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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고고학 중심주의를 탈피하지 못한 한문협 고고학 공공성 공익성 선언

by taeshik.kim 2023.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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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해 간간이 날아드는 한국문화유산협회 소식 중에, 근자 그네들이 저러한 선언문을 채택했다고 하거니와, 나는 저네들이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저와 같은 선언을 들고 나왔는지를 캐묻지도 않았으며, 알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다만, 고고학의 공공성 공익성은 내가 언제나 힘주어 말하던 맥락이기에, 나로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나 결론만큼은 그와 같은 내 주장에 호응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위선은 환영한다는 말을 해 둔다. 

그렇다면 발굴조사 기관 회원사들 이익단체인 저네들이 하필 이 시점에서 왜 저걸 들고 나왔는가? 그건 내가 캐묻지 않았기에 미지로 남겨두기로 하고, 시점이 참말로 공교한 대목은 또 다시 발굴조사기관들을 향한 그 외부 사회의 타격이 가해지는 기미가 뚜렷해지는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이 나로선 묘하다. 

이번에는 안전기준법인지 뭔지를 들어 국회에서 이 친구들 손보겠다고 나섰으니, 그네가 발의한 법안을 보면 안전기준법과 관련 비슷한 법을 어겨 벌금형만 받아도 문화재청장은 그런 기관에 대해서는 자격정지나 다른 징계를 넘어 아예 문을 닫을 수 있도록 한다고 하니, 이 어찌 난감한 일이 아니랴?

그래서인지 저 선언문은 관련 법을 잘 준수하겠다는 표현이 보인다.

하지만 안전사고야 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안전사고를 내고 싶어 내는 기관은 없을 것이요, 어쩌면 그런 원치 않는 사고는 모든 건설현장이나 발굴현장이 숙명처럼 안고 가는 사안이라, 그런 사태에 벌금 부과는 거의 필연인데, 그렇다면 저와 같은 사태에서 살아남을 기관이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하는 절박성이 왜 있지 않겠는가?

꼭 이런 움직임이 저와 같은 선언을 불렀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저네들이 왜 공공성 공익성을 들고 나왔겠는가? 간단하지 않은가?

공공성 공익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집단이라는 지탄!!! 바로 이것이 저런 절박함을 부르지 않았겠는가?

아니다 우리도 공공성 공익성 표방한다! 그런 절박성이 저런 선언을 부른 이유지 무슨 다른 개떡 같은 이유가 있겠는가? 

하긴 뭐 고고학을 향한 공격이 어제오늘의 일이겠는가마는, 요는 발굴조사기관 혹은 그네들이 대표하는 영업 수단인 고고학 발굴조사가 광범위한 사회 지탄의 대상이 된지는 오래라는 점에서 고고학 존립기반까지 흔드는 심각성이 언제나 내재했던 것이다.

실상은 제껴두자. 우리가 실제로 그런가 아닌가는 따질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이만큼 열라리 고생한다? 그래서 그런 우리를 알아주라? 이딴 볼멘소리 필요없다. 그래 뙤약볕에서 고생하고, 폭설에도 비닐하우스 치고 발굴했던 거 잘 안다. 

바로 이런 점들이 역설로는 고고학을 일반시민사회에서 멀어지게 하는 결정적인 이미지를 제공했다.

땅을 파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소리, 곧 "너 공부 안하면 저런 일 한다"는 이미지 메이킹은 실은 우리가 이렇게 고생한다는 홍보 전략이 낳은 직접 유산이다. 

하물며 발굴 혹은 발굴현장을 바라보는 일반의 시각이 저럴진댄, 그에 더해 발굴하는 놈들은 다 도둑놈들이라는 이미지까지 덮어 쓰지 않았는가? 이것도 냉혹한 현실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뭘? 따질 계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 내막 실상은 제껴두어야 한다고 했다. 

고고학이 그런 이미지로 덧칠하게 된 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한국고고학의 직접 유산이요 직접 책임이다. 그래 그런 때가 있었다.

발굴수요는 폭발하는데, 발굴할 기관은 없지, 그래서 발을 동동 구른 건설사가 한둘이겠는가? 그 시절 호의호식하며 잘 지냈다. 제발 발굴 좀 해달라 돈다발 싸들고 오는 건설사들도 골라서 잡을 때였다. 

그런 누층하는 기억들이 지금의 고고학을 바라보는 일반 통념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에 더불어 초창기 발굴이 한창 잘나가던 시절, 몇몇이기는 한다 해도, 잘 먹고 잘 산 거 누구나 안다.

차량이라는 차량은 회사 이름으로 리스해서는 개인용으로 마트가는데 부리고 다녔고, 돈 펑펑 빼내 쓰다가 몇 사람 걸려 들어 감옥살이한 일을 왜 기억하지 못하겠는가?

지금의 우리는 아닌데? 그렇담 기자라는 이유로 기레기라 욕먹는 이유가 기자인 내가 그래서이겠는가? 그렇게 욕쳐먹을 짓 한 언론과 기자들 때문이듯이, 그 유산은 고스란히 후세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각설하고 이유가 무엇이건 이 시점에서 저런 선언을 들고 나온 것 자체만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래서 반긴다. 이는 그런 움직임은 전연 없고 요지부동 관련 연구자 이익단체로만 전락한 한국고고학회랑 대비해서도 분명 고무적인 반응이라고 본다.  

다만 저네들이 말하는 공공성 공익성이 여전히 고고학 중심주의를 포기하지 아니한 채, 오직 우리만이 고고학을 한다는 신념을 포기한 흔적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점은 모름지기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저 선언은 문화재는 공익성을 지닌 공공재라는 사실에서 절대의 스타팅 라인을 끊어야 한다. 

또 하나, 고고학는 이른바 고고학도만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가 다 고고학도라는 전제를 깔아야 한다. 

이 두 가지가 바로 공공성 공익성의 절대 존재 기반이다. 하지만 이 절대 존재기반이 저 선언문 어디에도 없다. 

물론 한문협이 조사기관들 이익단체인 까닭에, 예컨대 한국고고학회랑은 또 다른 까닭에 그네들 조사기관, 개중에서도 정식 회원인 기관들만 국한한다는 한계가 있다는 점은 다 안다. 

하지만 그 기관이 어떤 성격이건, 이 경우 고고학의 절대 존재기반 자체가 공공재라는 사실을 방기 포기 폐기할 수는 없다. 

비록 부제에 함께 이어가는 문화유산,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고고유산을 표방했지만, 저 선언 그 어디에도 함께가 없다. 시민사회도 없다.

시종 이른바 고고학 혹은 고고학 조사기관을 주체 중심에 박고 너희는 우리를 믿고 따라 달라는 읍소밖에 없다. 이런 읍소는 호소가 아니라 실은 협박이며 군림이다. 

간단히 말해 저 선언문은 그 정신과는 달리 여전히 고고학과 비고고학을 편가르기 한다. 예서 비고고학이란 시민사회 혹은 공동체를 말한다. 

이 간극을 없애고 모두가 하는 고고학이어야 한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저만큼이라도 들고 나온 게 어딘가? 

문장도 다듬어야 하며 운율도 맟추어야 하는데, 이런 문장론까지 저 선언문에다 손을 다 댈 수는 없다. 

다만 선언문 대의를 표방한 문장 시작은 사단법인 한국문화유산협회 회원기관은이 아니라 사단법인 한국문화유산협회와 그 회원 기들(들)은으로 바꿔야 한다. 회원 기관들한테만 맡겨두고 협회 지들은 빠지겠단 건가 뭔가?

환갑 잔치한 서영일이 졸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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