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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54)


모란꽃을 아끼며 두 수(惜牡丹花二首) 중 둘째


  당(唐) 백거이(白居易) / 김영문 選譯評 


적막 속에 붉은 꽃이

비를 향해 쓰러지니


고운 모습 헝클어져

바람 따라 흩어지네


맑은 날 땅에 져도

오히려 애달픈데


하물며 진흙 속에

분분히 흩날리네


寂寞萎紅低向雨, 離披破豔散隨風. 晴明落地猶惆悵, 何况飄零泥土中.


신라 설총의 「화왕계(花王戒)」에 등장하는 꽃의 왕이 바로 모란이다. 같은 시기 당나라에서도 모란을 재배하고 감상하는 붐이 일어나 모란이 만발하면 도성 장안 전체가 미친 열기에 휩싸였다고 한다. 대체로 중국 남북조시대에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모란은 수·당(隋·唐)시대에 모란 신드롬이라 불러도 줗을 만큼 애호의 절정에 달했다. 이후 열기가 잦아들기는 했지만 청나라 말기에 이르러서도 모란은 중국의 국화로 인식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모란은 꽃망울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며 꽃잎이 조금 벌어지는 때가 가장 아름답다. 만발하여 커다란 꽃잎이 흐느적거리게 되면 팽팽한 미감이 사라지며 다소 허무하고 절망적인 느낌까지 든다. 하물며 비오는 날 진흙탕에 떨어져 뒹구는 모란꽃이야 말해 무엇하랴? 김영랑도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라고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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