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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553

중이 날짜는 알아 뭣에 쓰건디? 산승의 시축에 쓰다[題山僧軸] [조선] 정철(鄭澈, 1536~1593) / 기호철 譯評 무슨 날인지 중이 알아 무엇하리 산에 핀 꽃이 사계절 기억하거늘 때론 푸른 하늘구름 속에서 오동잎 보며 앉아 시나 쓰소 曆日僧何識? 山花記四時。時於碧雲裏, 桐葉坐題詩。 오동잎 보며 시를 쓴다는 것은 북위(北魏) 고조(高祖)가 원림에서 신하들에게 연회를 베풀었는데 오동나무 잎이 무성하자 신하들의 훌륭한 덕과 모습을 찬미한 시를 지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魏書 卷21下 彭城王傳》) 이에서 유래해 후대에는 모춘(暮春)에 신하들이 모여 연회함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당(唐)나라 두목(杜牧)의 〈제동엽시(題桐葉詩)〉에 “강가 누각에서 오늘 돌아가는 제비를 보내노니, 바로 작년에 나뭇잎 보며 시를 쓰던 때로다.〔江樓今日送.. 2018. 10. 22.
몇번이나 다시 올 수 있으려나 한시, 계절의 노래(207) 죽림사에 부쳐(題竹林寺) [唐] 주방(朱放) / 김영문 選譯評 세월은 사람 삶재촉하는데 안개와 노을이곳에 많네 은근한 죽림사여기 절집을 다시 또 몇 번이나올 수 있으랴 歲月人間促, 煙霞此地多. 殷勤竹林寺, 能得幾回過. 오늘은 매화산 청량사에 들르는 날이다. 가을 단풍 속 선경에서 하룻밤 묵을 예정이다. 경향 각지의 도반들과 오랜만에 두런두런 격조했던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한시 몇 수를 준비하여 조촐한 저녁 시간을 즐길 것이다. 가을 저녁 산등성과 산골짝으로 두루 퍼져가는 그윽한 범종 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다. 아마 하늘에서는 반달을 지난 가을 달이 수만 골짝 개울을 비출 것이고, 어쩌면 그 공산명월을 스치며 날아가는 이른 기러기떼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을벌레 소리는 .. 2018. 10. 21.
추수 끝나도 붉은 찰벼는 드문데 한시, 계절의 노래(206) 술이 익다(酒熟) 첫째 [明] 굴대균(屈大均) / 김영문 選譯評 빚은 술 원액 새로 내와그 맛이 달콤한데 아이들은 지게미 먹고아버지는 술 마시네 안타까워라 추수 끝나도붉은 찰벼 드문지라 포의 선비 더 이상동쪽 울로 가지 못하네 酒娘新出味如飴, 兒女餔糟父啜醨. 恨絕秋收紅糯少, 白衣無復到東籬. 이런 시를 올리면 틀림없이 어떤 분은 왕조 시절 한가한 유생의 비현실적 신세타령이라고 비웃을 것이다. 먹을 것 다 먹고, 입을 것 다 입고, 벼슬할 것 다 한 후 시골로 내려와 고고한 은사인 척 폼을 잡는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비판하는 분들 대부분도 현재 노동자 농민의 현장에서 동떨어진 삶을 사는 분들이다. 책상 앞에 앉아 관념 속 색깔론에 물들어 프롤레타리아도 아닌 자들이 프롤레타리.. 2018. 10. 20.
그대 떠난 이곳 강산은 텅 비어 맹호연의 죽음을 곡한다[哭孟浩然] [唐] 왕유(王維) 죽은 친구 다시 볼 수 없는데한수는 오늘도 동쪽으로 흐르네 묻노니 양양 땅 늙은이여 채주엔 강산이 텅 비었는가 故人不可見 漢水日東流 借問襄陽老 江山空蔡州 맹호연은 당대 중기 저명한 시인으로, 동시대를 살다간 왕유와는 절친이었으니, 둘은 소위 전원시라 해서 전원을 소재로 하는 시들로 일세를 풍미했거니와, 그런 까닭에 이 둘은 항용 왕맹(王孟)이라 병칭되었다. 양양 땅 늙은이란 맹호연이 지금은 호북성에 속하는 양양(襄陽) 출신임을 빗댄 말이거니와, 그가 죽어 허무 허탈하기 짝이 없는데 하염없이 동쪽으로 흘러가는 한수(漢水)란 장강 지류 중 하나로 섬서성 남부 미창산(米倉山)에서 발원해 호북성을 통과해 무한(武漢)에서 장강에 유입한다. 채주(蔡州)란 일명 .. 2018. 10. 20.
안갯길 외나무 다리를 건너는 종소리 한시, 계절의 노래(205) 소상팔경 일곱째 안개 속 절 저녁 종소리(瀟湘八景 其七 煙寺晚鍾) [宋] 덕홍 스님(釋德洪) / 김영문 選譯評 담담한 안개 저녁 덮으며황혼 속에 피어오르고 드문 종소리 은은하게먼 마을을 건너가네 시내 걸친 외나무다리사람 자취 고요하고 당간 깃발 펄럭이며산발치에 꽂혀있네 輕煙罩暮上黃昏, 殷殷疏鍾度遠村. 略彴橫溪人跡靜, 幡竿縹緲插山根. 우리나라에도 팔경(八景)이 있다. 관동팔경(關東八景), 단양팔경(丹陽八景), 계룡팔경(鷄龍八景) 등 각 지역마다 명승지 여덟 곳을 선정하여 관광 자원으로 활용한다. 팔경의 원조는 물론 중국의 「소상팔경」이다. 역대로 문인과 화가들은 중국 호남성 상강(湘江) 상류 소강(瀟江)에서 그 하류 동정호 일대에 이르는 여덟 곳을 「소상팔경」으로 꼽아왔다. 북.. 2018. 10. 18.
사시사철 시름만 주는 나무여 한시, 계절의 노래(204) 나무 심지 마라(莫種樹) [唐] 이하(李賀) / 김영문 選譯評 뜨락 안에 나무를심지 마시라 나무 심으면 사시사철시름에 젖네 혼자 잘 때 남쪽 침상에달빛 비치면 올 가을이 지난 가을과흡사할 테니 園中莫種樹, 種樹四時愁. 獨睡南床月, 今秋似去秋. 한자로 시름을 나타내는 말은 ‘수(愁)’다. ‘愁’를 파자하면 ‘추심(秋心)’ 즉 ‘가을 마음’이 된다. ‘가을 마음’이 바로 시름이다. ‘수심(愁心)’, ‘애수(哀愁)’ 등에 모두 ‘가을 마음(愁心)’이 들어간다. 가을에 사람의 가슴이 쓸쓸해지는 현상의 유래가 매우 오래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하의 이 오언절구는 바로 시름에 관한 시다. 보통이라면 뜰 안에 꽃도 심고 나무도 심어서 사시사철 그 풍경을 즐기라고 권할 테지만 이하는 뜰 .. 2018.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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