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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공장 옥상이다. 17층까지 대략 70미터. 옥상은 공원 녹지라, 이런저런 나무에 풀때기 자라니 이곳에 화살나무 몇 그루 붉음을 한창 탐하며 외치기를,

Be the reds!


역광에 담아 보니 이 가을 온통 선지해장국이요, 선혈 낭자함이 구하라 손톱에 긁힌 그 친구 얼굴 상처가 뿜어낸 그 빛깔 같다.


캡틴아메리카마냥 70년 냉동인간 되었다 갓 깨어났더래면 화엄사 홍매라 했을진저. 부디 서리 맞을 때까지 살아남아 내 너를 보고는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 외치고 싶다만, 내가 먼저 서리 세례구나.
냉동한 붉은 가슴 쓸어 풀고는 단심가丹心歌 부르고 싶노라 하는데, 옆에서 주목이 빙그레 웃더라. 

"난 살아 천년이요 죽어 천년이노라"라고.


단풍 절정을 보름쯤 앞둔 이맘쯤 나는 근 몇년 연속으로 남산공원을 같은 목적으로 탄다. 이곳 화살나무 단풍이 서울성곽과 어울려 오묘한 풍광을 빚곤 한다는 그 기억이 하도 강렬하기 때문이라, 나 혼자 그것을 즐기기엔 아깝다 해서 더러 그것을 공유하고픈 사람을 동행하기도 했더랬다. 공원으로 올라가는 동네 길목에 보니 해바라기 여물어 꽃잎 잃어버리곤 목 디스크로 고생하는 듯 푹 고개 수그렸다.


공원에 들어선다. 뭐 이 천만 도시 도심 공원이 아무리 좋다 해도, 별유천지 비인간이라 할 수는 없을 터, 그럼에도 인간계에선 이만한 곳 찾기가 쉽진 않다고는 해두자. 


작년부턴가 이 공원 느낌이 확 달라졌는데, 내가 그리 좋아하는 화살나무는 꽤 많이 뽑아버렸음에 틀림없다. 나는 불타는 가을이 좋다. 내가 열이 많아선지 혹은 꼭 이맘쯤이면 그것을 대변하는 듯한 일을 모름지기 하필 치루기 때문에 더 그런지는 모르겠더라. 아무튼 해마다 이 무렵이면, 그런 일이 꼭 나한텐 하나씩은 생기더랬다. 부디 이번만은 그냥 나 역시 가을 탄다는 말 정도로만 넘어갔으면 한다. 


확실히 화살나무 비중이 줄었다. 그 허전함 싸리꽃으로 대체하고자 하나 역부족이다. 저 주렁주렁 자주색 알알이 송근 저 나무는 언제나 이름을 들었다 하면, 바로 까먹어 이젠 미안함도 없다. 내가 이러니 너도 그러려니 했으면 한다. 


오르는 길에 김유신 동상을 본다. 김경승 작품인데 난 이 사람 조각에서 언제나 근육에의 숭배를 본다. 뭐 내가 갖추지 못한 결단이 드러나기에 부럽기 짝이 없어서라 말해둔다. 남들이야 우째 보건 나한텐 베르리니를 능가하는 조각가다.


올라 화살나무를 찾는다. 나 대신 터져버린 그 붉음을 찾는다. 성벽 따라 한땐 화살나무 그득그득했더랬다. 까까머리 만드니 저 모양이다. 부디 화살나무 좀 더 심어다오. 


화살아 넌 터지기라도 하지 난 속에선 난 천불로 죽을 것만 같다.


이러구로 답답해 하는데 먼저 터진 홍단풍이 지는 해 역광에 붉음을 탐한다. 해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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