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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눈발에 푸른 대나무 옥가지 걸치니

by taeshik.kim 2018.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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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222)

눈을 마주하고(對雪)

[唐] 고변(高駢) /  김영문 選譯評

육각형 눈꽃 날려
문 안으로 들어올 때

청죽이 옥 가지로
변하는 걸 바라보네

이 순간 기쁜 맘에
높은 누대 올라 보니

인간 세상 온갖 험로
모두 희게 덮여 있네

六出飛花入戶時, 坐看靑竹變瓊枝. 如今好上高樓望, 蓋盡人間惡路岐.

눈이 내리면 대개 사람들은 즐거워한다. 눈을 처음 보는 아이들조차 즐거워한다. 왜 즐거워할까? 거의 육십 평생을 살아왔지만 잘 모르겠다. 빙하시대의 어떤 기억이 인류의 유전자 속에 남이 있는 것일까? 비보다 가볍고 포근한 느낌 때문일까? 차별 없이 펼쳐지는 드넓고 흰 천지에서 안온함과 평등함을 감지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 모든 이유가 작용하는지 혹은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알지 못하겠다. 눈이 내리면 하늘과 땅이 모두 온통 하안 빛깔로 덮인다. 눈 자체에는 아무 특징도 없는 듯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눈송이가 모두 보석 같은 육각형임을 알 수 있다. 육각형 안의 결정은 조금씩 다르다. 어릴 때 눈송이의 육각형을 발견하고 매우 신기해한 기억이 난다. 이 때문에 한문으로는 눈을 ‘육출(六出)’이라고도 부른다. 천지를 뒤덮은 하얀 눈 세상은 이렇듯 조그만 보석 육각형이 이뤄낸 거대한 기적이다. 인간 세상의 험한 갈림길과 견디기 힘든 고통은 잠시나마 보석 육각형 아래 감춰진다. 우리는 하얀 눈 세상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 소중한 평안이다. 

*** 이 시 저자 고변은 최치원 고용주요 오야붕이라, 종교 관점에선 격렬한 도교 신도다. 그래서 단약, 마약 많이 고아 드셨다.(김태식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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