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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기자들은 공짜밥 얻어먹는 족속이라는데 대하여

by taeshik.kim 2018.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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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김영란법 제정 시행에 즈음해 그 적용대상으로 들어간 기자들과 관련해 저 제목과 같은 인식이 '의외로' 기자사회를 벗어난 일반 사회에는 광범위하다. 저런 인식 혹은 비아냥에 두어 마디는 적어두어야겠기에 오지랍주의 발동해 내 경험을 통해 몇 자 적고자 한다.


기자를 저리 보는 근저에는 무엇보다 기자를 단일한 층위로 보는 시각이 작동한다. 하지만 기자라 해도 왕청나게 달라, 중앙지냐 지방지냐에 따라 다르고, 종합일간지냐 전문지냐에 따라 또 다르고, 방송이냐 신문이냐 혹은 통신사냐에 따라서도 또 다른 측면이 많다. 

 

그리고 그 청렴도라 할까 하는 것도 저런 성격별로 평균을 논하면 매우 다르다. 저 공짜밥 먹는다는 기준에서 내가 보기에 가장 깨끗한 언론 중 하나가 조선일보다. 갖은 욕을 얻어먹는 조선일보지만, 저 신문 기자들을 직접 대해 보면 알겠지만, 밥값 커피값 본인들이 계산하는 일이 많다. 이는 회사방침 때문인데, 기자들에게 접대비를 별도로 책정하는 것으로 안다. 절대로 얻어먹고 다니지 말라 주입하는 것으로 안다. 


더불어 더욱 중요한 점은 같은 언론사 기자라 해도 부서별로 또 달라,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문화부 체육부 북한부니 하는 소속에 따라 또 다르다는 사실이다. 그와함께 같은 부서라 해도 그 맡은 종목에 따라 또 달라 내가 오래 몸담은 문화부만 해도 저 청렴도와 관련해 몇 마디 거든다면, 


문화부 중에서도 소위 물이 좋다하던 곳이 종래에는 미술과 종교 쪽이었는데, 근자에 들어서는 이들 분야에서도 정화가 많이 진행된 것으로 안다. 


기타 내가 직접 오래 관여한 문화재, 학술은 한마디로 하면 파리 날리는 출입처다. 한데 이 중에서도 문화재라고 하면 검은 돈이 왔다갔다 하는 데라, 개중 떡고물 일부가 담당 기자한테도 떨어지는 줄 아는 사람이 정말로 많다.  


검은 돈이 왔다갔다 하는 데는 주로 고미술 시장을 두고 하는 말일 터이다. 하지만 고미술 시장에 문화재 담당 기자들이 개입하는 일은 의외로 거의 없다. 고미술은 문화재 분야에 속하긴 하지만, 기사 비중은 거의 없어 기자들이 접촉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런 고미술 관련 취재처 출입처는 예외없이 박물관 미술관, 그리고 무엇보다 문화재청이 압도적인 중요성을 지닌다. 


그리고 고고학 발굴현장이 문화재 기자들의 아주 주요한 출입처인데, 이 발굴현장이 소위 일반에는 복마전이라 해서 검은돈이 오가는 곳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팽배하지만, 그것도 적어도 그것과 기자의 관계는 통념과는 전연 다르다. 그럼에도 어찌하여 문화재판이라면, 기자들과 문화재업계 사람들 사이에 검은 돈이 오간다는 인식이 있는지 나는 참말로 알다가도 모르겠다. 



주된 출입처인 고고학 발굴단. 내가 이곳 출입한지는 내리 18년이었다. 나와 봐라. 나한테 땡전 한푼 촌지로 준 발굴단 있으면 미투운동 고발하듯이 과감히 나서봐라.


함에도 어찌하여 기자라면 모조리 밥 얻어먹는 거지족으로 인식되었는가? 물론 그런 부류도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해서는 내가 들은 바는 있지만, 그것도 옛날 일이 대부분이고 내가 직접 겪은 바는 아니니 논외로 친다. 나아가 앞서 말했듯이 언론 혹은 기자라 해도 그것이 처한 위치에 따라 저런 사정이 매우 다르다. 이 처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기자가 기뤠기라는 인식은 문제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특출난 민완기자, 정의의 사도와 같은 기자로 일컬어졌으면 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아니다. 


기자들이 밥을 얻어먹는 경우는 내가 보건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취재원과 기자로서 만남을 지속하면서 인간적인 관계로 발전한 경우. 이런 관계 만남은 수시로 이뤄진다. 이런 때 대개 밥값 계산은 소위 취재원이 한다. 이걸 공짜로 얻어먹는다고 하면 할 말 없다. 이걸 없애야 한다고 하면 없애야 한다. 나 역시 이런 일은 많았다. 


이 경우 계산은 크게 두 가지 통로가 있다. 상대가 주요 출입처 기관장급이면 저쪽에서 계산한다. 상대가 그쪽 기관 종사자들, 주로 하위급들이면 계산은 거의 내가 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둘째, 기자간담회. 기자가 공짜로 밥을 얻어먹는 일을 많이 봤다는 인식은 실은 이 기자간담회가 많은 인자를 제공한다. 기자간담회가 무엇인가? 특정 기관 혹은 단체 혹은 홍보를 해야 하는 개인이 우리가 이런 이런 일을 하니 이런 것들 홍보주십사 하고 행사장으로 불러 관련 행사하고, 점심이나 저녁 대접하는 것이다.  이것 역시 문제가 된다면 당연히 없애야 한다. 하지만 이걸 얻어먹는다고 하면 문제 역시 많다. 


그럼 기자간담회 오라 해서 갔는데, 그들이 차린 밥상에 앉아 음식 먹으면서 더치 페이하거나 내가 돈내야 할까? 


밥 얻어먹는다는 말, 단순하고도 단일하게 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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