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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괘릉



한시, 계절의 노래(202)


가을 가사(秋詞) 


[唐] 유우석(劉禹錫) / 김영문 選譯評 


옛날부터 가을 되면

쓸쓸함을 슬퍼하나


가을날이 봄날보다

더 낫다고 말 하리라


맑은 창공 학 한 마리

구름 밀며 날아올라


시심을 이끌고

푸른 하늘에 닿는구나


自古逢秋悲寂寥, 我言秋日勝春朝. 晴空一鶴排雲上, 便引詩情到碧宵. 


가을은 적막하고 쓸쓸한 계절임에 틀림없지만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시인이 똑 같은 감정을 시에 쏟아 붓자 너무 상투적이고 진부한 표현이 난무하게 되었다. 이런 추세에 대한 반발은 일찍부터 있었던 듯한데 유우석의 이 시도 그런 반발의 일단을 잘 보여준다. 세상의 모든 일은 “끝 간 데까지 가면 반드시 반발이 일어나게 마련이다.(窮則必反.)” 슬픈 가을이 있으면 기쁜 가을도 있고, 공허한 가을이 있으면 알찬 가을도 있는 것이 당연하다. 가을이 슬프지 않은 이유를 유우석은 시심(詩心)을 품은 학이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날아오른 하얀 학의 자태가 눈이 시릴 정도다. 그런 학이 시심을 이끌고 높은 하늘로 날아올랐으므로 그 학이야말로 가을을 노래하는 시인이다. 창공에 울려 퍼지는 학의 노래가 투명한 가을 공기 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학이 시를 읊는 창공은 우주에서 가장 드넓은 시 낭송 무대다. 학조차 시인이 되는 계절, 모두들 좋아하는 시 한 수 읊으며 깊어가는 가을 속으로 들어가보시기를...



영호 상공 모란에 화답하며[和令狐相公牡丹]


唐 유우석劉禹錫 / 서성 譯 


平章宅裏一闌花  재상 댁 안 화단 가득 핀 꽃

臨到開時不在家  한창 피어나는데 집을 떠나는구료

莫道兩京非遠別  낙양이 가깝다고 말하지 마소

春明門外卽天涯  춘명문 밖이 바로 아득한 하늘 끝이라오



한시, 계절의 노래(49)


모란을 감상하다(賞牡丹) / 당(唐) 유우석(劉禹錫) / 김영문 選譯評


뜰 앞 작약 요염하나

격조가 없고


못 위 연꽃 깨끗하나

박정한 모습


모란만 진정으로

국색일지라


꽃 피는 시절이면

도성이 들썩


庭前芍藥妖無格 

池上芙蕖淨少情 

唯有牡丹眞國色 

花開時節動京城


모란꽃은 과연 향기가 없을까? 선덕여왕은 당나라에서 보내온 모란꽃 그림에 나비가 없는 것을 보고 모란꽃은 향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이야기는 선덕여왕의 지혜를 찬양하는 에피소드로 역사책에 실려 전한다. 실제로 모란꽃을 심었더니 정말 향기가 없어서 나비가 오지 않았다는 내용과 함께. 하지만 내가 맡아본 모란꽃 향기는 매우 짙었다. 모란이 부귀를 상징함은 화려하고 큰 꽃과 함께 그 짙은 향기에서 연원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처럼 선덕여왕과 모란꽃에 관한 이야기는 명실상부하지 않기에 여러 방향에서 그 원인을 구명하고자 했다.(이상 김영문) 


유우석과 남다른 친분을 과시하고 동시대를 호흡하면서 함께 문단을 호령한 낙천 백거이 역시 모란을 소재로 한 시 여러 편을 남겼으니, 유우석이 말한 '꽃 피는 시절이면 도성이 들썩'이라는 구절이 백낙천에서 이르러서는 "꽃이 피고 지는 스무날, 온 성안 사람이 모두 미쳐 날뛰듯 하네(花開花落二十日 一城之人皆若狂)"라는 버전으로 바뀌니, 이 시대 모란은 그야말로 광풍이라, 견주건대 이 시대 이 순간 이 세계를 호령하는 방탄소년단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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