해야 하며, 그 점에서 나는 문화재청이 할 일이 막대하다고 본다. 


포항 출토 나무화석. 대전 천연기념물센터


문화재청은 지역 곳곳에서 활동하는 문화재 전담 인력들의 힘을 키워야 하며, 그들이 제 능력을 발휘하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극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이 그럴 힘이 있느냐 항변한다.


없을까? 문화재 없는 지자체 없다. 그 예산 누가 책정하고 누가 배정하는가? 예산 배정권이 문화재청에 있는 힘이 없을 수는 없다. 단군조선 이래, 아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돈줄 쥔 놈이 장땡인 법이다. 


지금 이 순간도 각 지자체 학예직이나 문화재 전담부서는 문화재청을 향해 울분을 토로한다. 툭하면 공문만 내려보내서는 감내놔라 배내놔라 하면서 열라 부려먹기나 하면, 일만 터지면 지역에다가 책임을 떠넘긴다는 볼멘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온다. 그런 항변과 울분 적어도 80%는 나는 정당하다고 본다. 문화재청이 후원군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이들은 이미 모조리 반문화재청주의자들로 돌아섰다. 우군이 되어, 문화재 최일선에서 그 업무를 해야 할 사람들이 모조리 문화재청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문화재청 우군으로 끌어들여야 할 것 아닌가? 그들의 도움없이 무슨 문화재를 관리하겠다는 것인가? 설혹 문화재청이 지방청을 설립한다 해도, 나는 저와 같은 지자체 인력과 조직 충원없는 그것은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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