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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86)***


절구(絕句)


[唐] 목동(牧童) / 김영문 選譯評 


들판 가득 육칠 리에

풀밭 널렸고


저녁 바람에 피리 소리

서너 번 울려


황혼 후에 돌아와

배불리 먹고


도롱이도 벗지 않고

달 아래 눕네 


草鋪橫野六七里, 笛弄晚風三四聲. 歸來飽飯黃昏後, 不脫蓑衣臥月明.


나는 시골에서 자랄 때 소 먹이는 목동(牧童)이었고, 나무 하는 초동(樵童)이었다. 이 때문에 목동과 초동의 실상을 나름대로 잘 이해한다고 자부한다. 대학 진학 후 중국문학과 한문을 공부하면서 각종 한시에 등장하는 목동과 초동을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중국문학과 한문학에 나오는 목동과 초동은 그야말로 신선의 경지에 이른 영재들이었다. 백발이 성성한 신선 문하에 일찍 입문하여 특화한 신선 수업을 받는 속세 밖 신동에 다름 아니었다. 그들은 소 등에 누워 잠을 자기도 하고, 황혼 무렵 소를 타고 대금이나 단소로 구성진 신선곡을 능수능란하게 불기도 한다. 심지어 소를 거꾸로 타고 소 발길 가는대로 맡겨두기도 한다. 나는 목동이었지만 전혀 이런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여름에 마을 친구들과 산 속으로 소를 먹이러 가면 우선 소가 멀리 가지 못하도록 늘 감시해야 했고, 또 혹시나 산전을 일군 남의 밭에 들어가 곡식을 먹지 못하도록 늘 눈길을 떼지 말아야 했다. 산 속에 방목하면 소를 잃어버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소를 못 찾아서 캄캄한 밤중까지 후레쉬를 들고 찾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또 암소가 암내를 낼 때면(발정기가 찾아오면) 어린 아이 힘으로는 도저히 제어할 수 없는 통제불능 상태가 발생한다. 이때 평소에는 순한 암소가 코가 세질 뿐 아니라(코뚜레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 다른 암소 등 뒤로 올라타면서 거의 광적인 상황으로 치닫는다. 길 때는 거의 일주일 간 지속되고, 소가 교미를 하여 임신을 할 때까지 매달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 우골탑 뒤에는 이런 적나라한 현실이 숨어 있다. 소 먹이는 일이 낭만이 아니라 지옥임을 짐작하시리라. 소를 다 먹이고 저녁 때 돌아오는 길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길가 콩밭이나 나락논 옆을 지날 때 잠시라도 감시를 게을리 하면 그 큰 입을 가진 소가 한 입 가득 곡식을 베어 물고 우적우적 씹는다. 우리 소는 단번에 거의 2미터 이상 곡식을 휩쓸며 물어뜯어서 논밭 언저리를 거의 휑한 공터처럼 만들곤 했다. 이런 형편에 소 등에 타고 피리를 불 엄두가 나겠는가? 한시의 묘사처럼 만약 소를 거꾸로 타고 간다면 근처 논밭의 곡식은 그야말로 작살이 난다. 나는 지금도 목동을 읊은 한시를 읽을 때마다 신선 같은 속세 밖 풍경에 의심을 품는다. 어느 나라 목동이 저렇듯 여유롭고 저렇듯 낭만적일까? 이는 어릴 때 직접 목동 생활을 겪어본 사람으로서의 진실한 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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