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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났다. 가뜩이나 불면증 시달린 나날들이라, 우중충함이 주는 그 늦은 낮잠에서 주섬주섬 깨어, 흐리멍덩한 몸뚱이 이끌고 나선다. 볕이 났다고 아들놈이 알려준다. 어디론가 나서야 했다.  


1호선 남영역에 서니 역사 지붕 빈틈으로 파란물이 쏟아진다. 시내로 향한다. 


종로3가 역에 내려 세운상가 쪽으로 향한다. 종로대로를 사이에 둔 세운상가 옥상에 오른다. 저 계단 아래로는 근자 발굴조사를 통해 드러난 조선시대 유적을 보존조치했다. 


9층 옥상에 오르니 눈이 부시다. 우선 종로 방면을 본다. 아래로는 재개발을 기다리는 판자촌이 광할하다. 6.25 전쟁 이후 쏟아져 들어온 피난민들이 이룩한 그 판자촌에서 역사를 시작한다. 


눈길을 오른쪽 정면으로 돌린다. 저 멀리 종묘 너머로 북한산이 보이고 다시 그 뒤편엔 온통 바위덩이 도봉산이 고개를 내민다. 젊은 여성 둘이 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종묘 정전이 풀숲에 옴팍하다. 근자 종로대로에서 종묘 정문으로 향하는 대로를 뚫었거니와 시선은 시원하다. 아직 단풍 절정에 이르기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뒤로 돌아보니 남산이 왜 난 이제야 눈길 주냐 핀잔이다. 남산타워 우뚝한데, 오늘 저곳에 올랐더라면 인천 앞바다가 훤하고, 개성까지도 조망할 수 있었으리라. 


동대문 방향으로도 내친 김에 시선을 둔다.


이렇게 가을은 정점으로 치달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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